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1-10-31 13:53:19
조회수 1,909

대학을 가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0294581







 흔히들 20세가 넘으면 성인으로 취급합니다. 저도 20이 조금 넘었는데요, 아직까지 '성인'이라는 기준에 대해서 잘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만19세'인데 얼마전 투표 참여 가능 연령도 좀 낮춰졌죠. '성인'이라는 관념이 나라마다 문화마다 조금씩 다르기에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법으로서 18~19세 정도를 성인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법으로 말하는 성인이란 정말 법에서 적용되는 '성인'입니다. 만약 범죄를 저지르면 더이상 '청소년'으로서 판단 되지 않으며, 좀 더 무거운 책임과 형벌을 받게 됩니다. 물론 술담배를 비롯하여 청소년이 못하던 것에 손을 댈 수도 있게되죠.




 근데 1차원적으로 모두가 20살이 땡 됬다고 해서 완전한 성인이 되었고 부모로부터 독립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간 이 '독립', '자립'에 대해서 고민해온 바를 정리해보겠습니다. 특히 저는 학문의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학자로서의 자립'에 대해서 이야기해볼려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bcqu_gVHaU&ab_channel=%EC%A1%B0%EB%8D%98%ED%94%BC%ED%84%B0%EC%8A%A8%ED%95%9C%EA%B5%AD%EA%B3%B5%EC%8B%9D%EC%B1%84%EB%84%90








 아마 정서적으로 인간이 독립을 꿈꾸기 시작하는 시기는 사춘기일 것입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부모로부터의 영향력에서 탈피하려 자연스레 노력하고, 세상도 자기중심적이기 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하죠.




 경제적 자립은 어떨까요? 경제적 자립 또한 20세를 기준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대부분 20대라면 대학생일 확률이 높습니다. 당연히 완전하고 자립가능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최근에도 캥거루족, 빨대족이라고 해서 30대가 넘고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가 짐작하기에는 '경제적 자립'이란 결혼을 기준으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같이 먹여살려야 하는 가족, 처자식이 있기에 책임감도 필요하며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거꾸로 말하면 저출산은 이런 경제적 자립이 힘들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학자로서의 자립'은 어떠한 자립보다도 더 복잡미묘한 듯 합니다. 여러분은 여태 초중고를 거치면서 중등교육을 받았으며,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죠. 그렇다고 완전히 수동적이었던 것만은 아닙니다. 여러분 스스로 사고하거나 선생님이 말하지 못한 것까지 깨우치는 경우도 있었겠죠.




 대학 교육부터는 고등 교육이라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사람이 급격히 많아졌고, 특히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세계 탑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고등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고 학문적 자립을 했다고 보기도 힘들겠죠.




 일단 '학문적 자립'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제가 다니는 교육학과, 열역학과 교수님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특히 교육학과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제가 공대를 다님에도 교육학과 수업을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들어보았는데, 시험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여태 수능까지 보던 형태와 전혀 다르게 모든 것이 서술형으로 답을 요구하더군요. 대부분이 ~한 사실이나 용어에 대해서 당신의 생각을 정리해보시오. 와 같은 형태였습니다.




 오픈북이었기 때문에 세세한 단어의 의미를 외울 필요는 없었습니다. 당연히 책을 그대로 베껴서 정답을 낼 수도 없었죠. 그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나름 자기 스스로 이해한 내용이나, 특정 용어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요구하는 문제들로 채워졌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중간고사 시험의 열역학 과목도 꽤나 신기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물리 문제들은 단순한 정답, 숫자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열역학 과목도 그런 문제는 한두개에 불과했었고, 나머지 9문제는 서술형, 그러니까 카르노 기관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그래프를 보고 해석하거나, 정의에 대해서 설명을 하라는 문항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여태 글을 쓰면서 세상을 '언어'로서 이해해왔습니다. 예컨데 수학을 잘한다면, 다른 사람이 수식으로 복잡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을 이해할 수 있겠죠. 제가 영어를 잘한다면 영어로 된 논문도 쉽게 읽어볼 것입니다. 이 외에도 컴퓨터 언어라던지, 통계학 용어에도 해당됩니다.





 







 제가 열역학 수업이나 교육학과 수업을 들을 때 무언가 문제를 더 많이 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면, 교수님은 '도서관에 가서 다른 책을 살펴보면 풀 수 있는 문제가 있을 껍니다'라는 대답을 해주십니다. 고등학교라면 고등학교 선생님이 적당한 문제들을 찾아서 프린트를 해주셨겠지만, 대학교부터는 그런 서비스는 없고 자신이 스스로 찾아가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고등 교육을 깊이 들어갈수록 심해집니다. 예컨데 고등교육의 최고봉,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나름 기준이 있습니다. 공대라면 SCI급 논문 최소 몇 편이 필요하다~ 라는 기준이 있는데, 이런 활동을 곧 자신 스스로가 새로운 연구를 하여 영어, 국어 등으로 정리한 후에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한테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양한 언어(국어, 수학, 통계학, 영어 등등)로 스스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것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대학원생을 시작으로 교수를 향해, 학문에 더 깊이 들어가고 학자로서 '자립'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교부터, 고등 교육부터는 '학문적 자립'을 요구받으며, 그 '학문적 자립'이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학과를 포함하여 많은 학과들이 졸업 요건으로 '졸업 논문'을 요구합니다. 졸업 논문에는 글쓰기를 통한 자신의 생각 전달과 발표, 그리고 학문에 대한 독립적 성취를 요구로 합니다

https://steemit.com/kr/@vimva/3hztad)






 제가 어릴때 속독학원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책을 읽는 습관, 책을 대하는 태도, 궁금한 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가르쳐줬었습니다. 어릴때 하도 질문이 많았던 지라 속독 학원을 자주 다녔었고 거기서 글을 쓰는 연습도 무척 많이 했었습니다.




 물론 당시 쓴 글이나 당시 읽은 책은 과연 초등학생 다운 수준이지만, 그때의 경험 덕에 이렇게 글 쓰는 습관도 길들이게 되었고 자주 글을 쓰다보니 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정리하자면, '법으로서 정하는 성인은 약 20세'이고, '정서적으로 자립을 시작하는 시기는 사춘기

이며, '학자로서 자립을 시작하는 단계는 고등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대학을 와서는 무엇보다도 글을 통해 생각을 표현하고, 스스로 찾아보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어쩌면 그 능력이 매우 어렵기에 등록금이 그렇게나 비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자의 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대학을 가서 등록금 아깝지 않게 이런 활동을 자주 하시길 바랍니다.

rare-세종대왕

0 XDK (+10,100)

  1. 10,000

  2.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