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라는게 참 주관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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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를 위한 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뻣속부터 이과인 사람이니까요.
사람들마다 [능력이 있다]는 기준이 다를 것입니다만, 사실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르다 못해 제각각인것 같습니다.
제 시그니쳐에 농담처럼 적어두긴 했지만, 전 과학고등학교 캐잉여 학생이었습니다.
(지금은 졸업했으니 과거형으로. 흠흠.)
수학은 좋아했으나, 썩 잘하진 못했습니다. 고작 좋아해봤자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용해서 문제를 푼다, 그 과정 자체를 좋아했고 논리적으로 잘 들어맞게 자신만의 세상을 조립한다는 것이 좋았을 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화학은 좋아했고, 올림피아드 및 기타 유명 대회에서 많이 수상했었습니다.
생물은 정말 좋아했었고, 대회 참가는 하지 않았었지만 수 많은 생명공학 및 의학 서적을 읽어왔습니다.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첫번째 학기에 치루었던 시험이 아직까지도 기억납니다.
수학과 생물은 그리 쇼크를 받진 않았습니다. 예상대로 어렵게 나왔고, 유형도 예상대로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화학은 대체 선생님께서 어떻게 학생을 평가하시려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독특한 문제들과, 수많은 오류투성이 문제들로 범벅이 되어있었습니다.
화학에서 역사적인 사건 약 8가지를 ㄱ부터 ㅇ까지 나열해두고 순서대로 적으라는 문항이 100점 중 8점이 배정되어있질 않나, 어설프게 수능문항에서 숫자 바꾸다 답이 8XX / 23 으로 나오지를 않나, 참 험난했던 시험지였습니다.
아마 제가 보았던 시험지들 중 가장 난해했던 시험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화학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하이탑, 브라운 옥스토비 일반화학 들고 주입식 교육을 몇 년이나 받아왔는데도 고작 화학2 시험에서 털렸습니다. 나름 학교에서 들어올 때 부터 화학 잘한다고 여러 사람들이 믿었었던 그런 놈이, 결국 평균 미만의 성적을 받았지요.
고등학교 1학년 내내 문제 유형은 비슷했었습니다.
주어교환을 이용한 낚시문제 (돌턴 기체분압 문제에서 피스톤 이동을 "가스통 이동"으로 바꾸어놓았더군요. 피스톤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단건 상대적으로 가스통이 왼쪽으로 움직인 것이니까 문제 풀이 자체가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계산력 테스트 (분모가 천의 자리 수까지 나오더군요.), 기타 등등.
1학년 1학기 내내 화학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화학믿고 들어왔는데 뒤통수 맞을때 그 기분 ㅎㅎ사실 제가 많이 놀긴 했습니다. 그래도 화학은 하이탑 한번 복습하면 평균정도는 나올 줄 알았는데...
1학년 2학기가 되자, 화학 선생님이 한 분 더 오셨습니다. 화학 시수가 두동강났죠.
성적은 물론 극과 극. 예전 선생님의 화학시험만 치면 평균미만의 점수 (심지어 2학기때는 열받아서 나름 공부했습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의 화학시험은 상당히 고득점을 했습니다.
여기에서 느꼈습니다.
[내가 배우고 있던 것은 화학인가, 시험인가?]
제가 수 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서 찾아낸 결론은 "내가 배웠던 것은 학문을 겉으로 물어보는 시험일 뿐, 단 한번도 학문을 공부하지 않았었다" 는 것입니다.
(물론, 두 선생님의 시험문제 출제 방식 중 한 분을 욕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핵심화학 2000제 풀어대면 뭐합니까.
일반화학책 한 권도 꼼꼼하게 보지 않고 넘긴 주제에. PPT자료만 슬쩍 보고 달달 외워서 시험본 주제에.
중딩때부터 자이스토리 달달 풀면 뭐합니까.
하이탑은 참고만 하고 실제로는 하이탑 요약본만 달달 외운 주제에.
제가 하이탑을 수도 없이 봤지만, 그 보았던 것은 [눈으로 보았다]는 사전적 의미일 뿐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자기가 모든 것을 안다는 착각 속에서 글만 읽었던거죠. 그리고 쉽다고 착각하고 요약본만 읽어댄겁니다.
여러분들도 깨달아야 합니다. 왜 세계 각국의 유명 수학교수님들이 미분적분학 교재를 아직도 공부하시는지, 선형대수학 교재를 아직도 구입해서 공부하시는지 아셔야 합니다. 그 분들은 [학문을 공부]하시는 것이지 [시험을 공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독약을 먹더라도, 접시까지.
공부를 하더라도, 뿌리까지 뽑을 기세로.
여러분은 생각해야만 합니다.
지금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것이 "진정한 학문"입니까, 아니면 "시험" 입니까?
지금 여러분들은 진정 "무엇을 공부하고 계십니까?"
수능을 위한 공부?
내신을 위한 공부?
텝스, 토익, 토플을 위한 공부
그렇지 않다면, 본질적인 학문의 공부?
지금 여러분들이 하고 계신 것은 무엇입니까?
고시, 입시, 기타 시험들에 치우쳐서 본질을 놓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p.s. 탈 입시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왕 시험에 몸을 부딪힐 것이고, 이번 기회가 아니면 그 학문을 다시 배울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제대로 "공부"해 보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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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입니다 추천합니다
근데 안 피곤하십니까?
안 피곤합니다 ㄲㄲ
굉장히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시험용이 아닌 학문을 공부한다는건
그 자체에 대해서 엄청난 재능과 열정이 있어야한다고 보거든요
전 국민이 롤에 대한 열정의 10%만 학문에 쏟으면 되지 않을까요ㄲㄲ
는 농담이고,
자기가 진정 원하는게 뭔지 찾아가는게 중요하고,
자기가 인생을 들여서 열정을 쏟아부을 터를 닦아나가는 것이 중요한데도
현실은 시험공부ㅋ롤ㅋ스타ㅋ 여기에 모든 열정을ㄲㄲ
올ㅋ
사실 절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문을 닦는게 목적이 되기는 쉽지않은거 같아요.........안타깝지만 철저히 수단으로서 하는거죠
학문수양이 목적이 되시는분들은 진정 타고난 학자라고 생각해요
역시.....그렇네요 ㅠㅠ
사실 공부가 재밌다는거 이걸 느끼기만 하는 순간 그 뒤는 엄청난 가속도로 뭔가를 성취할텐데
학문을 배우는 수단으로 무언가가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수단을 만들기 위해 학문을 배운다는 것이 뭔가 슬픕니다 꺼이꺼이 ㅠㅠ
좋아써 난 게임의 학문을 걷겠어!!
ㅈㅅ
단순히 시험용으로 공부한 한국사란 과목이 어느새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이라는 본질로 다가오는 경험을 한 건 나 뿐일까...
그 본질을 겪는 [목적]이 시험이 아니라, [본질] 그 자체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져
맞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ㅠ
저도 그건 동의.....ㅠㅠ
사실 자기가 뭐에 관심이 있는지 찾는거부터가 힘든....ㅠㅠ
흑..댓글 달린 위치가 이상해서 윗 글을 삭제하고 새 댓글을 쓰려했는데 오히려 더 이상해져버린...
에잇 ! 암튼 굉장히 좋은 글입니다
대학 가면 정말 이런 식으로 공부 해야겠네요
배워서 남 준다고 생각해요...
그냥 갑자기 도올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모두가 알고 모두가 그러고싶지만 아무도 그러지못하죠..
그렇게 공부를 해본 적이 있지만 고등학교 때에는 별로 추천하지는 않아요. 정 하고 싶으면 대학 가서 하길 추천해요. 입시 공부를 입시 공부답게 하지 않으면 대학을 낮추거나 장수생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이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30줄에 접어든 수학강사입니다. ㅋㅋ 저도 과고출신은 아니지만 수학올림피아드나 소규모 경시 입상경력도 있었고 빼어난 수학실력을 가지진 못했어도 보통학생들에비해 수학에 재능이 많이 부족하진 않았었습니다. 자연스레 전 뼛속까지 이과생이라고 생각했고 물리학과를 지망했지만 두번이나 낙방하고 결국엔 고3때 붙었던 서울에 있는 무난한 사립학교 공대에 다녔지요. 근데 공부를 할수록 진짜 전 공학이나 이학에 소질이 없다는걸 느끼겠더라구요. 간신히 학점만 따고 마쳤습니다.ㅋㅋ;;그러다가 요샌 학생땐 끔찍이 싫어했던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혼자 목적없이 공부를 하고있습니다. 단어를 어원에 따라서 외우다보니 뭔가 새로운 공부가 되는거 같아서 재밌더라구요. 하루에 몇시간씩도 단어외우고 영어신문읽는게 취미가 되어버렸네요. 학생때는 목적이 없이 공부하는게 힘들지만 이나이쯤 되니까 그냥 새로운걸 배우는거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압박감이 상당한 수험생분들에게 좀 무리한 얘기일수도있지만 새로운 지식을 취득하는데 즐거움을 느낄수 있었으면 합니다.
멋있네요!!
순수학문에 대한 호기심으로 공부하고 싶은데.. 대입을 위한 수능공부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네요..휴, 단지 성적이 오르는 쾌감? 규칙적인 생활에 안정감? 몰입의 즐거움? 그딴식에 자위죠 뭐..
문과인 저도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글이네요.
특히나 한국사를 수단으로 배우는 추세가 짙어진 요즘...ㅠ
즐겁게 공부하는게 제일 좋은듯 합니다.
평소에 수능공부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죠...ㅎ 그리고 어쩌다 보니서울대 면접관과 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학문을 공부하고싶다고 했었고 면접관님들이 좋게 봐주신거같아요 역시 학문을 공부하는것이 멋진거 같습니다
교수님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대학교와서 깊이있게 이해하려고 시도를 해보았으나, 시간의 압박이 정말 장난아니에요. 학교생활도 거의 안하고 도서관에만 짱박혀서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해봤는데, 역시 시간은 모자라더라구요. 목적에 맞는 공부가 중요한 것 같네요.
맞아요 참고서적이 전공과목마다 10권씩 되는데 그걸 다 읽을 수도 없고ㅋㅋㅋ
정말 좋은 글 쓰셧네요.. 근데 대학생이 되어도 그런 수준의 공부를 벗어난 적은 많이 없는 거 같아요 ㅜㅜ 현실이 이러하니 살맞대고 살아야죠...
시험이 목적인 것이 우리가 하는 공부의 이유인 거 같아요. 도서관에 사람이 차는 시기가 시험기간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상기해도 우리는 학문을 배워도 그것을 스스로 갈고 닦으려는 노력보다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예를 들면 입사를 위한...)노력을 하는거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