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99 Aaron Judge [919199] · MS 2019 · 쪽지

2022-01-22 16:33:28
조회수 5,053

펌)내가 공대에 온 이유 (feat. 문과라고 걱정할 필요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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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공대를 온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봤다. 


정말 오랜만에 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과제를 다 끝내서) 



난 3년 동안 서울대 공대만을 바라 보고 공부했지만 


아쉽게도 수시로 서울대 공대를 떨어졌다. 


떨어진다는 가정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기에 


더욱 절망스러웠다. 



수시로는 3년동안 한 번도 생각 안 한 카이스트를 붙고 


정시로는 서울대 농대를 붙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서울대 등록 포기 전화가 올 때까지도 방에 틀어 박혀 고민했다.



내가 수시로 서울대를 떨어진 이후 나에게 관심 없던 학교와 


주변 친구들은 서울대를 추천했다.  


가족들은 카이스트를 추천했다. 



원하는 학교와 학과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이 한심했고 원망스러웠다. 


운도 지지리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중2 때부터 공대를 꿈꿔 왔기에 카이스트를 선택했다. 


1학년 1학기 때 적응은 매우 힘들었다. 


공부도 공부지만 학교 구성원 대다수가 과고, 영재고였기에 


나하고 접점이 거의 없어 친해지기 어려웠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끊임 없이 들었다. 



2학년이 되서는 학교에 적응을 어느 정도 했지만 


진로 고민을 전말 많이 했다. 


내가 정말 공대에 맞는 사람인가? 연구에 맞는 사람인가?



내 한살 어린 절친은 이미 개별 연구를 하고 있고 


영재고, 과고 나온 두 살 어린 애들이 나보다 공부를 잘한다. 



그에 비해 공부도 평범하고 


진로에 대한 확신도 없는 내가 초라해보였다. 


아직도 전기 전자과가 뭐하는 과인지 감만 있을 뿐 정확히는 잘 모른다. 아직도 공부 중이다. 


이럴거면 진로 고민이 필요없는 의치대나 갈 걸 후회도 했다. 



아빠하고 형하고 고민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아빠는 현역 때 외대에 합격하고 다니시다 


재수를 하셨지만 서울대 성적이 안나와 삼수하셨다. 


하지만 삼수 때 부담감 때문에 고려대를 쓰셨다고 한다. 


(이 때는 입시 전형이 좀 달랐다고 한다.)


고려대 신문 방송과(현재 고려대 미디어) 나오셨지만 


관심사가 바뀌어 금융 쪽을 공부하셔서 


현재는 금융 쪽에서 일하신다. 



고등학교 때까진 아빠 하시는 일이 부러운 적이 없었는데 


대학교에 오니 아버지께 워라밸+연봉을 


직접 들으니 정말 부러웠다. (상경 계열이 이렇게 좋습니다.)



하지만 의무 사항도 아니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주말 때도 회사에 가셔서 일을 하신다. 


가끔 같이 따라갈 때도 있다. 


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을 하시는 지는 알려주시진 않는다. 


기밀인가 보다. 



아빠 친구 분 말씀도 해주셨는데 서울대 노어 어문학과 나와서 


지금은 졸업한 학과와 전혀 관련 없는 


유명 은행 은행장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물론 대학교 재학 중과 졸업 후 경영, 경제도 공부하셨다고 한다. 


이 분도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치열하게 사신다고 한다. 



아빠 말씀 듣고 느낀 것은 흥미있는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과들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는 듯하다. 확신만 있다면. 


예전과 지금 상황이 다르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텐데 저 때 imf였다.) 



형은 입시에 아쉬운 결과를 얻었다. 


삼수까지 했고 건대 건축학과에 재학 중이다. 


처음에 매우 절망스러워 했지만 학과하고 매우 잘맞아 


과탑까지 하고 있나보다. 형 작품들을 보면 정말 감탄스럽다. 


매우 부럽다. 



형은 현재 군대에 있다. 얼마 전에 형 면회를 갔다.


형은 자신이 현실적으로 돈을 많이 벌기 힘들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건축을 하다 망해도 좋아서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내 흥미보단 


돈에 대한 집착을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유튜브에 ‘태용’이라는 채널을 봤다. 


여러 중소 벤쳐 기업들 창업 스토리들을 보니 


중학교 때 아이언맨 보고 두근거렸다가 


잠시 멈춘 심장이 다시 뛰었다. 


공대 온 이유가 말이 아닌 마음으로 느껴졌다. 



역시 좋아하는 거 해야하나 보다. 다만 더 치열하게. 


오랫동안 케케묵은 고민이 해소되는 것 같다. 


1년 반 전에 옳은 선택을 한 것 같아 너무 기쁘다. 



출처:https://orbi.kr/00022751615

북마크에 좋은 글이 있길래 대충 2년 전 글 예토전생햇읍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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