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성 마곰 [1003938]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12-31 23:47:48
조회수 1,535

2021 마무리 기념) 수시벌레의 입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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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1. 제발 내신 따기 쉬운 학교 가세요

2. 수시는 적폐가 맞다

3. 하지만 절대 수시 버리지 마라




저는 적폐수시벌레에다가 결국 원래 가장 원하던 대학에 붙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2021년이 끝나는 김에 한 번 제 고등학교 생활을 반추해보려 합니다. 옯 네임드도 아니라 궁금하신 분들이 없을거 같긴 하지만요~


 저는 내신 따기 개같은 고등학교에 멋도 모르고 갔습니다. 중학교 친구들이 많이 같이 가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공부 분위기가 좋다고 들었기 때문에 무지성으로 갔는데 돌아간다면 좀 더 알아보고 갔을거 같습니다.


고등학교 들어간지 얼마 안 된 시점 고교 블라인드제가 갑자기 시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내신 따기도 어렵고 네임벨류 빼면 시체인 학교였고 하필이면 저희 학년부터 수상내역도 간소화되어서... 매우 참담했습니다. 미리 알려줬으면 뭐 덧나나...


그래도 "네가 선택한 학교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마인드로 꾸역꾸역 내신을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내신 시험은 등급 올리려는 마인드가 아니라 버티는 마인드로 할 수 밖에 없는 힘든 일이죠... 중간고사 기말고사 10번을 버티면서 멘탈이 많이 깨지고 다시 붙으면서 강해졌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스파이더맨을 보면서 키운 책임감 때문인지 3년 내내 회장을 맡아서 제 반을 가장 공부 잘 하는 반으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공부 안 하는애들 다그쳐가면서 면학분위기 만들면서 제 속은 썩어들어갔습니다.


매번 방학을 반납한채 보고서와 발표를 준비하면서 과세특 꽉꽉 눌러담을 소재 만들고 독서록도 전략적으로 엑셀 만들어서 읽을 날짜 계산해놓고... 아무도 활동 안 하려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활동 계획하고 동아리 분위기 일으켜 세우고... 영재학급에서 조별 실험 결과가 이상해서 학교 온라인 수업 날에도 몰래 실험실 가서 온라인 수업 들으면서 중간중간 실험 결과 체크하고...


참 학종 챙기는 것도 힘든 과정들의 연속이죠. 그래도 오르비에서 수시 정시 메타가 있을 땐 매번 정시를 응원했습니다.


6평 보고 인서울 의대 갈 정도는 나오길래 저는 마음 놓고 있었습니다. 내신 준비와 과세특 때문에 인강 과탐 커리도 제대로 못 따라갔지만 이정도 성적을 받았으니 나중에 눈 감고 풀어도 수능으로 의대를 갈 수 있을거라고 자만했습니다.


자소서 시즌이 찾아왔고 저는 엄청난 번아웃을 경험했습니다. 아무리 써도 제자리였고 컨설팅도 받아봤지만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글은 여전히 한 줄도 적지 못했습니다.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서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결국엔 두 달 가량 시간과 감정 모두 낭비하고 자소서를 원서접수 직전에 완성하고 제출했지만 열정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후 9평 때 탐구 하나를 말아먹어서 과탐 하나만 보는 의대를 간신히 쓸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저는 괜찮다고 정신승리했습니다.


결국 정시에서 국어 탐구 꼬라박고 멍한 상태로 며칠을 지내고 수시 1차 결과를 하나둘 확인하며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원서 5개를 광탈했지만 결국엔 마지막에 발표한 서울대가 저를 건져주었고 3일동안 밤을 세워가며 하이탑을 독파하고 서울대 면접 기출문제까지 달달 풀다가 서울대 면접을 보았고 그럭저럭 말만 더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서울대에만 붙게 되어 매일 관악을 향해 절하면서 다니려고 합니다.


다 쓰고보니 학교에서 학종 준비하느라 고생한거에 대한 한탄 같은데 맞습니다. 결과적으론 서울대에 가게 되었지만 그동안 고생이 너무 힘들었네요. 고등학생 여러분은 고등학교 생활 하기 전에 효율적인 입시 전략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제사 하고 싶은 말은 서울대에 붙었을 때 제가 그동안 했던 개고생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는 거에요.


만약에 여러분이 이미 한 번 더 하시기로 마음 먹으셨어도 대학에 붙어보는 경험은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이루어냈다는 희열감을 느껴볼 수 있고 앞으로의 도전에도 큰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원서 결정하실 때 안정 원서도 고려하셨으면 좋을거 같아요.


여러분이 어떤 결정을 하시더라도 응원합니다 모두 힘내시고 앞으로의 인생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르비언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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