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나 진짜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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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9월 모의고사 치는 날 9월 1일이었거든? 2교시 수학치는 중이었는데 진짜로 갑자기, 아무 전조도 없이 갑자기 그 짧은 수학 문제가 이해가 안되는 거야. 이게 뭐지? 이게 뭐지? 글을 슥 보는 것만으로 문제가 이해가 안돼서 손가락으로 더듬어 가면서 읽었어. 수학 문제를. 그 짧은 수학 문제를. 어제 잠을 잘 못자서 그런가봐. 내가 컨디션이 안좋아서 그런가봐. 그럴 수 있지, 앞으로는 좀 일찍 자자. 그랬는데 그 순간부터 내 눈이 완전히 이상해졌어. 아무리 읽어도 내용이 이해가 안가. 검은 글씨의 흰 부분이 막 빛이 번쩍거리는 것처럼 보이는거야. 모든 글을,국어 비문학 지문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가면서 읽는 상상 해봤을까. 병원을 갔어. 큰 종합병원에 있는 안과를 갔어. 증상을 설명해도 이해를 못해. 그러니까 글씨가 뿌옇게 보이는 건 아니죠? 안압 한번 재봅시다. 안압은 딱 정상과 위험 경계라고 나왔어. 20인가 그랬어. 시력도 다시 쟀어. 가운데 있는 불빛에 시선을 고정하고 다른데서 불빛이 느껴지면 달칵하고 누르는 검사도 했고 눈에 무슨 약을 넣고 지금은 보는 게 좀 어때요 괜찮아요 이렇게 물어보시기도 했는데 똑같았어. 시신경에 이상 없고 괜찮대. 검사비가 보험이 있었는데도 15만원 가까이 나왔어. 병원비 보통 많아야 만원 하는 줄 알았는데. 검사는 이상이 없대. 해줄 수 있는 게 없대. 내가 안경 도수를 좀 낮춰달라고 했어. 가까운데 있는 책만 보니까 나한테 맞는 안경이지만 혹시나 그게 문제일 수도 있나 싶어서. 과교정 처방을 받았고 안경 도수를 낮췄지만 과교정이 아니었어. 안경 도수가 낮으니까 일상생활이 너무 불편해. 그냥 안경을 안낀 거나 다름없어. 근데 글씨는 똑같이 안읽어져. 진짜 미치는 줄 알았어. 수능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지금 공부만해도 모자랄 판에 글씨를 못읽어서 이지랄하고있는게 너무 화나고 억울하고 무서웠어. 앞으로도 안나아질까봐. 수능 날에도 이럴까봐. 네이버에 막 검색했다 그때 처음 오르비를 알게됐어. 수험생 난독증이라고 검색하니까 나오는 글이 오르비에 있었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고 자기는 괜찮아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국어 난독증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국어 시간이 촉박해서 긴장했을 때 순간적으로 난독이 오는 게 아니라 그냥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글 읽기가 힘들어 진거였어서. 하물며 웹툰을 봐도 말풍선에 글이 많으면 한번에 이해가 안됐어. 소설책 같은 걸 봐도 그냥 눈으로 훑어도 다 이해가 돼야하는 내용을 머리가 못받아들여서 집에 있던 소설책 붙잡고 운적도 있다. 막 이걸 왜 못 읽냐고 내가 이러면서.. 시간이 지나서 나아졌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안그랬어. 불면증도 생겼어. 그래서 정신과를 갔어. 방법이 없었거든. 그리고 그냥 괜찮다가 갑자기 심장이 엄청 빨리 뛰면서 숨쉬기 힘들어지는 증상도 생겼다? 이걸로는 솔직히 병원가기 싫었는데, 누가봐도 정신병처럼 보여서ㅋㅋ 근데 잠을 못자니까 어쩔 수 없이 그리고 글 못 읽는 것도 정신적인 문제이겠다 하는 진짜 그 어쩔 수 없는 확신이 들어서 갔는데 증상 솔직하게 말하면 공황 뭐 이런 진단 받을까봐 그러기 싫어서 그냥 문제풀때 긴장하면 심장 빨리뛰고 약간 숨쉬기 힘들고 글씨도 못읽겠다~ 잠도 잘 못자요~저 멘탈은 진짜 건강한데 몸이 주인 말을 안듣네요ㅋㅋ~~ 진짜 이렇게 말함 엄마한테 전화할까봐;; 사실 멘ㅇ탈이 젤 심각한 상태였는데 이렇게 장난처럼 말했더니 심장박동 느리게 하는 약? 처방받았고 잠안오면 잠자기 전에 먹어도 되고 문제풀다가 심장이 두근거리고 긴장된다 할때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수면 유도제? 수면제? 받았는데 그거는 의존성이 있다고 심장느리게 하는 약 먹고 잠들 수 있으면 그거는 안먹어도 된다고 했다. 한번 먹어봤는데 효과 진짜 좋더라 먹으니까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으어어 이렇게 잠자게 되는데 다음날까지 어지럽고 상태가 안좋은 부작용이 있어서 다음부터 그냥 안먹었다. 그 때 그 종합병원에 있는 정신과였었어서 저번에 갔던 안과에서 검사 한번 더 했는데 여전히 이상 없고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초점 잡는게 힘들면 한쪽 눈 안대로 가리고 읽어보라고 함 해도 똑같았음 오히려 한짝으론 읽어지지가 않음 가린 눈만 감을 수가 없었음 윙크하고 읽는.. 불가능 대학병원 가서 정밀검사하라고 하는데 시발 그럴 시간이 어딧음 솔직히 이거 눈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음 정신과 갔다가 오니까 플라시보 효과인지 불면증은 약간 괜찮아졌는데 글은 여전히 읽어지지가 않았고 공부는 될 리가 없고 이감도 샀는데 무서워서 못풀었다 ㅋㅋㅋㅋ 진짜 웃기지 나는 국어 진짜 100프로 감으로 그 그읽그풀? 비문학 지문 먼저 읽고 이해한 다음에 문제푸는 사람이라서 국어 기출분석도 아예 안하고 강기분 겨울방학 때 듣다가한 10강만에 때려치웠음 국어는 그냥 진짜 스킬 하나도 없이 읽어서 풀어왔는데 우와 글을 못읽어 나는 그냥 끝났구나 싶었다. 모고풀면 나락간 점수 나올 게 뻔히 보이지만 진짜로 시간재고 풀었는데 난독증에 아무것도 못하고 낮은 점수 나오는 게 무서워서 못풀었다. 화작 선택한 것도 너무 당연함 국어 읽어서 풀자가 문법 같은 걸 알리가 없음 근데 읽어서 풀어서 6모 화작으로 원점수 94였나 백분위 98 나와서 그냥 국어공부 안했다 그렇게 목표가 높지도 않아서 국어 더 잘받겠단 욕심도 없었고 확통문돌이 3등급 나오는 수학을 잡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9모 국어까지가 내가 글씨 똑바로 읽을 수 있던 때였는데 9모에 화작 원점수 98이었음 걍 그렇게 국어 감으로 하다가 글을 읽어도 이해가 안되니까 내가 얼마나 무서웠겠음 차마 그걸 점수로 확인받을 수가 없었음 괜찮다고 세뇌하고 있는데 멘탈 터질까봐 그렇게 난독증은 점점 심해지고 공황같은 것도 더 심해져서 하루에 그 심장박동 늦추는 약 네번씩 먹고 그랬음 울다가 공부하다가 약먹다가 마음비우다가 수능날 됐고 기적은 없었음 3년 동안 모든 모의고사에서 1이었던 영어를 2받고, 1년동안 그것만 했는데 수학도 나락간 3 나오고 탐구 ㅋㅋㅋㅋ 글 이해가 별로 영향을 안줘서 암기 죽어라 해서 69 둘다 만점이었던 세지를 3등급 받음 국어 지문 변증법 읽다가 또 식은땀나고 심장뛰고 숨쉬기 힘든거 거 와가지고 약 먹어야 하는데 그걸 약봉지를 까서 책상에 올려놔야 하는데 아침에 그렇게 하는 걸 잊었음 진짜 그냥 절망편이었음 내가 예상한 수능 시나리오 중에 가장 최악인.. 그냥 눈물도 안나왔음 사실 10월 이후로는 그냥 맨날 울면서 살아서 진심 수험생 우울증 치료받고 싶었는데 곧 수능인데 그럴 여유가 어딨음 그랬음 진짜 열심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맨날 학교에서 잔다고 집에서 주말에 잔다고 욕먹었는데 나 불면증인건 말해도 아무도 이해못했음 그 공황같은 건 아예 말도 안꺼냄 이상하게볼까봐 엄마는 정신과 가는 것도 싫어해서 약 먹지말라했음 낮에 잘 수 밖에 없었음 내가 나보고 열심히 안했다고 비난했고 지금도 하고있는데 나 진짜 열심히 했음 나 진짜 죽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이건 그때 진짜 우울증이었던거같음 병원안가고 용케 잘 살았는데 님들은병원가서 우울증진단받고 약먹으셈) 나 진짜로 열심히 했음 나 진짜 열심히 했음 손으로 더듬어 가는 게 나은지 펜으로 밑줄 긋는 게 나은지 샤프 뒤로 선 안긋고 그어보는 게 나은지 잠을 얼마나 자야 그마나 글이 좀 읽어지는지 울고나면 눈에 긴장이 풀려서 좀 괜찮은 거같기도 했는데 잠깐이었음 인공눈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거의 어대면서 살았음 근데 나 수능 이렇게 나락갔어도 재수 못하겠음 해도 독재해야함 지원안해준다했으니까 지금은 좀 괜찮아졌는데 재수했다가 또 난독증이랑 공황오면 어떡함 나 이따위로 망한 결과지만 두번한다고 재수한다고 이거보다 잘할 자신이없음 못하겠음 그냥 정시 원서 넣으니까 잠도 안오고 그냥 누구한테든 좀 말하고 싶었음 근데 이유없이 눈물나는 건 아 직 약간 안고쳐짐 몰라 사람들 다 잘 넘어가는 산을 나만 혼자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온갖난리치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안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솔직히 뭐때문인지 잘 모르겠음 아빠 때문에.. 무조건 좋은 대학가서 집 나가서 독립해서 나 혼자 잘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부담이었어서 그런가 10월 모고 치다가 중간에 나옴ㅋㅋ.. 국어 점수 나오는 게 무서워서 한국사까지 안치면 성적표 안받잖아그리고 수능 한 2주전인가 엄마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데 기억안남 우울증이면 기억력 감퇴되는 거 다들아나 그 말 듣고 진짜 아파트옥상올라가서 죽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무서워서 못죽고 밤새 진짜 밤새 울었는데 다음날 눈 충격적이게 부어서 수학학원쌤이 그거보고 뭔일있ㄴㅑ고 물어볼 정도였ㄱ음 나 부모한테 진짜 정이 없음 아빠는 어릴때부터....소리지르고물건던져서진짜개무서웠음 나 때리려고 다가오는거뇌리에박혀서안잊혀짐 나 아직도 그래서 소리지르는 사람 목소리큰사람 무서워함 엄마도 걍..다를바 없음 스카가서 다잘때까지기다렸다가집들감 근데 고3때 친구가 자기도 공황장애있었는데 진단 받고 약 먹으니까 괜찮아졌다고 말해줬는데 그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름 나도 걔한테 정병밍아웃함 ㅋㅋ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는데 수능끝나고 잠이엄청와서 잠진짜많이자고 이제 글도 괜찮게 읽어지는 거 같음 감정조절이 약간힘들긴한데 걍대학 그냥 올해 가서 기숙사제발들어가고싶음 행복하게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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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어요.
저도 한번 더는 못하겠네요.
재수할때 너무 힘들면 그럴 수도 있는거고
ㅠㅠ
얼마나 힘들었을지.. 수고 많았어요 꼭 기숙사 가서 자유로운 생활을 좀 즐겼으면 하네요 건강, 행복이 더 우선이죠 좋은 생각 많이 하세요!
대단합니다 그런 시간들을 버텨냈다는게
화이팅
꼭 나중에 보상받을거예요
헉 저랑 완전완전 똑같은 증세에요...
혹시 댓글보시면 질문드려도되나요??ㅠ
헉 지금 봤네요 쪽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