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엽 T] 대조와 대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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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계절(季節)이여, 오, 성(城)이여!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 아르튀르 랭보
대조와 대비는 학생들이 매우 헷갈려하는 개념으로 두 대상의 어떤 측면을 비교한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한 개념어이다. 다만 굳이 따진다면 이런 정도의 차이가 있다.
대조 | 대비 |
완전히 상반되는 두 대상의 차이점을 노출하는 방법 | 완전히 대립되지 않는 두 대상을 비교하되, 차이점 뿐만 아니라 공통점이나 유사점까지 견주어 보는 방법 |
물과 불, 흑과 백, 천사와 악마 | 지하철과 버스, 산과 강 |
대조 ⊂ 대비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하 생략)
- 김종길,
어두운 방 안과 바알간 숯불에 나타나는 명암의 대비, 늙은 할머니와 어린 아이와의 연령적 대비, 하얀 눈과 붉은 산수유와의 색채 대비, 그리고 아이의 열로 상기한 볼과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과의 냉온 감각적 대비, 외부적 힘든 시련을 상징하는 ‘눈’과 아이가 겪고 있는 시련의 상황을 치유해줄 수 있는 ‘약’과의 상징적 이미지의 대비 등 다양한 대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아이가 앓고 있는 방 안과 아버지가 약을 찾아 헤매고 있는 산 속과의 공간적 대비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대비 개념을 활용하여 고난의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이미지, 또는 고통 속에서 확인되는 사랑의 의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바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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