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만 [864518]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1-11-21 19:40:59
조회수 3,673

한의대를 고려중인 학생들에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0770346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건강 염려증 같은게 좀 있었습니다. 결벽증도 좀 있었고요.


몸에 뭔가 안 좋으면 확인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학생 때부터 과민대장증후군, 역류성식도염, 기면증, 배가 콕콕 쑤시는 증상들이 있었는데


혼자 막 상상으로 나중에 이러다 장 절제하는건 아닌가 수술은 싫은데 이런 상상도 하면서.


부모님께 부탁해서 검사들을 했지만 결론은 아무 이상도 없음. 그러나 여전히 불편함.



그리고 그 외에 무릎이 원인없이 아파서 2년간 정형외과를 다녔었는데 아무 차도가 없어서(물론 그 시절 시골 정형외과라 대충 물치만 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동네에 새로 생긴 한의원에 갔는데, 침을 한 번 맞을 때마다 무릎 위치가 변하는 느낌이 들었고, 4번 맞은 후 무릎에 충격을 줘도 괜찮을 많큼 완전히 좋아짐. 뭔가 덜렁 거리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타이트 하게 딱 잡히는 느낌. 그러고 한 달 정도 후에 다시 살짝 그러길래 5번 째 침을 맞은 후로 현재까지도 희안하게 무릎이 전혀 문제가 없음.



그러다가 어느덧 수능을 보게 되고, 의치한 모두 붙을만한 점수가 나왔는데


당시는 치대, 한의대가 최고 인기여서 고민하다가 한의대에 진학을 했죠.



일단 한의사가 되면 가장 좋은 것은 건강염려증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본인이 완전 이과스타일이라 아프면 잘라야 하고. 라는 양방적 사고에 좀 동화되어있었고, 일단 아프면 별수가 없다는 식의 (뭐 고딩 때였으니) 막연한 느낌이 있었는데, 한의사가 되면 질환에 대한 관점 자체가 많이 바뀌기 때문에 아프면 수술해야하고 - 이런 식의 관점이 많이 변합니다. (물론 꼭필요할 때에는 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신장투석 대신에 한의학 치료 우선받게 하는 김모 원장님(자연x한의원)이나, 피부이식 수술 해야 나을 환자를 이식하지 않게 치료해주는 조모 원장님(자연xx한의원)이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한의원 한방병원들이 디스크 비수술 치료 하는 것은 뭐 워낙 유명한 것이라 다들 아실거규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약 같은 만성병 환자들이 '평생'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약들도 아마 한의사들은 먹는 비율이 극도로 낮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이 사실 대체의학이나 자연의학 하는 분들에게도 있는데, (양방)의사 출신으로 유튜브에 조모 원장(신장투석 하지 말고 생활관리와 강황 등 한약재로 치료하라는 분)같은 분들이 대표적이죠. 


물론 한의사도 의학 전체에 대한 대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관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한의사가 된 후로 어릴 때부터 고질이었던 과민성 대장증후군, 역류성 식도염, 기면증, 불면증 없이 살고 있고


배가 콕콕 쑤시듯이 아팠던 것처럼 신체에 이런저런 증상이 나타나면 공부해놓은 지식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할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감기나 뭐 장염 이런 것도 빨리 낫는 방법과 약처방을 알고 있으니 일있으면 자가 처방해서 복용하면 되고 가족 중 누구 아파도 현재까지로는 제 선에서 다 해결가능했던 거라서 의료비 걱정도 없다는 것이 좋았네요. 크게 들었던 적이라면 어머니 허리디스크로 수술하라 얘기 듣고, 수술하지말고 자x한방병원 입원하라고 말씀드려서(제가 당시 집과 거리가 멀어서 직접 못봐드렸습니다) 두달간 병원비 지출 됐던 것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인과 가족이 거의 일년내내 한약 꾸준히 복용하니 거기에 드는 약제비정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은 살 수 없고, 아무리 돈 많은 사람이라도 병원에서 수술 안 해도 될 것을 수술하라 한다든지, 치료가 쉽게 될 질환을 몰라서 질질 끌고 간다든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우선 의사든, 한의사든의 가장 장점은 이런 부분에서 큰 부분 자체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면허를 보장해주는 직업인 만큼 무난무난하게 지내도 어느 정도 사람 구실 하고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큰 꿈을 가지고 의지가 강한 분들은 서울대로 갈 수 있다면 공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어릴 때 코딩을 배운 것도 아니고, (한)의학 공부야 누구나 다 대학 들어와서부터 시작하니 뒤돌아 생각하면 공대에 안 가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의대와 한의대간의 선택? 이건 취향따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의대와 한의대는 의사냐 한의사냐도 있지만 그 '문화'에 들어가는 것도 큰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업무로딩도 역시 하기 나름입니다. 어떤 원장님은 주 6일 혼자 일하시기도 하고 어떤 원장님은 일주에 하루 이틀만 진료하고 나머지는 부원장님들이 근무하는 형태도 있습니다. 


치대와의 선택? 아버지께서 어머니 몸 챙기려면 한의대가 낫겠다고 하셨고 저도 거기에 동의하여 한의대 진학했습니다. 이부분은 본인이 생각하는 진료영역에 따라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치과의 경우 조금 클린한 부분은 포지션이 중립이라는 것인데, 의-한은 틈만 나면 서로 싸우고, 그리고 각 계 안에서 상대방의 만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식의 내부 선동질도 강해서 그 싸움이 더 커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뭐 대표적인 경우가 커뮤니티 내 싸움들도 있고, 또 오프라인에서는 한의원 가면 항생제 먹이지 말라고 하고 내과 가면 한약 먹이지 말라고 하는 경우겠죠. 자기 전문 영역은 자기가 알아서 하면 좋겠고 남의 영역은 남한테 맡기면 되는데요?(물론 지역마다 편차는 있습니다.)


그런데 치과는 좀 중립적 영역이라 이런 부분이 클린한 면은 있는 듯합니다.




한의대 입학 시 한의학 교육은 정립이 좀 덜 된 부분은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진이 세대교체되면서 점차 교육과정들이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만큼 앞으로 한의대에 입학할 분들의 역량도 중요합니다.


의대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교육과정 개혁이 일어난 이후 그 과정을 본받을 수 있었던 점이 있었다면 한의학 교육과정은 한국은 일제강점기 때문에, 그리고 중국은 중국 혁명 때문에 모두 단절이 있었다가 다시 생겨난 부분이 있어서 아직도 정립중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의대의 경우도 계속해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있고, 연대의 경우 타 구 교육과정을 시행하는 대학과 다르게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교수간 사이에 평가가 좋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의대 중에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은 부산대로 알고있는데 저는 부대출신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한의사의 진료현장은 신졸 한의사는 대부분 침치료하는 것을 생각하시면 되고 저같은 경우 주로 한약만 처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분들은 양방이든 한방이든 병원 자체를 잘 안 가니까 한약에 대해 잘 모를 수 도 있는데 한약은 우리가 어렵게만은 생각할 것이 아닌 게 요새 약국이나 건기식 숙취해소제 간기능개선제 등등 성분표 보면 유명한 건 거의 다 한약재로 만들어져있습니다. 몰라서 모르는거고요. 그런 유명한 약들이 거의 한약처방 또는 한방서적에서 발췌한 것으로 연구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들도 나물류는 거의 다 한의학 서적에 한약재로 최소 수십~수백회씩은 언급되어 있는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한약 전반에 대한 연구가 적은이유? 적지 않습니다. 매우 많습니다. 적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이거나 반대단체(주로 한방 싫어하는 양의들)이 퍼트린것이고요. 물론 양약에 비해서는 적습니다. 그 이유는 연구해봐야 특허가 안나오기 때문인데(기존에 있던 조합은 연구해봐야 특허가 안 나옴) 돈도 안되는 것을 누가 수백억씩 들여서 연구할까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의사의 경우 제약회사 약품만 취급 가능하지만 한의사의 경우 임의조제권이 있어서 제약회사에 나오지 않은 한약조합을 쓸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의사를 선택하게 되면 의료계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수입이나 이런 거을 떠나 의료라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베타적인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 이부분을 생각해야합니다.


공대를 졸업해서 코딩을 한다면 적어도 무슨 프로그램 개발 사업을 할 때 허황되게 돈을 날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겠고, 수의사를 한다면 적어도 애완견이 아플 때 이유없이 불안하지 않겠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고민중인 분들에게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원하는 과 원하는 직업 얻어서 행복한 인생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질문 댓글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내가대학을갈수있을까 · 770563 · 21/11/21 19:44 · MS 2017

    저도 배가 콕콕 쑤시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용?

  • Cguui · 1074609 · 21/11/22 11:45 · MS 2021

    교대 3학년인데 현재 수시 최저를 모두 충족하고 기다리는 중 입니다.. 교사가 하고 싶지만 금전적 측면 때문에 계속 고민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부터 의사/교사가 하고 싶었던지라 아예 의료계에 꿈이 없진 않습니다 그런데 돈을 보고 가도 되는 건지... 고민이 되네요ㅜㅜㅜ 한의학을 안 믿는 편도 아니라 거부감도 없고...

  • 포카Lee · 390221 · 21/11/22 14:12 · MS 2011

    그래도 되죠. 누가 사명감만 가지고 일하겠어요. 돈보고 왔다가도 사명감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는거죠.

  • Cguui · 1074609 · 21/11/22 15:36 · MS 2021

    조언 감사합니다... 아직 머리 속이 복잡하지만 한 달 내로 결론을 지어야겠죠... 내신 점수가 최소 한 곳을 붙을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 녹말 · 876897 · 21/11/22 15:14 · MS 2019

    좋은 글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