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인이 정말로 쵸우-센징 슬레이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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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듯 울려 퍼지는 청년의 목소리에 노인은 고개를 들었다.
우묵한 눈이 청년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다.
노인의 눈은 고요했으나, 깊었다.
한반도를 불태웠던 3년간의 전쟁 속.
수많은 북조선 병사들을 학살했던 이의 손은 아직도 붉었다.
다른 점이라면, 그때의 피가 아닌, 목장갑의 붉음이라는 것.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라는 목적은 그때와 같았으나, 그곳에 대의는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청년을 잠시 흘겨본 그가 다시 수레로 시선을 떨궜다.
"이젠... 아니야."
노인이 중얼거렸다.
짧은 호흡에 만 가지 회한이 뒤섞여 대기 중에 옅게 퍼져나갔다.
그의 후회는 청년 또한 감염시켰다.
초라한 영웅의 뒷모습에 청년은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청년이 물었다.
"원망스러우십니까?"
"응?"
"이 나라가 말입니다."
북-조선인 슬레이어.
동족을 학살한 영웅에게 남은 것이 고작 초라한 수레와 두텁게 쌓인 박스 더미뿐이라는 이 현실이.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대체 그에게 남은 회한과 후회들은 다 뭐란 말인가?
피에 젖은 역사를 걸은 영웅의 발자취 아래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한탄이 아니었나?
"너만한 아들을 가졌겠지."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짧은 한숨.
그리고 또다른 슬픔이 흘러나왔다.
"구하지 못했던 그 꼬마가 살아있었다면 말이야. 나는 그게 후회될 뿐이야."
다시 침묵을 고수하며 노인은 수레를 밀었다.
파지를 줍는 행위.
그것은 노인에게는 또다른 전쟁이었다.
뿌연 시야 너머, 그의 목장갑은 피에 젖은 손바닥처럼 붉은 핏물을 뚝뚝 흘려대고 있었다.
그렇게 노인은 동료들의 시체를 가득 실은 수레와 함께 포화 속 고지의 지평선 너머로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지난 70년 동안, 노인의 생존 전쟁은 단 하루도 멈춘 적이 없었다.
참전용사가 제대로 대접 받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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