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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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은 '헌법논증이론'이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책 읽느라 자러가기가 싫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책상으로 달려갈 정도였습니다.
유튜브 책소개 영상에서 다루기에는 좀 길어서 생략했지만, 무척 재미있었던 사례는 동성동본 혼인금지 위헌판결(95헌가6)입니다. 당시 소수의견으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판결문 인용 시작-
행복추구권은 전통문화의 계승이라는 한계내에서만 보장되고 있음이 헌법규정상 분명하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기에 앞서 헌법 제9조를 두어 전통문화의 계승에 관한 국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 제9조는「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국민의 모든 기본권은 위 제9조 소정의 국가의무와의 상관관계하에서 보장됨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행복추구권을 제한하였다고 하더라도 행복추구권 규정의 바로 앞에 규정하고 있는 위 제9조의 이상을 이루기 위한 국가의 노력을 배제할만한 정도로 행복추구권을 제한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판결문 인용 끝-
이에 대해 책은 다음과 같이 비판합니다.
-'헌법논증이론' 인용 시작-
여기에는 법규범적인 보장책에 해당하는 명제가 암묵적으로 개입해 있다. 그 보장책이 되는 명제를 식별하자면, 그것은 ‘조문의 편제 순서에 따라 앞에 규정된 조문의 문언대로의 최대한의 효력이 다 관철되고 난 뒤에 뒤의 잔여물로 남은 부분에 한하여 뒤의 조문의 효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자유권은 ‘전통문화의 계승’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 속한다고 인정되어 허락된 부분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이 반대의견의 보장책을 정말로 받아들이면 헌법 제 9조의 훨씬 뒤에 위치한 헌법 제20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에서 의미하는 “종교” 역시 전통문화에 부합하는 종교(예를 들어 유교, 불교, 토속신앙)만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반대의견의 논리에 의하면 모든 기본권 조항의 자유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상관되어 잉여적으로 규정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건국 이후에야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종교는 제한하고, 조선시대 초기로 거슬러올라가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종교는 허용하는 식의 해석이 관철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본권 충돌 사안도 헌법전 편제상 어느 기본권이 어느 기본권에 앞서 규정되어 있는가에 따라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예를 들어 종교의 자유는 제20조 제1항에, 언론·출판의 자유는 21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종교의 자유 보호 영역에 속하는 기본권 주장과 언론·출판의 자유에 속하는 기본권 주장이 충돌할 때는, 종교의 자유 보호영역이 선결적으로 모두 유효하게 관철되고 남은 부분에서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기이한 결론이 나오게 될 것이다.
-'헌법논증이론' 인용 끝-
어떤가요? 읽으면서 막 신나지 않았나요? (혹시 저만 그런가요...) 개인으로는 논리학이 응용되는 것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와 별도로 리트 수험적합도도 높다고 생각하므로, 수험생분들은 꼭 보길 권해드립니다. 대학교재라서 조금 빡빡한 부분도 있긴 하겠지만, 고민하며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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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헌법을 공부해 본 적이 있는데 법학이라기보다는 굉장히 정치학 성격이 더 강하다고 느꼈었습니다. 진짜 법학의 꽃은 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스터디코드 잘 듣고 있습니다! ㅎㅎ
ㅋㅋㅋㅋ 조만간 따라하는 영상을 찍어볼까봐요
ㅋㅋㅋ 농담이였는데 유쾌하게 받아주셔서 감사해욥!! ㅎㅎ 올려주신다면 재밌게 시청하겠습니다!!
흥미롭네요. 저희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실제 로스쿨 수업에서는 단순히 수많은 사례를 나열하고 케바케 '우리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이렇다, 중요하다가 끝입니다. 왜 '그 입장'이 중요한지는 알지 못한 채 학생이 두문자를 만들어 내신을 위해 암기하고 잊어버립니다. 리트에서 측정한 논증 능력은 적어도 저희 법전원 1학년 헌법 수업에서는 실효성이 없어 보입니다. 헌법은 그저 휘발성 강한 과목으로 치부되고 있구요ㅎㅎ
이야기 들어보면 다른 곳도 다 비슷한 것 같긴 하더라고요. ㅎㅎ
14000원이면 혜자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