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를 탈출하고 이제 고려대에 원서를 접수할 한 수험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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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학교 1학년 때에는 사학과를 가고 싶어 했습니다. 워낙 역사를 좋아했습니다.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전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준비를 했었고 그 해 여름에 1급을 취득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중학교 2학년 때 화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게 되었는데, 이 때 일반화학을 공부하면서 화학에 상당한 흥미가 생겼었고 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의 진로를 화학과와 화학공학과로 바꾸었습니다.
그 후 중학교 3학년 때에는 화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던 경험을 살려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2차 필기 시험까지 합격했으나, 마지막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저에게는 그 때까지 중 처음으로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물리라는 학문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고, 또한 이과로 대학을 진학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사라졌고 경영학과를 진학하겠다는 생각으로 일반 자사고로 진학하였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첫 학기 중간, 기말고사는 각각 7등, 13등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러나 통합과학은 첫 학기에 4등급을 받았고 과학탐구실험은 5등급이었습니다. 2학기 중간, 기말고사는 각각 3등, 8등을 기록하였으나 통합과학은 여전히 3등급 후반이었습니다. 그래서 역시 난 이과는 아닌가 보다 하면서 문과로 진학하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2학년 내신과목 선택도 가장 자신 있었던 동아시아사와 지리를 선택했습니다.
막 확정 지으려던 순간에 담임 선생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너 수학 점수가 너무 아까워. (당시 수학은 전교에서 10등 안에 들었습니다.) 마침 진로 결정하는 것도 제약 기업을 경영하고 싶다고 적었으니 이거를 제약 기업에서 연구하는 거로 바꿔서 이과로 트는 게 어때?’
이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1학년 수준의 통합과학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던 내가 과연 이과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그래도 까짓 거 일단 부딪혀 보자 하는 생각으로 선택과목을 물리, 화학, 지구과학으로 변경하고 이과로 전향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제가 학창 시절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고 묵묵히 공부만 한 것도 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핑계를 대는 것이 싫었습니다. ‘난 이과로 이제 막 넘어온 것이기 때문에 못하는 게 당연해.’ 이런 말을 하는 저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잘 하던 화학을 제외한 나머지 과탐 과목들을 겨울방학동안 계속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첫 중간고사, 저는 과학탐구 뿐만 아니라 나머지 과목들도 거의 다 3-5등급 대의 성적으로 싹 다 망쳐버렸고, 1학년 때 전교생 400명 초중반대의 학생들 중 8등을 기록하던 전교권 학생은 이과생 220명 중 137등으로 몰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때가 아마 제 학창 시절 중 첫 슬럼프였을 겁니다. 저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웠죠. ‘난 분명 엄청 열심히 했는데, 대체 난 왜 그게 결과로 안 나와주는 건가.’
하지만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괜히 나 자신이 힘들어서 감정적으로 자주 동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부터 어떤 일이 있어도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더 차분하게 공부했고, 137등을 기록하던 학생은 어느덧 나머지 시험에서 점차 성적을 끌어올려 고2 1학기 기말고사와 고2 2학기 중간, 기말고사에서 각각 61등, 13등, 24등으로 반등에 성공하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날 때 쯤이면 수능에서 탐구를 어느 과목으로 응시할 지 선택할 겁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물리 내신이 6등급이었기에 선택의 여지 없이 화학 1과 지구과학 1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2월에 3학년 담임 선생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수시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여쭤 보니 성균관대 서강대 공대가 적정이고 (한양대는 이상하리만큼 제가 진학한 고등학교를 안 뽑는다고 하더군요.) 고려대는 제가 과학 내신이 워낙 하자였기에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당시 저의 목표는 연고대 공대나 성균관대 계약학과였기에 담임 선생님께서 내신은 일단 할 수 있을 만큼만 챙기고 정시도 같이 병행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쯤해서 저의 고2 때까지의 모의고사 성적을 밝혀 보면 국어나 영어 거의 항상 1등급 중애서도 상위권 점수를 받았으나, 수학과 과학이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수학은 80을 넘은 적이 거의 없었고 과탐은 고2 수준이었지만 2-3등급을 왔다갔다 했었고 운이 좋으면 가끔 1등급이 나왔습니다.
수학과 탐구가 제 약점 과목이었기에 탐구를 중심으로 겨울 방학을 보냈습니다. 국수영화지의 공부 비율을 대략 13123 정도로 잡고 공부했어요.
겨울 동안 열심히 공부를 했고 이제 3월 학력평가를 봐야 하는데.. 이 때 코로나 사태가 터졌습니다. 등교와 3월 학력평가가 기약없이 미뤄졌고 결국 4월 말이 되어서야 학력평가를 치뤘습니다. 결과는 국어 100, 수학 84, 영어 91, 화학 50 지구과학 47 이었습니다. 잘 봐서 기분은 좋았죠. 항상 80도 넘기기 힘들었던 수학이 84점이 나왔고 이 때 1등급 컷이 낮아서 1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때 약간 제 자신에 도취되었던 거 같습니다.
근데 여기서 한 가지 방심한 것이 있었어요. 이 시험은 집 모의고사였고 엔수생들은 참여하지 않는 시험이었어요. 그랬기에 84점이 1등급 컷이라고 이것을 그대로 믿을 점수도, 믿어서도 안 될 점수였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제 수학 점수를 믿고 그 이전에 비해 약간 느슨하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그 타격이 4월 학력평가에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4월 학력평가가 국어 98 영어 98 화학 50 지구과학 50이었는데 수학이 65점까지 폭락하였습니다. 학력평가 기준으로는 3등급 후반 이었으나 평가원 시험이었다면 4등급이었을 겁니다. 정시 입시에서는 수학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게 다 1등급이어도 수학 한 과목이 저렇게 망해버리면 대학 가는 게 상당히 힘들어집니다.
이것 때문에 원래 슬슬 놓으려 했던 수시를 다시 잡기 시작했어요. 자칫 잘못하면 서강대 공대도 힘들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었죠.
그러면서 수학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이 때부터 공부 시간의 거의 70% 정도를 수학에만 투자한 거 같습니다.
그렇게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이 6월 평가원 시험을 기준으로 수시냐 정시냐를 결정 짓겠다고 말씀드렸고 그로 인해 평소보다 더 긴장한 상태로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국어 96, 수학 92 (!!), 영어 89 화학 44였고 지구과학은 원점수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3등급 중반대였습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후반부 시험을 망쳤습니다. 대략 수시로 갈 학교와 비슷한 선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애매해져서 사관학교 시험을 치뤄 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수시를 버릴 지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사관학교 시험은 최초합 했었고, 수학이 100점이었어서 최종적으로 수시를 버리기로 확정지었습니다.
그래서 정시로 완전히 틀었고 이 때부터는 정말 공부밖에 안 했네요.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먹고 학교 가는 길에 지구과학 지엽 개념들 읽어보고, 학교에서는 시간대별로 전 과목 공부하고, 학교 끝나면 집 가거나 학원 가서 다시 공부하고, 학원 끝나면 바로 집 가서 배웠던 내용들 복습하는 등 정말 치열히 공부했습니다. 아마 제가 기억하기로는 하루에 대략 11시간 정도 공부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치뤘고 등급으로는 11222, 원점수 95, 92, 86, 45, 45를 받았습니다. 이 점수가 아마 고려대 공대 정도 갈 만한 점수였을 겁니다. 하지만 전에 잠깐 느슨해 졌다가 처참히 망한 기억이 있었기에, 여기서 하던 공부를 더 박차를 가해서 공부했습니다.
평소 하던 대로 계속 공부했고 시간은 어느새 흘러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마 수능을 재도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시기에 교실 분위기가 상당히 흐트러져 있을 겁니다. 이 때 여러분들은 공부하셔야 합니다. 같이 흐트러져서는 안 됩니다. 생각보다 이 시기에 하는 공부로도 점수가 오릅니다.
이제 현역 수능 때의 이야기를 할 차례인데요.. 글이 좀 길어진 거 같기도 하고 반응 봐서 괜찮으면 추가로 현역 수능 때의 이야기부터 올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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