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판상어 [939845] · MS 2019 · 쪽지

2021-12-20 22:23:35
조회수 18,722

개국한 지 10년 된 현직 약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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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딸 입시 때문에 가끔 들어오는 커뮤니티인데 요즘 약대가 뜨거운 감자인데 정보는 부족한 편이라고 해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몇 글자 남겨봅니다.




작은 약국을 개국한 지 10년차이고 그 전에는 파트타임으로 약국 근무를 해 온 제 입장에서는... 크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걸 떠나서 주6일 내내 10시간 이상을 좁은 약국에서 수십명 이상의 손님들 상대하는 일을 평생 하는 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활동적인 성격인 분들은 진짜 안 맞으실 겁니다 ㅠ


저 같은 경우에도 공부도 많이 하고 실력도 갖추려고 애썼지만 솔직히 약국의 성공여부가 처방전 많이 나오는 약국을 잡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보니 일에 대한 만족도나 자부심 같은 건 못 느낀지 오래됐어요.

내가 노력해서 결과를 얻는 게 아니라 가까운 병원의 의사의 능력에 의존해야 하는 게.. 회의가 들 때도 많아요

회사를 다니는 거에 비해 안정성 면에서는 나은 점이 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복지혜택 같은 것도 전혀 없다보니 아쉬운 점도 많네요


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처방전이 나오는 약국을 개업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지만 요새 젊은 약사님들 새로 개국할 자리 잡는게 정말 어려워요

안정적인 처방이 나오는 자리는 이미 포화상태고 신규로 개업하는 병원이랑 같이 오픈하는 경우 비용도 많이 들고 그 의사가  성공 못하면 같이 망하는 거라ㅠㅠ

아무리 약사가 일반약 공부 열심히 해도 처방전이 어느 정도 받쳐주지 않으면 약국 유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이건 나의 노력으로 해결이 안 되다보니 주위 의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갑을관계 비슷한 경우도 많을 거예요


저희 딸이 약대를 갈 수 있는 성적이 나오면 차라리 수의대나 한의대를 가서 누군가에게 의존하는게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으로 승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전문직을 원한다면  한두 해 더 공부해서 의대나 치대를 진학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약대졸업 후 제약회사에 취직을 할 수도 있지만 국내 제약회사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서는 근무여건이 떨어지다 보니 오래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결국 약대 졸업 후 진로는 약국계가 주가 되다보니 제가약국에서 일하면서 느낀 걸 두서없이 적어 봤습니다.


너무 안 좋은 면만 얘기한 것 같긴 한데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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