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sociology [285572] · MS 2009 · 쪽지

2013-12-20 03: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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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평가원 사탐 출제 오류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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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환이라고 합니다. 사범대 출신 사회과 강사입니다.


평가원 출제 오류를 보면서 걱정스럽기도 하고, 사범대에 진학하실 후배님들한테 도움이 될까해서 몇자 적습니다. 2014 수능 세계지리 출제오류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사회과 교육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사회과에서 가르치고 싶은 것은 2가지입니다.
첫째, 기초학문을 바탕으로한 교과서 상의 개념들을 학생들이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를 원합니다.
둘째, 그 개념을 바탕으로 문제 상황에서 제시된 자료들을 분석 또는 분석 및 추론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주어진 문제를 분석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고력을 배양시키는 것. 사회과 교육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사회과는 다음과 같은 2가지를 평가합니다.


첫째. 교과서 상의 개념을 기초학문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둘째, 발문과 제시문을 정밀하게 분석 또는 추론하여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따라서, 사회과 수능 출제 및 검토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다음의 2가지입니다.


1) 문제에 제시된 개념의 오류가 없으며,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았는가?
2) 발문과 제시문과 선지간의 논리적 연계성에 이상은 없는가?


위의 두 원칙이 평가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과 교육의 교육 목표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수능 출제 및 검토진들은 위의 두 원칙을 지키는 것을 무엇보다도 우선시 합니다. 이를 위해 제가 알기로는 15번 정도의 정밀한 검토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이를 훌륭히 수행해낼 현직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적어도 교육과정상 ‘평가’영역에 있어서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소위 1타 강사님들 보다 뛰어나신 분들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선생님들도 여럿 계십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때부터 평가원이 EBS 연계율을 70%로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인가? 수능완성 정치. 적어도 30% 이상의 문제가 다 오류였습니다. 발문과 제시문과 선지 간의 논리적 연계성이 하나도 맞지 않았습니다. 더 웃긴 건 개념 설명에도 오류가 있었습니다. 교재 출판 검토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평가원 사회문화 20번 문제


2013년 6월 사회문화 20번 문제는 완벽한 오류 문항입니다. 일단, 발문을 보면, 분석 문제입니다. 즉 제시된 자료를 사실 그대로 분석하여 100% 옳은 것은 정답이고, 조금이라도 잘못된 것은 오답이란 뜻입니다. 이 문제는 적어도 부모와 자녀는 1:1이다. 정도의 조건이 있어야 되는 문제입니다. 평가원측은 " 부모가 상류층인 자식 수 = 상류층인 부모의 수 "를 갖게 보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볼 때는 뭐 어때?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회교육을 담당하는 자의 양심으로는 그냥 오류 문제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데이터 해석 좀 오류가 있으면 어때? 그냥 대충해. 문제 생기면 그냥 우기면 되지..그냥 EBS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아무도 문제삼지 않잖아” 이런걸 학생들에게 가르치라는 얘기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아마 제가 EBS에서 강의했다면, 이문제 오류라고 강의했을 겁니다. 짤리겠지요. 그렇지만 사회과 교육의 양심을 팔 수는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2014 세계지리 8번 문항.


발문은 그냥 “--에 대한”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자료에 대한 개념을 묻겠다는 것입니다. 자료에는 2012년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2012년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수능 출제의 원칙상 선지에 연도에 대한 언급이 없는한 자료에 대한 개념 중 현실의 모든 데이터는 2012년으로 국한됩니다. 그리고 ㄷ. A는 B보다 총생산의 규모가 크다.


여기서 평가원은 무엇을 묻고 싶었던 것일까요?


보통 이런 문제는 데이터를 주고 이를 분석하는 것을 묻는데. 그것도 없으면 개념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건데. 뭐 묻고 싶었던 게 있었겠지요. 어쨌든 발문과 제시문과 선지간의 연계성을 봤을 때, 2012년 통계자료에 근거해 ㄷ의 진위를 판단해야 됩니다.(이 걸 알고 있어야 되다니. 제가 보기엔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 같습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통계자료를 토대로 진위를 판단하는 문제에서 실제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건 수능 출제 및 검토에 있어 너무도 기본적인 사항입니다. 죄송하지만, 이런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출제진들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던가, 출제진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뭘 가르치고 싶은 걸까요? 문제 출제 및 검토 대응 과정에서 학생들을 차치하고라도, 사회과 교육의 가치 및 양심이 철저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로서 여러분들한테 죄송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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