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준T “노모(NoMore)수능영어” [1064080] · MS 2021 · 쪽지

2022-02-03 13: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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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야 잘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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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공부얘기가 아니에요.

그냥 이정도 나이되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한편의 아프고 그리운 추억얘기하나.

인정하기 싫었지만 오고야말았던 그날의 생생한 기억을 이제야 정리할수 있어서

인스타에나 할법한 얘기를 해봅니다. 


같은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들은 공감하지 않을까요.

혹시 불편한 친구들은 미안합니다;



2021년 10월 23일  오후 9시 15분.

(엄마)“노준아 모니가 이상해! “ 

듣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는 20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제발 살아만있어달라, 2주전 스치는 5분이 마지막이라는 것은 너무하지 않니..

발을 동동거리며, 어떻게 운전하고 있는지도 모를때즘 병원번호로 전화가 왔다


(의사)”사망징후가 전부있습니다. 의식없고, 호흡기로 붙잡고 있을 뿐입니다. 보호자님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노준)”선생님, 저5분안에 도착하니까 잠시만요”


헐레벌덕 2층을 뛰어올라가서 문을 열자마자 터지는 눈물과 함께 소리질렀던 “모니야!”

에 반응해준 것일까.. 온몸에 움찔, 순간적으로 경련이 일어났다.


모니야..라는 이름밖에 부를수 없고 아무얘기없이 울기만했던것 같다.

아버지, 노재(동생) 그리고 난 차가운 선반위에서 마지막 기도와 함께 호흡기를 뗐을때

그 슬픔의 기억은 지금도 깊은 한숨과 함께 맘이 찌릿한다.



오후 10시45분. 

일산에 위치한 화장터로 가는 40여분의 시간동안 우리 가족은 정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각자 핸드폰안에 모니사진을 보면서 생각에 잠긴듯했다. 


정말 한줌의 재로 조그만 항아리에 담긴 모니와 함께 집으로 오는길은 어찌나 허탈하던지

더 잘해주지 못한, 내 생활에 바빠서 소홀했던 내가 너무 미웠다. 

2주전 한번도 그러지 않던 모니가 현관문 밖에 엘레베이터 앞에까지 와서 빤히 바라보고 있던 모습에 

잠깐 쓰다듬어주면서 얼릉 들어가! 라고 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모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무조건 없었다. 

내 인생 가장 힘들었던 시기 아팠던 마음을 치료해줬고 보듬어주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해준친구가 

모니였는데


난 그친구를 우리가족의 삶으로 들어오게 해놓고선 결혼&일과 함께 점점 소홀했다.


모니와의 예상치못했던 첫만남

(퀵서비스) “안녕하세요 OO오피스텔 A동 808호 맞으시죠? 5분안에 도착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피디를 그만두고(이 얘기는 나중에 또) 좌절감에 두문불출한 13일만에 처음 들은 다른사람의 목소리와 나의 대답.


거의 2주를 폐인처럼 지낸집에 멍멍이가 온다는 약간의 미안함때문에 대충 청소했다. 

적어도 널브러진 쓰레기와 함께 키울순 없으니. 

그 당시 피폐한 내 몸과 마음에 한줄기 구원을 되어주길 바랬던 것도 분명히 있었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가장 편안한 솔루션이 ‘푸들키우기’라는 기사를 봤기에)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의 난 진짜 이기적이었다. 


이빨도 없고 눈도 겨우 뜨고 꼬물딱 거리는 손바닥만한 새끼를 처음 봤을때 느낌은 '이건뭐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편지에 어떻게 키우고 이런저런 얘기를 보면서도 ‘내가 과연할수 있을까’ 였었다. 


그때부터였다.

내 모든 삶의 중심이 바뀌고, 내 웃음과 행복의 모든 시작은 너였다.

처음 강의를 시작하고 집에서 혼자 연습하면서 학생들이 앞에 있는 것 같은 시뮬레이션을 할때도 

모니 니가 앞에서 눈 똥그랗게 나의 모든 동작과 말을 들어주고 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많은 둘만의 에피소드를 뒤로 하고 본가로 널 같이 데리고 왔을때

그리고 우리집의 셋째아들로 엄마, 아빠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두분 얼굴에 웃음짓게 해주는 너 모니를 보면서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그 당시 우리집엔 웃을 일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중이었거든.



니가 없는 첫명절은 너무 허전하다. 

33개월 된 내 아들이 “아빠 모니는 어디갔어?”에 대답을 제대로 못하고 쩔쩔매면서 얼버무리고 있다.


모니야. 

그곳에서는 다리 아픈거 없이 맘껏 뛰어놀고, 좋아하는 인형찾기 놀이 나랑 꼭 다시 언젠가 만나서 하루종일 하자.

나보다 어릴때 와서 나보다 나이가 많아져서 세상을 떠나는 너는 

우리가족에게 사랑과 추억과 그리움을 남기고 갔구나.

괜찮아 지겠지 하면서도 너무나 보고싶은 오늘이다. 

형도 열심히 살면서 우리 모니 절대 잊지 않을게


앞으로도 당분간은 모니방에 밥그릇과 물통을 치울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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