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깡 [330158] · 쪽지

2014-05-16 04:30:45
조회수 6,351

수학을 잘 하는 것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567767

수학을 잘 하는 것은 단순히 "어렵게 꼬인 문제를 여러 도구를 이용해서 척척 풀어낸다"가 아니라, "Axiom, Theorem, Lemma, Definition, Proposition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동치변형, 간접증명, 직접증명 등의 적당한 Logic을 통한 Practical 하고 Creativity한 Algorithm, 혹은 Idea를 도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두 가지가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매우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점수 좀 잘나왔다고 '나는 수학을 잘해, 수학과가 나에게 맞는 길이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천만의 말씀.


수학 점수가 잘 나오는 사람 중에서 상당수가 직관과 논리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엡실론 델타법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수업 시간에 엡실론 델타를 이용한 극한의 엄밀한 증명법 알고리즘에 대해 강의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1. "아.... 논리적으로 저렇게 설명이 되는구나. 알흠답다!" ㅡ> 수학과를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꼭 진학하시기 바랍니다.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자세가 수학 공부 및 연구의 가장 큰 동기가 됩니다. 수학에 천부적인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직관을 배제하고, 논리 그 자체에 가치를 둘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2. "쓸데없이 기호를 왜 저렇게 남발해서 지식자랑 하지? 그냥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되는데 왜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지? 답만 내면 되지 않나?" ㅡ> 고등학교 수능에서만 통하는 사고입니다. 수학과에 진학하고 싶으시다면, 다시 한번 신중히 고려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일차적으로 직관이 전혀 통하지 않는 선형대수학에서 큰 장벽을 만나게 될 것이며, 차후 나오게 될 미분기하, 응용미방, 추상대수, 위상수학, 복소함수론 등에 가면 갈수록 더욱 더 큰 장벽을 만나게 됩니다.



직관에 근거한 수학의 위험성은


f(x)=Sigma_n=1 ^∞{ (1/3^n)ㆍCos(5^n x)}


이 함수를 정의하는데 있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저 함수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직접 시도해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한 학술적인 지식을 원하신다면 [Bartle - Introduction to real analysis] 교재의 부록부분, [Dunham - The Calculus Gallery; Masterpieces from Newton to Lebesgue], [Paul Zeitz - The art and craft of problem solving] 의 교재를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immortality · 336490 · 14/05/16 06:03 · MS 2010

    처음에 말한 두가지경우 모두 재밌으면 수학도 해볼만하겠죠 ㅋㅋ

  • 솔로깡 · 330158 · 14/05/16 11:19

    직관은 배척해야 될 대상이 아니라, 논리를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 지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지요ㅋㅋㅋ

    직관도 어느정도 있어야 수학이 재밌어지는 것 같습니다.

  • 으흠asdf · 439521 · 14/05/16 07:12 · MS 2013

    수학과입결은 아무리봐도 거품

  • 게크로맨서 · 467420 · 14/05/16 07:24 · MS 2013

    저는 1번과 2번 둘 다 좋아합니다만...ㅠ

  • 솔로깡 · 330158 · 14/05/16 11:20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 >_

  • 오이이엉 · 464726 · 14/05/16 07:49 · MS 2017

    근데 그런게 선천적이냐 물으면 아니라 할것같아요.
    저같은 경우는 현역때 직관의 달인이었는데
    지금은 1번에 가까워졌어요
    그 이유가 공부방법의 차이때문인것 같아요.
    수학공부에서 이유를 계속 묻고 직관에 의심하는 자세를 가지게 되면 엄밀함이 느껴지고아름다움이 느껴지게 되더군요.
    (제 경우에만 그렇고 일반화된 의견은 아닙니다.)

  • 솔로깡 · 330158 · 14/05/16 11:31

    저도 사실 고등학교때는 거의 상당수의 문제를 직관으로 풀며 수학에 흥미를 느꼈고, 더 심화된 공부를 하며 논증의 멋을 느꼈지요.

    직관이 수학을 여는 문이라면, 논리는 그 문 이후에 연결된 길인 것 같습니다.

  • 고기가좋앙 · 403889 · 14/05/16 08:50 · MS 2012

    수학교육과는 어떤가요? 전 고등학교 수학을 평생 하고 싶어서 수학교육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수학교육과에서 배우는 수학이랑 수학과에서 배우는 수학이랑 별반 차이 없나요?

  • 솔로깡 · 330158 · 14/05/16 11:29

    별반 차이는 없지만, 그 깊이에서는 수학과가 조금 더 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령 같은 집합론 교재더라도 You-Feng Lin 교재처럼 얕은 수준에서 쉽게 설명된 교재가 있고, Jech교재처럼 현대 집합론의 모든 지식을 쏟아부은 심도 있는 교재가 있지요. 강의에서 어떤 교재를 선택하고, 어느 정도 깊이가 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또한, 수학교육과는 교직이수를 위해 수학교육론에 관한 책과 수리논리, 수학교재 집필 및 연구에 대한 강의들을 필수 이수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물론, 학부과정에서의 과목들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수학교육과는 '수학 교육'을 전공하는 학과이고 수학과는 '순수 수학'을 배우며 전공하는 학과이기에 강의의 방향성, 필수 이수 강의 몇 가지 정도가 다를 것입니다. 집합론, 선대, 미적, 미방, 미분기하, 추상대수, 복소함수론 등등의 메인 트리는 같습니다.

  • 하늬베누 · 488173 · 14/05/16 08:52 · MS 2014

    너무견디기힘든날에는 너를사랑한다입가에맴돌라

  • 치킨무 · 429588 · 14/05/17 00:41 · MS 2012

    너를 사랑한다

  • 악격 · 243365 · 14/05/16 09:32

    라마누잔 레벨의 직관이 출동하면요?

  • 솔로깡 · 330158 · 14/05/16 11:20

    라마누잔은 수학계의 이단아.....
    그 사람의 직관에 얽힌 얘기들을 듣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짐요.

    근데 라마누잔도 어쩔 수 없는게, 결국 자신의 직관을 증명하지 못하면 수학계에서 받아들여주지 않음요 ㅠㅠ

    무서운 직관으로 굉장하게 증명해서 이단아라고 불리는.....

  • 치킨무 · 429588 · 14/05/17 00:41 · MS 2012

    오 댓글 ㄷㄷ

  • jaehunny · 416276 · 14/05/16 10:53 · MS 2012

    증명 극혐... 수능형 인간인거 같아요

  • 솔로깡 · 330158 · 14/05/16 11:31

    증명도 하다보면 미운 정 들어서 재미있어요 ㅠㅠ

  • 만능깔깔이 · 345787 · 14/05/16 11:58 · MS 2010

    이분최소수학과전공진입하신분

  • 오이이엉 · 464726 · 14/05/16 12:00 · MS 2017

    이분 최소 군필자

  • 고막파괴자 · 503578 · 14/05/16 21:21 · MS 2014

    이분 최소 1+1암산가능

  • 역치넘어연치로 · 463746 · 14/05/17 00:34 · MS 2013

    ㅋㅋ아나 ㅋㅋㅋ쪼개고갑니다.

  • 솔로깡 · 330158 · 14/05/17 01:55

    답은 '귀요미' 아닌가요? 이 정도는 암산 가능합니다. 무시하지 마세요. (농담)

  • 밝고훈훈한겨울 · 502364 · 14/05/16 23:38

    제시해준 문제 보면서 보자마자 와 쩐다 재밌겠다 이런 생각 들었는데요.. 수험생활하면서도 수학문제 조금 비꽈놓은 문제를 접할때마다 문제 읽으면서, 혹은 문제를 풀면서 와 이게 이렇게..? 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근데 정작 모승범 선생님께서는 개념이나 그런 걸 직접 다써가면서 공부하라고 하는데, 강의들으면서 필기한 개념들 다시 프린트에 옮겨 쓰면서 아 내가 왜 이짓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지금 이 글의 논점을 다소 벗어난 물음이 되겠지만, 똑같이 수학을 공부 하고 있는데 왜 이러한 차이가 생겨나는 건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개개인별 공부방법스타일의 문제일까요?

  • 솔로깡 · 330158 · 14/05/17 01:49

    메가XX디의 신 모 강사분의 학습법을 의미하시는 것이겠군요. 개인적으로 그 방법은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정리(Theorem), 정의(Definition) 등을 구별하며 Main tree가 되는 주요 성질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직접 따름정리(Lemma)등을 유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도록" 공부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개념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개념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방향을 잡아 서술해 나가느냐"에 대한 기본 원리를 익히면, 그 까짓 쓰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백지에 서술할 수 있는 것입니다.

    논리흐름을 느끼며, 교과 과정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짜임새를 갖춰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Calculus의 1단원부터 마지막 단원까지의 모든 내용이 "선적분"에 관한 내용들을 유도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그 순간, Calculus의 모든 내용에 대한 Main tree와 논리 흐름은 눈에 보입니다.

    대X마이맥의 한X원 강사분께서 이와 유사한 교수법으로 강의하신다고 평가해 보겠습니다. (직접 수강했던 학생입니다.) 논리흐름을 느끼며, 그 흐름을 기억하되, 세부 사항들은 "암기하지 말고, 스스로 [자명하다]고 느낄 수 있게" 공부하시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방법에도 맹점이 있는 것이, 수능 수학영역 (특히 B형)과 같이 시간이 100분으로 다소 짧게 주어져 있는 경우에는 해당 방법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공식을 죄다 유도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대학에 와서, 한 문제에 30~40분을 고민하며 풀 때나, 한 문제에 수십년을 투자하여 풀어내야 할 난제들에 대한 연구를 할 때에 유용한 흐름이지, 수능 수학에서는 [논리흐름만을 이해한다]와 [공식을 노가다로 암기한다] 사이에서의 절충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솔로깡 · 330158 · 14/05/17 01:58

    결국 요약하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수능 수학을 목표로 하느냐, 수학 전공 지식의 확장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공부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공부 목표가 주요 포인트. 공부 목적에 따라 공부법은 달라지는 것이 맞다.]

  • 밝고훈훈한겨울 · 502364 · 14/05/17 09:05

    감사합니다 !!!!!!

  • 지방수의 · 467768 · 14/05/17 01:32 · MS 2013

    수비에 나오는 내용이네요 ㅋㅋ

  • 솔로깡 · 330158 · 14/05/17 01:40

    그런가요?

    중등 과정 이상의 수학 교육론에서 상당히 쟁점이 되는 부분이기에, 해당 교재에서도 다루는 부분인가 봅니다.

  • Logger3 · 441022 · 14/05/18 00:01

    외쳐 직!관!기!벡!

  • 솔로깡 · 330158 · 14/05/18 01:25

    외쳐 논!증!기!하!

  • 의대꿈나무 · 462845 · 14/05/22 14:37 · MS 2013

    수학과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