jerrytwo [480154] · MS 2013 · 쪽지

2014-06-01 15:43:56
조회수 710

언어 기출문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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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이육사, 「교목(喬木)」 - 

(나)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신석정, 「들길에 서서」 - 

(다)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 김종길, 「고고(孤高)」 - 



(가), (나), (다)에는 자연의 섭리에 대한 깨달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 선지가 틀렸는데요 저는 이 선지는 웬만한 작품에 다 맞는 설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에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는 말은 원래 봄에 꽃이 핀다는 섭리에 대해 깨달음이

있기에 나온 내용이고

나에서 지구 얘기, 다에서의 자연 현상들에 대한 언급들 모두 자연의 섭리에 깨달음이

바탕에 깔려있는 내용들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의 섭리라는 게 아주 고상한 것도 아니고

웬만한 것들이 다 해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데 (자연물이 꼭 산 바다 이런 게 아닌 것처럼)

고수분들의 이 선지를 판단하는 사고 과정을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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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원국어 · 492845 · 14/06/03 21:08 · MS 2017

    같은 자연물을 소재로 하는 시라 하더라도..

    자신의 내면(추상적 관념)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자연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형상화'라고 합니다.

    자연물을 관찰하면서 얻은 생각(깨달음)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관조적'이라 합니다.

    '자연의 섭리에 대한 깨달음'이 깔려있다는 말은 관조적인 자세의 시를 말합니다.

    다) 시는

    자연에 대해 말하는 시 즉, 북한산의 높이와 관련한 자연현상...
    자연의 섭리에 대해 말하는 시라기 보다

    인간의 삶의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 시입니다. - 원하는 순간을 보기 위해 기다려야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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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화자가 말하고자하는 대상을 한번 생각해 보시고..

    선택지에서 자연의 섭리, 깨달음 - 이런 단어들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바탕에 있다'는 말의 의미를 너무 확장하지 마시구요~)

    -----------

    나의 전달 방법이 좋지 않은가?

    잘 받아들이면 정말 중요한 내용인데.. 전달이 되지 않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