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 수능 언어 소설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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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첫 모험은 우리들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있는 하나의 신비한 꿈이었다. 사실상 내가 수병으로 입대한 것도 그 신비로운 꿈을 실현시켜 보려는 하나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파도는 높고 하늘은 흐렸지만 그 속에 솟구막치면서 흐르는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영상은 푸르고 맑은 희망이었다.
나는 어떻게 누구의 손에 의해서 구원됐는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내가 의식이 회복되었을 땐 다만 한 쪽 다리에 관통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대개 병원에 입원했던 부상병이 퇴원할 즈음이 되면 곧잘 모여 낮은 자리에서 자기가 산 것을 기적같이 말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나 자신이 살아난 것을 기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물론 그 날의 일은 모두가 과거요, 추억이지만 그 날 내가 본 신기한 꿈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그 때까지는 미래에 속하여 있었다. 내가 나의 생환을 기적이라고 생각지 않은 원인도 이런데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절망에 빠졌어도 꿈을 갖는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파도에 떠 흐르는 동안 내가 의식을 잃기 전까지는 이런 소중한 꿈을 갖고 있었던 까닭에 나는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 같지가 않았다.
나의 부상은 경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부터 불구자가 되었다. 관절의 자유를 잃은 나는 한 쪽 다리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배를 타는 데 무슨 부자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배에 오르면 성한 사람 못지않게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군복을 벗을 때까지 두 번 다시 배를 타지 못하였다.
수병의 자랑은 배에 올라 일하는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자신이 육지에 있어야 했고, 저는 다리로 걸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더할 수 없는 모욕이기도 했다.
바다의 아침이란, 우리가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장엄한 풍경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장엄한 풍경이라 해도 우리를 매혹시키지는 못했다.
주림과 피곤에 지친 우리들은 이러한 풍경을 바라다 볼 기력도 없이 주저앉아 있기 마련이었다. 우리 세 동갑 중 가장 치밀하고 슬기있는 것이 상운이다. 치밀이라고 할까 또는 슬기라고나 할까 어떻든 그 날 아침 불안과 절망에 묻혀 있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준 것은 상운이었다.
“됐어 됐어! 자 이것 봐……. 이것만 있으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지 않아…….”
그가 중얼거리며 선창에서 끌어당길 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야! 살았다. 살았어…….”
순복이가 이런 소리를 칠 때야 겨우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물이다…….
그물……. 내 마음 속에서도 그들모양 생기가 꿈틀거렸다.
매듭과 매듭으로 그물이 짜여 있듯이 새로운 불안이 우리들의 가슴을 얽어 매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물을 친다는 것은 겨우 투망질하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 큰 그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 통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나의 물음에 상운이도 대답을 잃은 채 그물만 들고 뒤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기적을 바라듯 멍청히 하늘을 쳐다 보았다. 하늘도 제 빛을 차지하여 파란 바탕으로 우리들의 머리 위를 뒤덮고 있었다. 그 때 나는 확실히 어떤 꿈을 꾸고 있었다 꿈이 아니라 어제 일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었다. 머리 위에 빙빙 돌며 우리들의 길 안내를 해 주던 갈매기는 어디로 갔을 까? 나는 가장 중요한 일이 갈매기의 방향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들이 길을 잃은 것은 갈매기의 그림자를 잃은 때부터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갈매기의 울음소리는 비어 있는 하늘 아래 아무데서도 들려 오질 않았다. 나는 모든 희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상의 기적을 바라는 자신의 어리석은 것 같아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상운이와 순복이가 큰 그물을 칼로 자르고 있는 것을 보았던 까닭이다.
“어떻게 하지?”
놀란 나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무엇을……?”
나는 대답에 궁했다. 상운과 순복은 번갈아 나의 표정을 쳐다보며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표정에 가벼운 노기가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배는 아니지만 아버지가 선주에게 빌린 배다. 그물도 역시 그러했다. 그물이 중요하다는 것은 상운과 순복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때처럼 우리 식구들의 생명이 그물코에 달려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본 적은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햇살이 퍼진 탓에 누긋한 바람이 목덜미를 씻고 지나갔다. 눈 앞에 두 번 세 번 떠오르는 아버지의 얼굴을 잊으려고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물이 중하지…….”
뱃머리를 두드리는 파도 소리보다도 그 목소리는 고요 속에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물도 중하지만 우리가 살아야 한다는 것은 더 절박한 일이야”
㉠나는 이 말에 이상한 감동을 느꼈다.
<정한숙, IYEU도>
1. 윗글의 내용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삶의 지혜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실 상황에서는 고난과 환희가 늘 교차하게 마련이다.
② 언제 닥칠지 모르는 비극적 상황에 항시 대비하여야 한다.
③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의지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④ 고난의 체험은 훗날 삶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된다.
⑤ 자신에게 기적이 일어나리라는 믿음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 준다.
무슨 지문이 상황 설명도 없고
지문 내용을 미리 알아야 풀 정도네요...;
여기서 그물을 자르는 행위 상황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극한상황이라는데
지문에 그 근거도 없고... 그리고 답이 4번인데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아예 갈피를 못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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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그런거 아니죠? 확률은 낮지만 만에 하나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내가 너무 모자른...
너무 옛문제는 풀지마세요....지금
교육과정이랑 문제묻는 방식도 다르고
측정하고자하는것도 달라요
즉 암만 고대기출 잘 푼다해도 지금
현수능 잘 푼다와 연결되진 않아요....
물론 낯선문제 접하기용으로는 괜찬타하지만 그 문제틀렷다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구요~~~~그리고 1990년대 문제는 지금의 수능만큼 문제 퀄이 높진 않아요~~수능도 지금의 높퀄문제를 낸건 2000년 초중반부터입니다
유추적인 문제가 많고 지문위주라기보다는 추론적인 부분이 많은것같아서 풀어보고있어요... 많이 틀리네요
http://www.madal.co.kr/bbs/board.php?bo_table=mentoring_leng_lee&wr_id=481&page=48
쩝.. 이여도 문제 짜증나죠.
아 저게 조난상황이네요... 어떻게알지 그걸... 가장 자세한 답변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다의 아침이란, 우리가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장엄한 풍경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장엄한 풍경이라 해도 우리를 매혹시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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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림과 피곤에 지친 우리들은 이러한 풍경을 바라다 볼 기력도 없이 주저앉아 있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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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살았다.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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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도 중하지만 우리가 살아야 한다는 것은 더 절박한 일이야”
바다 위 - 주림과 배고픔 - 야! 살았다. 살았어 - 살고 봐야지
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조난 상황이라고 견적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