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브, 내 인생 가장 힘들었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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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이 날은 2015학년도 수능을 거하게 말아먹은 뒤
방황하던 제가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에 놀러갔던 날이었습니다.
남자들끼리 놀아봤자 할 것도 없고, 대충 밥먹고 술마시고 노래방가고 하다가
마지막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이었습니다.
2011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임철우 작가의 '눈이 오면'에는,
"겨울밤 완행열차를 귀향 수단으로 택해 성찰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
한다는 이야기가 정답 선지로 제시되었습니다.
비록 제가 탄 열차는 완행열차가 아닌 초고속열차 KTX였지만
기차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성찰의 기회라는 것이 진짜 존재하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을 정도로 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드는 생각들,
저런 선지를 외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했는데, 나는 왜 망한 거지?
6월, 9월 모의평가에서 많은 성적 향상을 이루어냈고,
공부도 꽤 많이 한 것 같은데
수능이라는 시험은 쉽사리 저에게 성공이라는 경험을 선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군대나 가라."
"복학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제 나이도 많은데 다른 길을 찾아봐야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에 괜히 상처받고
주변에서 툭툭 던지는 모든 이야기들이 나를 흉보는 것 같고
심지어 나 자신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할 수 없는
그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진짜 군대나 갈까?"
"운동 열심히 해서 실기를 기가 막히게 보면 그래도 체대를 갈 수 있지 않을까?"
"미쳤다 생각하고 수능 한 번 더 볼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상념에 젖은 상태로 수원역을 막 지날 때였습니다.
랜덤재생을 해 둔 제 플레이리스트에서
처진달팽이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 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유재석씨가 읊조리듯 뱉는 랩 가사를 듣는데,
과장 하나 없이 정말로 그냥,
조용한 밤기차 속에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그때 제 옆에 앉아 계셨던 아주머니는 제가 미친 사람인줄 알았을 겁니다.
내 마음 속에서 말하는 대로 하라고 합니다.
내 마음 속은 그래도 좋은 대학에 다녀보고 싶다는 외침으로 가득했습니다.
그 이유는 몰랐지만, 그냥 그랬습니다.
그날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웠던 선택을 했습니다.
부모님의 노후자금을 뺏어 오는 선택,
그래도 언제든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들과 영영 멀어지는 선택,
나 자신의 인생을 우울의 끝으로 밀어넣을 수도 있는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이상하게도 우울해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2014년의 저와 같은 고민 속에,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많은 '실패자'들을 생각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런 고통의 시간을 지난 후,
옳은 선택은 없고, 오로지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과정만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내 마음 속에서 이야기하는 대로만 선택하고,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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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 안 했어도 느낄 수 있어요! 그 무게가 다르겠지만...개추..
사람은 고독하다. 사람은 착하지 못하고, 굳세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비참한 모습을 보인다.
비참과 부조리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운명일지라도 우리는 고독을 이기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결의를 갖지 않으면안 된다.
by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와 비슷한 2014년 12월 25일을 보내셨군요
역시 삼수 이상 하면 사람은 철학자가 되는군요
4000 팔로우 축하드려요 -!!
마지막 문단이 참 인상적이네요..
살...짝 오글거리면서 공감이 되는 글이네요..
읽으면서 소름돋았네요ㄷㄷ
캬
하
뜨거운 삼수는 망하고 남은건 볼픔없지만
하
정말 인생에 대한 심오한 고민을 하셨었군요..
전 무지성으로 재수 결정했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