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의 입시 후기와 빠꾸없는 정시지원 (+질문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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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르비에 글쓰는건 처음인 22수능 현역이였던 03입니다. 계속 나가 놀다가 오늘 집콕하는김에 뻘글 하나 남겨봅니다.
1. 수능 후기
사진을 하나 첨부했는데, 우선 저는 첫 수능에 실패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이 성적에 감사하겠지만 제 기준에서는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결국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면 그건 실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과탐 선택에서 아실수 있듯이 저는 서울대학교를 지망하던 현역이였습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를 지망해서, 주변이 뭐라던 일단 생2를 고르고 봤습니다. 물론 그 댓가는 컸습니다. 내신 베이스도 없이 처음부터 시작하는 생2때문에 부담이 되었습니다. 공부 밸런스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는 영어를 버렸습니다. 영어에는 상당히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릴때부터 나름 공부를 많이 해왔던 과목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영어에 소홀해졌습니다. 실제로 고등학교 3년동안 응시한 교육청, 6월, 9월 평가원 시험에서 단 한번도 1등급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수능에서는? 89점. 수능에서 89점을 받고 몇시간동안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도 불안해서 9평 이후 Read n Logic이랑 이명학 실모를 풀었지만 이전의 소홀했던 것 때문에 벌받은 것 같습니다.
국어 역시 너무 아쉬웠습니다. 텍스트를 보고 이해하는 데에 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고하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저는 시간 안에 45문제를 다 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실전 모의고사를 여러 차례 풀면서 어느정도 극복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수능장에서는 달랐습니다. 화작을 풀때 평소에는 답이 안보이면 지문을 다시 들여다봤던 것이 수능장에서는 패닉이 와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더라구요. 문학도 평소엔 과감하게 넘기는 연습을 많이 했지만 결국 한지문을 날렸습니다. 저는 화작 독서 문학 순서대로 푸는데 문학을 시작할 때 23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윤흥길 작가의 작품을 통으로 날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화작 2개, 독서 2개, 문학 5개를 틀리면서 2컷이라는 성적을 받게 됩니다.
수학은 사실 가장 자신이 있었던 과목이고, 가장 많이 투자한 과목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4점 하나 문제를 잘못읽으면서 하나를 틀리긴 했지만, 96점이면 나름 나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15, 22, 30번을 남기고 다 풀었을 때, 무슨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지만 30번부터 덤볐습니다. 사실 국어때 지문 하나를 날린 것 때문에 "수학 100점 못받으면 x된다"라는 생각이 뇌를 지배했기 때문에 푸는 순서는 상관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국어수학을 보고 나서 허탈해졌습니다. "그냥 끝까지 응시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나머지 시험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풀어진 긴장은 탐구 시간에 되살아났습니다. 시험이 그냥 존x 어려워서 그랬습니다. 그래도 물리는 선방 했는데, 생2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맙니다. 비킬러랑 킬러 두어개를 풀고 4문제가 남았을 때, 하필이면 역배점+오류 문제였던 20번을 선택해서 풀어버린 것이죠. 심지어 귀류에서 한번 막혔기 때문에, 다른 문제를 풀 시간이 없어서 그냥 20번에 뼈를 묻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해서 맞추긴 했지만,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전원 정답 처리가 된 바람에 저는 나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2. 현역으로 정시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
학교수업과 내신대비 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는 최상위권의 내신은 아니었지만 고대 일반과 정도는 쓸수 있는 내신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을 내던져버리기엔 무서워서 3학년 1학기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4월에 3주, 6월에 3주 있는 내신 휴강때 내신을 챙긴 것입니다. 화작, 영어, 미적분, 물2, 화2, 생2 등등 수능공부를 병행하기엔 쉽지 않은 과목들을 챙겨야 했습니다. 특히 영어<<<진짜 미친놈입니다. 무슨 1학기 범위도 아니고 기말 범위가 수특 지문 80개? 그냥 내신에 다 바쳐야 했습니다. (이 글과는 관련 없는 주제지만 "내신"영어는 바뀌어야 합니다. 그거 다 외워봤자 남는건 지엽 문법밖에 없습니다.) 내신을 거치고 나니까 국영수탐에 대한 감이 완전히 박살났습니다. 특히 탐구가 맛이 가더군요. 물리가 어느정도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내신의 풍파를 제대로 맞아서, 실모 시즌까지 고생좀 했습니다.
또한 학교 수업 때문에 아침 국어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다고 해도 제대로 몰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능 준비하시는 현역 04분들이 있다면 그냥 학교 7~8시간동안 수학이나 하시고 국어는 학교 끝나고 하시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현역은 루틴이라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니, 공부 효율이라도 챙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까진 말 안하려고 했는데, 몇몇 선생님들 자습시간에 학생이 누가봐도 시간재고 실전모의고사 풀고 있는데 말거는건 어디서 배워먹으신건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3. 정신나간 수시지원
담임 선생님과 수시 상담을 했을 때, 선생님이 고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지원하라고 하셨습니다. 제 내신 점수대가 선배님들의 데이터로 봤을 때 자연계와 웬만한 공대는 가능했지만 전컴라인은 좀 에바인것 같아서 낮춰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저의 정시 성적을 기대한다고 수시를 높여쓰자고 설득하셨습니다. 저는 원래 전자나 컴퓨터 쪽으로 진학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승낙하게 됩니다. 그렇게 쓴 수시 6장은 고대 전기, 연대 물리, 설대 전기, 의대논술 3개였습니다. 고대 제외 5장은 기대도 안해서 별로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고대는 1차를 붙었고, 면접에 강점이 있었던 지라 면접도 잘 봤지만 최종탈락했습니다. 의대논술은...영어 89로 인해 최저가 다 떨어져버렸습니다ㅋㅋㅋㅋ 그렇게 정시로 넘어가게 됩니다.
4. 정시 상담, 그리고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의 재수 권유
수능 성적이 나오고 학교 상담을 받기 전에 jin학과 gs을 이용해서 대략적인 라인을 잡아보았습니다. 설대는 농대나 사범대 정도가 나오고, 고대는 자연대 몇개가 가능권이었습니다. 연고대 교차 대부분과&서성한 이하부터는 거의 모든 과가 6칸 이상이었습니다. 그렇게 과를 몇개 추려서 담임선생님에게 가서 말씀드리고,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받았던 12월 말 시점에는 상당수의 과가 5칸~4칸 수준으로 떨어졌고, 정시 지원이 많이 위험해졌습니다. 그래서 나군에 설대를 쓰고, 가군에 한양컴은 어떠냐고 선생님께 물어보았습니다. 한양컴은 칸수가 떨어지지 않고 항상 6칸 최초로 안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한양대 얘기를 꺼내기 무섭게 담임선생님께서는 가군에 무조건 고대 이과를 쓰라고 하셨습니다. 정시 카드 3장을 다 상향으로 쓰고 재수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 아쉬운 마음을 정확히 아시고 하신 말씀 같았습니다.(한양대 비하 아닙니다. 단지 제가 결과에 대해 가질 아쉬움에 대해 얘기하는 것입니다.) 부모님 역시 정시를 낮춰서 쓰지 말고 재수할 각오로 상향을 쓰라고 하셨습니다. 굉장히 위험한 발언인데도, 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담임선생님과 부모님 모두 +1을 했을 때 점수가 오를 포텐이 있다고 하시며 열심히만 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정에 집착하시는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도 많은 걸로 아는데, 오히려 그분들은 제 마음을 간파하고 상향지원을 장려해주셨습니다.
5. 빠꾸없는 정시지원
진짜 정신나간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3합7입니다. 가나다군 순서대로 4 3 0칸으로 지원했습니다. 가나군은 아직 지원이 끝나지 않아 공개하지 않지만(학교정도는 위에 글을 보시면 대충 아실 수 있을겁니다.) 다군은 그냥 의대로 Flex 해버렸습니다. 맨땅에 헤딩이긴 하지만, 중대를 쓰긴 너무 아까운것같아서 그랬습니다. 결제까지 완료했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6. 앞으로의 계획
몇주전부터 치대를 가고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정시 지원한 학교를 합격한다면 그냥 다니는 것과 수능에 다시 도전하는 것 중에 고민할 것 같고, 불합이면 설치를 목표로 재수하게 될 것 같습니다. 1월부터 2월 중순까지는 입시를 함께 했던 학우들과 놀 것 같고, 그 후에 재종을 들어갈 것 같습니다. 생2는 계속 할 예정입니다.
7. 질문 몇가지
Q0. 제가 +1하면 오를 포텐이 있을까요?
Q1. 재종에서 하는 수업 듣기 싫으면 그냥 안듣고 그시간에 자습하면 안되나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제일 좋아서요.
Q2. 화작에서 언매로 바꿨을 때 메리트는 무엇이 있나요?
Q3. 언매 고1국어 내신베이스만 있는 상태에서 시작해도 괜찮나요?
Q4. 투과목 계속하는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말려도 할거긴 하지만..
8. 보너스: 평가원 시험을 본 후 든 생각
6월:언매할걸
9월:언매할걸
수능:국어 무슨일이냐?, 생2 왜했지?, 영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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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 중상위과를 질러보시지. 하위는 빵꾸 잘 안뚫릴걸요
아 그런가요.. 친구중에 설대식 400이 안되는데 설공 쓴애가 있는데 그것때문에 그런거군요
중~상위는 윗공에서 낮공으로 아니면 공대에서 농대로 막판 쫄튀하거나, 의치한으로 빠지는 인원때문에 빈자리가 생겨서 빵꾸가 자주 나는데. 하위과는 서울대 간판만을 노리고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붙으면 거의 안 빠지거든요
어쨌든 되도록 이번 입시 넣으신거 다 붙으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 좋으시면 차라리 독재에 단과를 껴서 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재종 시간 많이 빼앗김
6월 화작보고 9월부터 언매봤는데 시험당일 안정감이 달라요. 언매는 공부만 해두면 당일에 크게 부담없이 풀 수 있지만 화작은 당일에 0.3~0.5비문학을 푸는 부담감이 있는거같아요. 특히 이번수능처럼 화작이 어렵게 나오면 뒤에 문학 비문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무시하기에 여유가 있으시다면 언매보시는걸 추천드려요(표점높은건 덤이구요)
언매에서 5문제가 문법이었던거 같은데 나머지 매체 문제는 진짜 센스 있게 빨리 풀면 5분 정도면 다 풀 수 있고 문법도지엽적인게 아니라 기출문제 풀다 보면 많이 보이는 함정?? 위주로 계속 나오는거 같아서 어느정도 기본 있으시면 문제 풀면서 감 익히시면 충분히 좋은 점수 받으실수 있을거 같아요 시간절약이랑 표점 면에서는 화작보다 더 메리트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매장점: 시간단축
언매단점: 나머지과목 시간투자 적어짐
이정돈데 님은 다른과목 충분히 잘하시니깐
언매해도될듯 파이팅!
ㅗ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