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대 토목공학과 군대식의학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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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녕하십니까.
어제 광장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진 속 글의 작성자입니다. 우선 새터 직후에 매우 감정적인 상태에서, 적절치 못한 장소에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글을 쓴 점 사과드립니다. 글을 쓰고 몇 시간 안되어 삭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립대에 중상모략을 퍼붓는 무리들에게 캡쳐되어 학교를 공격하는 자료로 쓰이게 된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립니다.
많은 분들께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주셨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주신 익명의 광장 글쓴이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조금의 용기를 내어 이렇게 글도 쓰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익명으로 제 의견을 남길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해 주신 분께도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2.
본론으로 들어가서, 새내기로써 느꼈던 토목과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글에서는 우선 새내기배움터(이하 새터)에 관련하여서만 쓰겠습니다. 제가 감정적으로 썼던 글에서 사실만을 추려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한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토목공학과 학우들에 대한 시선입니다. 후술하겠지만 토목공학과 개개인이 악한 사람이라 이러한 부조리가 생긴 것이라기 보다는, 군중심리와 비슷하게 토목공학과 전체가 모일 때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한두명이 주도하는 부조리에 맞서는 것과는 다르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위계질서와 군대식 문화가 토목과 특성상 필요하다고 믿고 계신 대부분의 선배님들과, 아마 내년이 되면 그중 일부가 될 동기들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학문’인 토목공학에 위계질서와 군대식 문화가 왜 필요합니까?
3.
부푼 꿈을 안고 새내기가 되어 처음 간 새터, 고등학교때부터 상호 존중 원칙에 따라 후배에게도 존대를 하던 저에게 초면인 선배님들의 당연한 듯한 반말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였습니다. 처음 방에 들어가 주의를 받은 것은 압존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학번제이므로 동기들끼리는 무조건 반말을 쓰고,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반말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번제라 함은 먼저 입학해 배운 선배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것이 아니었던가요? 선배들이 압존법을 쓸 정도로 어려운 웃사람인지는 둘째치고서라도, 선배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것이 어떻게 후배에 대해 예의를 갖추지 말라는 것으로 인식되는지에 대해 의문입니다.
밤이 되고, 여러 공연 동아리들의 멋진 무대와 연예인 축하 공연이 끝난 후, 즐거운 뒷풀이를 기대하던 신입생들을 기다리던 것은 4열 종대로 앉으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양반다리를 하고 정자세로 앉아 있던 우리에게 12 13 선배들은 더 고학번 선배들이 왔을때 잘 못하면 자기네들처럼 웃고 넘기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10 선배 두 분(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습니다.)이 입장하시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하시는 동안, 신입생들은 허리가 구부정하다고, 목소리가 작다고 폭언을 들었습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씨x 병x 등 인격적인 모독을 듣는 것이 정말 역겨웠습니다. 그 때 “놀러왔냐, 씨x새x들아?”라고 물으셨던 선배님께 묻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새터의 목적이 무엇인지요. 목소리가 작다고 전원 엎드려뻗쳐를 시키는 통에, 막 입학해 모든 것이 새로웠던 신입생들은 겁에 질린 채로 정자세로 앉아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회장님께서 토목과의 문화에 대한 설명을 하셨습니다. 과 특성상 위계질서와 군대 문화가 어느정도 필요하고, 지금까지 죽 그렇게 해 왔으니, 여학생들은 어색할 수도 있지만 적응하라고…. 토목공학과 학생은 압존법을 써야 하고, 학교올때 모자/슬리퍼/반바지/츄리닝을 입지 않으며, 모든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잘 지켜지지 않을 경우 한달에 한번씩 있을 총회때 각오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때는 많이 편해진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걸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 후에 사발식이 있었고, 사발식이 끝난 후에는 과가 암송 시간이 있었습니다. 회장님께서 몇명을 지목하여 앞으로 불러 냈고, 한명 한명 과가 암송을 시켰는데, 다들 조금씩 틀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엄청난 폭언과 함께, 앉아 있는 14 대신 12 13을 혼냈습니다. 차라리 다 같이 혼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원산폭격) 12 13들을 보는 것은 불편하고 무서웠습니다.
사발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13학번인지 12학번인지 한 분이 나와 시범을 보였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분에게도 느리게 마신다며 뭐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는 콘도에 있던 냄비를 가져와 640ml 플라스틱 참이슬 오리지널 소주병을 세명당 두 병 정도의 양을 부어 원샷하게 했습니다. 처음 말로는 먹을 수 있을만큼 먹으라고 하고, 두번째였나 남긴 것을 베란다에 버려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몇 차례 후 한명이 다 먹지 못하고 남기자 장난하냐며 폭언과 함께 안주용으로 따라 주었던 콜라 반 잔에 남은 소주를 다 부어 원샷하게 했습니다. 또한 그 후 한 명이 먹다가 중간에 멈추고 다시 먹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모욕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건강상 문제가 있는 몇 빼고는 모두가 소주를 먹었습니다. 마시기 전에는 자기소개를 하고 마신 후에는 “감사합니다”를 해야 했는데, 이 자기소개 시간에 목소리가 작다며 몇명의 사람들은 폭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어떤 학우는 더 크게 한 목소리도 작다며 “내말이 성기같냐, 귀에 성기박았냐” 등과 같이 심한 욕도 들어야 했습니다.
4.
여기서는 간단히 쓰겠지만, 술자리에서 술잔을 받을 때 관등성명을 시킨다던가, 대면식을 세번 하면서 매번 다 다른 장기자랑을 해야 하게 한다던가, 과 행사 불참은 과대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집부에게 직접 이야기해야 하게 함으로서 행사 불참을 막는 등의 부조리는 현재 진행중입니다.
5.
비록 인터넷 상에서, 키보드 뒤에서이지만, 이렇게 조그만 목소리를 내 봅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환조과만큼 심각한 신체적 폭력은 없었지만, 위에서 서술한 간접 폭력과 심한 인격적 모독 등, 이러한 부조리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조리를 이끌어가는 토목공학과 학생회에 다음의 항목들에 대해 건의하는 바입니다.
하나, 선배와 후배는 선임과 후임처럼 상명하복해야하는 명령체계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것을 인지하고, 선배와 후배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하나, 압존법이나 복장 등에 대해서는 본인의 자유에 맡길 것.
하나, 후배에게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언어 폭력은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격적 모독을 금하고 비속어 사용을 자제할 것.
하나, 단체기합 등 얼차려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금지하고, 연대책임을 지우는 등의 비민주적인 처사를 그만둘 것.
하나, 술을 강권하지 않으며, 압박적인 분위기를 만들지 않을 것.
하나, 각종 행사 등에 강제로 참여하게 하지 않으며, 행사 불참 처리는 각 학번의 과대를 통해 할 수 있도록 할 것.
위의 건의사항은 또한 우리 동기들에게도 건의하는 바입니다. 올해 단체기합 끝나고 선배들 나가자 마자 ‘내년에 신입생들 다 죽었어’ 외치던 동기분 포함해서, 한 두 사람이 아니라 전체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식의 논리로, 혹은 ‘나보다는 너가 덜 당하는 거니까 참아라’와 같은 논리로 이러한 부조리와 악습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14학번 신입생이 쓴거같네요
사진은 시립대 건축공학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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