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 고백 썰 (1. 2021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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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6.
제가 내일 졸업을 하는데
카톡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여자애 한 명이 있어요
근데 마음을 전한다는 게 좋아한다는 고백이 아니라
음 뭐라고 해야 하지 말 그대로 그 애한테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거에요
2021. 6. 11.
저는 학교에서 물2 지2를 선택한 이과생이고 진로 선택 과목?에 사회 관련 과목 하나를 선택해서
1주일에 2번 정도 이동해서 수업을 들었는데요
저는 수시를 버리고 100% 정시만 준비해서
가정 학습을 쓸 수 있기 시작한 5월? 부터인가 꾸준히 선생님 눈치 보면서 썼고
학교 내신 시험 전후로 무조건 나와야 할 때 등교하고 그런 식으로 생활을 했었는데
중간 끝난 직후 즈음? 엔가 어느 날 오랜만에 출석하고
선생님께서 프린트 나눠주시고 이거 챙기고 할 거 하라고 하셨는데
제 앞에 앉아있던 여자애가 제가 프린트를 넘긴 다음에 뒤돌아 앉아서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저는 어 얘 뭐지? 모르는 애가 갑자기 말을 거니까 당황스러워서
어.. 너 혹시 나 알아? 그러니까
걔가 어 뭐야 나 몰라? 하면서
너 혹시 oo이 알아? 왜 1학년 때 점심시간에 너네 반 가서 oo이랑 있을때 같이 얘기도 했었잖아 그러는거에요
생각해보니 고 1 2학기 중간고사 끝난 직후 인가에
제 근처 자리에서 여자애 두 명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때 여자애들이 입시 얘기하다가 문득 저를 보고
이 얘기를 해서 조금 머쓱해하면서 대화 조금 했던 기억이 났어요
암튼 그래서
저는 아 네가 걔였어? 헐 난 왜 몰랐지 그러고
1학년 때 일을 기억하니까 참 신기하다 답하니까
아 신기할 정도인가?ㅋㅋ 하면서
나 그때 너 얘기 들으면서 학원이나 과외 없이도 그런 성적 낸다는게 대단하다 생각했어
라고 말하더라구요
제가 좀 부끄러워하면서(?)
앟 고마워.. 하니까
걔가 조금 웃고 나서
근데 너 요즘 자주 빠지던데 혹시 무슨 일 있어? 무슨 안 좋은 일 있는 거야? 라고 물어봤어요
전 어..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다 되게 얼버무리며(?)
아 그냥 요즘 공부하는데 걱정이 좀 있어가지구.. 라고 하니까
엥 왜? 너 정말 열심히 하고 또 그만큼 잘했을 것 같은데? 라며 놀라더라구요?
"아 뭐 그런 것 같긴 한데..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적은 안 나와서.."
"아.. 그래? 2, 3학년때 잘 안 나왔어?"
"응 ㅠㅠ 1학년 때는 그래도 1점 후반까지는 나왔는데 2학년까지 하면 2.5,
그리고 3학년은 3점대도 넘어갈 것 같다고 얘기하려 할 때 걔가
앗 아니 뭐 굳이 등급까지는 자세히 알려주지 마 안 해도 돼 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저는 헉 순간 당황해서
아 미안.. 했는데
그러니까 걔가
아니 나한테 미안할 건 아닌데 굳이 뭐 숫자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다는 거야
라며 차분하게 얘기했어요
어..?어..
저는 갑작스레 머쓱해져서 땅바닥을 쳐다보며
아.. 아 ㅋㅋ.. ㅇㅈㄹ을 했고
잠시 짧은 정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어색한 느낌이 들 때 즈음
그 애가 제게
음 그러면 너 수시는 포기한 거야? 라고 물어보더라구요
저는 순간 뭔가 고마우면서도 다시 놀라며 답했습니다
"어? 아.. 아니! 완전히 버렸다기 보다도.. 솔직히 좀 고민 중이야"
"아 그래? 음.. 잘 정해야지..!"
그러면서 자신의 입시 준비 상황을 저에게 상세하게 말해줬습니다
"사실 나는 수시를 중심으로 준비해오긴 했는데 나도 성적이 바라던만큼은 잘 안 나왔기도 하고 또 과거에 준비했던 거와 달리 전형이 좀 많이 바뀐 부분도 있거든 생각보다 정시로 가는 비율도 많아서 정시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는 있어 그리고 수시여도 상향 쓴 데 중에 최저 있는 곳이 있어서 준비하기는 해야 돼 ㅋㅋ
근데 뭐 실기가 가장 중요하기도 하고 6군데나 쓸 수 있으니까!"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이런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아요)
그 애가 얘기할 때 전 경청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적당해보일 것 같은 호응도 제 나름대로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문이과 입시 얘기만 (얼핏) 듣다가 예체능 계열 입시 얘기를 1:1로 들으니까 되게 신기했어요
"아 그렇구나.. 생각보다 되게 복잡하네"
"어 ㅋㅋ 너도 잘 찾아보고 준비해야지"
"그러게.. (하핫)"
이때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전체적으로 아까 못하신 말씀을 마저 하셨는데
저랑 그 애는 (그 애는 그 때 몸을 조금 돌려 선생님쪽으로 앉아서 들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 말씀을 다 듣고 네~ 대답을 했습니다
그때 즈음 갑자기 말이 끊겨서 다시 정적이 흘렀고
저는 혼자서 아 목마르다는 듯 목에 손을 살짝 대고 옆에 있는 제 물병 뚜껑을 열어서 마셨고
그 애는 다시 제 쪽으로 몸을 돌리고 옆쪽을 아래로 보고 있었어요
다시 또 제가 (속으로) 아 어떡하지 어쩔 줄 몰라할 때 즈음에
걔가 다시 제게 말을 먼저 건넸습니다
"어.. 너 혹시 ## 알아?"
"음.. 응! 알아"
[참고로 ##은 얘가 1학년 때 같은 반 여자애 그리고 저랑 셋이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을 때
"##도 공부 잘 하는 애인데 내가 걔 볼 때 누구는 학원도 안 다니고 착실하게 전교 1등도 하는데 너는 학원도 다니며 왜 자꾸 여기저기 나대면서 그러냐고(?) 그런 얘기를 좀 했었거든 ㅋㅋ"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상처 주는 뉘앙스는 아니고 대충 그런 식으로 얘기했던 걸로 기억해요)
이렇게 말했던 애라서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
제가 답하고 나니
걔가 제가 1학년 때 들었던 그 내용을 얘기하면서 그 때는 말 안 했던 것도 얘기해주었습니다
"근데 걔는 내신 아무리 좋아도 수시로는 대학을 못 가"
"엥 왜?"
"걔가 1학년때 같은 반 애한테 뭔가 안 좋은 일을 했나봐 정확하게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 일 때문에 강제 전학도 될 뻔 했어 결과적으로는 반만 바꾸게 되었다고 하더라"
"와.. 도대체 뭘 했길래 그 정도까지 된 거지 ㄷㄷ"
"그러게 말이야 그래서 생기부에도 무슨 빨간 줄? 기록? 같은 게 남아있어서 사실상 수시는 못 쓴다고 봐야한대"
그 애랑 얘기할 때는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는 못 했을 뿐이지 전 생각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해보니 전 그 애를 제가 1학년 때 과학 발표 대회 (방과 후 신청자들만 하던 거)에서 제대로 망치고 그 이후에 제가 보일 때마다 말로는 위로해주는 말을 하면서 큭큭 낄낄대던 애라서 아 원래 장난기 있고 내가 별로 안 좋아할만한 성격을 가졌다고 판단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렇다고 해서 그 정도로 큰 사고까지 쳤다는게 좀 놀라웠어요
"아 그럼 정시로밖에 못 가는거네?"
"응 그래서 내신 좋은데도 어쩔 수 없이 수능 준비밖에 할 수 없는거지"
"아ㅏ 그렇구나.."
아 그런 경우도 있구나, 과거의 잘못으로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는 것도 정말 답 없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근데 그와 동시에 제 상황도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저는 뭐 자의적으로 길을 좁혀서 이렇게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된 게 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쩝
그리고 그렇게 기분이 좀 이상해질 때 다시 그 애가 절 보며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근데 그래도 넌 그렇게 사고 치는 애도 아니고 수시 쓸 수 있으니까
아예 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야!"
헉 나는 수시 아예 놓았다는 말은 직접적으로 안 하고 고민 중 이라고만 했는데
그렇게 말을 하니 제 심리(?)를 파악한 것 같아서 좀 놀랐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답을 할까 고민 하다가
"어.. 아 아니야! 나도 완전히 포기한 거는 아닌데
내가 원하는 만큼의 학교는 못 갈 것 같아서.."
라며 반은 거짓말 반은 진실로 답했죠
"음 그래? 어디 정도 가고 싶은건데?
연고대? 중앙대?"
"어 응.. 그 뭐라고 해야하지 그래도 이름 들어본 대학
한 열 손가락 안에는 드는 학교는 가고 싶어서"
"아.. 그렇구나 나도 홍대 국민대 이런 데 써보려고 하거든 그런 느낌이거네?"
"응"
"그런데 지금 네 내신으로는 그런 학교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고?"
"어 그런거지..? 아마"
제가 그렇게 답하고 나니
그 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아까 말이 끊겼을 때처럼 대각선 옆을 보며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이때 전 또 다시 정적이 흐르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여태 그 여자애가 대화의 흐름이 끊겨도 먼저 저에게 말을 다시 걸고 이어나가던 것처럼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제가 다시 말을 해봤어요
"그.. 그래서 사실은.."
그러자 그 애가 바로 다시 제 얼굴을 보며
"응 무슨 얘긴데?" 하더라구요
그 애가 저한테 반응해주었고 이후 저는
제가 그동안 느끼고 생각해온 것들을, 말은 다소 끊겼지만 솔직하게 얘기해주었습니다
"사실은 2학년 중반 이후? 그 즈음부터 내신이 좀 이상해서 마음이 좀 기울고 있었어 코로나라서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니 뭔가 내가 좀 나태해지기도 하고 1학년 내신도 마음에 안 들어서 현실부정? 같은거만 하고 지냈던 것 같아"
"응.. 그렇구나"
제가 말을 하는 동안 저한테 시선을 떼지 않고 들어주어서
저는 조금 어쩔 줄 몰라했고 그 애 눈을 보다가 다시 옆을 보다가 그러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어?어.. 그래서 3학년 초부터 이미 마음은 좀 기울어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해"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하려다 끊어져서 다시 어떡하지 하려할 때
이번엔 그 애가 다시 제 말에 답을 해주었습니다
"아.. 그랬었구나 근데 괜찮아, 다른 애들도 대부분 다 그랬고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잘 못했을 수도 있지
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어서 괜히 우울해지고 그런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음.. 그런가..?"
"응 대학에서 그런 거 다 감안해 줄 거야 학교에서 수업도 제대로 못 듣고 활동도 제대로 못 했는데 그렇게 깐깐하게 보실 리가 없어 그리고 솔직히 난 작년에 고 3보다도 고 2가 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
3학년이면 마무리할 시기인데 우리들은 그때 한창 학교에 나가서 이것저것 해야할 때 못 한 거잖아? 그니까 생각보다는 그렇게 네가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아"
헉
들어보니 그 애가 하는 말은 저희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과 맥락이 비슷해서 정말 놀랐어요
제가 그대로 얘기를 하니까
"그치? 내 말이 맞다니까 ㅋㅋ" 하더라구요
신기했고 그런 말을 그동안 누군지 몰랐던 또래한테도 들으니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제가 하고 싶었던 말도 꺼내고 싶었어요
대화 초반 때라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얼떨떨해서
그런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만 하고 넘어갔을텐데
대화가 계속 지속되면서 점점 그 애가 정말 편하게 잘 대해준다는 느낌을 받고
비슷한 얘기를 해주신 선생님 말씀을 들었을 때 느꼈던 걸 용기 있게 그 애한테 말을 했습니다
"저.. 근데 있잖아"
"응?"
"네 말을 들어보니까 일리가 있고 맞는 말 같기는 한데.. 그
코로나 시국을 감안한다고 해도 내가 2학년 때는 1학년 때와 달리 어디 활동 같은 걸 거의 안 했거든..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할 수 있어도 안 했다고 해야하나?"
라고 하니
그 애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헐 왜?" 라고 물어봤어요
"아.. 사실 1학년 때는 어느 과 하나를 목표로 집중적으로 했는데 돌아보니까 이게 정말 맞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어느 과를 목표로 할까, 이 활동들은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까, 이것저것 고민을 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그냥 안 한 것과 거의 똑같아졌어"
말을 하고 나서 그 애가 음.. 하며 무표정 + 생각하는 표정을 드러내니까 저는
아 큰일 났다 (?) 여기서 더 무슨 말을 하지 하다가
추가로
"아ㅏㅏ 그냥 이건 코로나랑 별개로 수시 전형에 회의감? 같은게 들어서 그런 거고 크게 신경 쓸 거는 아니야!"
라고 말했습니다
"음.. 그래?"
"응 그래서 일단 그런 생각 없이 내신이든 수능이든 성적을 올리는 걸 1순위로 하려고 했는데
모의고사 성적이 생각보다는 잘 안 나와서 진로 희망 방향성을 조금 틀어야 하나 고민도 하고 있어"
"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뭘 고르든 모든 과 다 갈 수 있는 거 아니야?"
"아.. 그 내가 이과거든 이공계열로 가려면 수학 특정 과목이랑 탐구는 모두 과학으로 해야 해 근데 그 문과?로 하면 너 말대로 과목 제한이 없어. 만약 문과로 바꾸면 상대적으로 할만한 과목을 고를 수 있어서 고민 중이야"
"아 그래? 내가 예체능이라 잘 몰랐어 ㅋㅋ
근데 굳이 과목을 바꾸면서 까지 시험을 봐야 하는 거야? 원래 네가 좋아하던 건 뭔데?"
그러자 저는 어.. 이런 것 까지 자세히 말하려니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저도 모르게 조금씩 막히면서도 답을 끝까지 해나갔습니다
"음.. 예전에는 수학?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물리, 천문학? 같은 데에도 관심이 좀 있고
생각해보니 사회 과학 쪽도 이렇게 사문탐 수업도 들어보니 흥미가 생기는 것 같더라고..?"
"아 그렇구나 정말로 네가 가고 싶은 과 가기에 상관이 없으면 바꾸어서 골라도 괜찮긴 하지"
"그런가..? ㅋㅋ"
"근데 만약에 성적 올려서 대학 높게 가려고 과목을 바꾸는거면 안 하는게 좋을 것 같아"
"아.. 그래?"
"어. 요즘은 예전처럼 그렇게 학벌이 엄청나게 중요한 시대도 아니고
대학 급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자기 적성에 맞는 과를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실 저도 당연히 2~3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 애에게 요즈음 느끼는 심정,
즉 지금 당장 성적이 안 나오니까 내몰렸다는 느낌도 들고
낮은 대학을 갈까봐 두렵다고 말하며 답을 했죠
그러니까 그 애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지금 성과가 잘 안 나온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그럴거라는 이유도 없고
앞으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며 파고들면 분명히 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해"
"아..아ㅏ 고마워.."
"정말로 학벌이 다가 아니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
"어? 응.."
"진짜 중요해 정말로.."
처음 한 번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아 그래 그렇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이 말을 여러 번,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게 말하는 걸 들으니
뭔가 정신이 빠짝 들면서도 그 말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전 그 말을 듣고
마치 크게 혼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아하하하ㅏ하.. 그러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대화할 때 느껴본 적은 없는 신선한 충격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또 다시 어색한 정적이 찾아오고
한 10여초? 정도 뒤에 그 애가 다시 먼저 말을 했어요
"너 혹시 INFJ야?"
"응? MBTI 말하는 거야?"
"응 MBTI 말이야 너 INFJ 맞지?"
헉 뭐야 어떻게 알았지..?
전 깜짝 놀라서 몇 초 있다가 대답을 했습니다
"헐 맞아 어떻게 알았어..?"
"ㅋㅋㅋㄱ 너랑 얘기하다 보니까 니 성격이 딱 그거였을 것 같았어"
"에 어떤 면이..?"
"그냥 뭐 딱 감이 오던데? 너 혼자서 고민이 많고 여러가지 생각 많이 하지?"
"헐 맞아 ㄷㄷ"
"음.. 그리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고?"
"어..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못 하지만 뭐 그런 것 같기도 해"
근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 같은데 음? 뭐지 했.. 읍읍
"거봐 맞지?"
"오.. 우와 그게 딱 보인다는 게 되게 신기하다"
"ㅋㅋㅋㄱ 그래? ㅎㅎ"
그 애가 제 MBTI를 맞춘 게 정말 신기했어요
그러다 문득 얘의 MBTI는 뭘까 궁금해져서 저도 물어봤습니다
"음.. 그럼 네 MBTI는 뭐야?"
"나? 뭐일거 같아? 한 번 맞춰봐!"
"아.. 나 이런 거 잘 모르는데
음.. ENFP? ENFJ?"
"땡 ㅋㅋ 나 ESTP야"
전 당연히 얘도 N이나 F 하나 이상은 있을 줄 알았는데
완전히 틀려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ㄷㄷ
어 근데 그러고 보니..?
"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너 나랑 다 반ㄷ..?"
"응 맞아 성향이 완전 반대야"
"와 되게 신기하다 나 나랑 MBTI 다 반대인 사람 처음 봐"
"ㅋㅋㅋ 그래? 나도 전에 본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거의 처음인 것 같네?"
우와 너무 신기해서 저는 오.. 와.. 하면서 한 5초 넘게 그러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랑 완전히 다른 성향인 사람을 만나면.. 되게 불편하고 정말 안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런게 아닌가보네? 되게 의외..? 인 것 같아"
"앜 그런 게 어딨어 ㅋㅋ 지금 우리 여태 잘 얘기하고 있잖아"
"아 그런가..? 하핫.."
얘기하다 보니 문득 궁금한 게 생겨 얘한테 뭐 하나를 물어봤습니다
"저기 근데.. 너는 어떻게 이렇게 모르는 애?랑도 대화를 잘 하는거야?
나를 알고 있었다고는 해도 친한 사이는 아닌데 먼저 말 거는 것도 되게 신기한 것 같아"
"아 그래? 나는 그냥 뭐 다른 애랑 얘기하고 싶으면 먼저 말을 걸어보는 건데"
"헐..? 그게 돼? 난 그래도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말을 잘 못 거는데"
"뭐 어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으면 먼저 해보는 거지!"
그 애는 제 말에 이렇게 답을 해주고 나서 문득 잠깐 생각을 하더니 저한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 네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나 걱정거리들 다른 친구들에게 말해본 적 없어?"
"어? 뭐 아예 없지는 않은데 가능하면 안 하려고 하는 편이야
솔직히 애들 진지하고 게다가 개인적인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을 거고"
"에에? 그게 뭐 어때서! 같은 또래가 고민이 있다는데 그걸 안 들어주려나..?"
"음.. 내가 여태까지 생활하면서 느낀 바로는 그럴 것 같아서.."
"그래도 먼저 말이라도 한 번 해보지.."
"어.. 일단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또 거절당할 게 뻔해서 여태 못했던 것 같아
근데 너ㄴ ("만약 ㄱ)
: 이때 말이 겹쳤었어요
"아 너 먼저 말 해!"
"아냐 너 먼저 해도 되는데"
"괜찮아 너 말해"
그러고 나서 다시 제가 걔한테 이렇게 물어봤었습니다
"아.. 고마워
너는 다른 친구에게 말을 걸었는데 거절 당해도 기분 안 상해?"
"음.. 글쎄? 딱히 거절당해본 적도 얼마 없는 것 같고 있어도 애초에 그 사람이 말하기 힘든 상황도 아닐 때에
말을 거는데 답을 안 하고 쌩까는 건 그 애가 나쁘다고 생각해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너랑 잘 대화하고 있는데 내가 말을 걸기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면 아마 이런 얘기도 못 나누었을 거고 ㅋㅋ"
"(우)아.. 되게 긍정적인 것 같아 멋있다"
"너도 너무 걱정만 하지 말고 꼭 그렇게 해봐
마음 속에만 담으면 속상하잖아"
"어.. 고마워! ㅎㅎ"
그렇게 답을 하고
가볍게 스트레칭하면서 시계를 보니까 벌써 2~3분 밖에 안 남았더라구요? ㄷㄷ
"헐 뭐야 벌써 시간이 다 갔네"
"그러게? 언제 저렇게 시간이 다 간거지 ㅋㅋ"
"와.. 나 모르던 애랑 그것도 여자애랑 1시간 넘게 얘기한 거 처음이야 진짜 신기하다"
"앜 그래? 근데 너랑 대화해보니까 처음엔 조금 그랬어도 얘기 좀 하다보니 너도 되게 말을 잘했어"
"오.. 그렇구나 ㅎㅎ"
"너도 여기 반이야?"
"아 아니! 나 5반이야
저쪽 반에서 와서 자리 빈 데에 앉는데 너 여기 있는 거 보고 이 쪽에 앉았거든"
"아.. 그렇구나 아까 책 보느라 못 봤어 미안ㅋㅋ
나는 10반이야"
"아 여기 바로 옆반이야?"
"응 ㅋㅋ 그래도 가까워서 좋은 것 같아"
"그렇구나~"
그리고 딱 그때 즈음에 종이 쳤습니다
"헉 벌써 종쳤네 나 이제 가볼게!"
"응 너도 잘 가~"
그렇게 인사를 하며 저랑 그 애는 각자 반으로 이동했고
저는 여태까지 겪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이후 나머지 교시들에서도 계속 생각이 나게 되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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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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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잘 그리는 것도 아닌데 한 구석에서 혼자 끄적이고 있기엔 너무 눈치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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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우 현강 0
잠실 로고스 심찬우 현강 신청 언제부터 하나요? 아님 초반에 한번 신청하면 끝인가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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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윤 현돌 0
쌍윤 현돌 필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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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리기 시작하니까 씀씀이가 커짐 근데 일케구울거면 원쁠정도만 살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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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하면 3
개 강하나?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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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개강해서 부럽노 12
나는 휴학해서 학교 안가는데…. 학교 가고 싶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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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의 길은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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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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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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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파악끝~~~ 2
놀랍게도 이게 1/3 ㄹㅇㅋㅋ
^^|발.
반으로 줄일까용
몰라 세개 다 정성들여 쓰든 알아서 해 개추나 박고 방에 들어가야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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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요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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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하. 스크랩 스크랩..
엄청 길죠 ㄷㄷ
아뇨 ㅋㅋㅋㅎㅋㅎ 여러번 읽을려고..
후속편 존버해야지 ㄹㅇ
이시간에 세레노 들으면서 읽으니 조으네요... 다음편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