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칼럼) 시험장에서 킬러 문장 독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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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인과적 과정 이론이나 9평 반자유의지 논증 지문이나
읽다가 '엥?' 싶은 구간이 하나쯤은 있었을 거임
6,9평의 기조를 봤을 때 이번 수능도 고난도 인문 지문이 하나쯤 나올 텐데
여기에서 역시 뚫어내기 어려운 문장들이 최소 하나는 등장할 거임.
뭐 고난도 인문이 아니어도 난해한 문장은 꼭 하나 등장할 거고.
그런데 이 놈의 소위 '킬러 문장'들은 몇 번을 봐도 대처를 못하는 분들이 많을 거임
그냥 볼 때마다 엄마 생각만 나겠지.
그런데 이해가 한 번에 안 간다고 엄마 생각만 하지 말고
다음 짤 하나만 생각하자.
멈춰!!!
요즘은 지문은 한 문장 한 문장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게 '몹시' 중요함.
문제에서 물어보는 정도가 꽤 깊기 때문임.
게다가
근데 한 문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뒤의 문장들이 싸그리 무너지기 시작함.
당연히 문제 풀 때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로 풀게 되고, 정답을 맞힌다 한들 시간적인 손해가 상당할 거임 ㅇㅇ
물론 순간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문장을 마주할 땐 멘탈 안 나가는 게 이상함
여기에서 말리면 뒤에 몇 지문 못 푸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들거든.
그래도 일단은 좀 멈춰보자.
아까 말했듯이 최소한의 이해도 안 해놓으면 오히려 시간을 많이 쓰니까.
아니 그럼 멈춰서 뭐하는데? 뭐 넉놓고 바라볼까?
이해가 안되는데 어쩌라고!!!
그래서 준비했음
이해 안 되는 문장의 처리 방법 4단계
바로 시작해보자구
1) 의미 덩어리를 묶어보며 꼼꼼히 읽기
일단 당신이 문장 자체를 잘못 읽었을 수도 있음.
찬찬히 구절 등의 의미 덩어리를 묶어가며 읽어봐야 함.
특히 문장이 길고 구조가 복잡할수록 더더욱 그래야 함.
영어 구문 어려우면 구문 분석하는 것과 같은 이치.
예시)
16세기 전반에 서양에서 태양 중심설을 지구 중심설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시작된 천문학 분야의 개혁은 경험주의의 확산과 수리 과학의 발전을 통해 형이상학을 뒤바꾸는 변혁으로 이어졌다.
-> 16세기 전반에 서양에서 // (태양 중심설을 지구 중심설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시작된) 천문학 분야의 개혁은 // (경험주의의 확산과 수리 과학의 발전을 통해) 형이상학을 뒤바꾸는 변혁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하다보면 생각보다 우리가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문장 자체의 의미 분석이 안 돼서인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달을 거임.
쉽게 말해서, 의미 덩어리를 묶어보며 읽는 것만해도 많은 문장이 이해 갈 거임.
2) 일단 빡센 이해가 필요한 문장인지 확인해보자.
그런데 이렇게 꼼꼼히 다시 읽었는데도 이해가 잘 안간다?
그럼 이제 원래부터 이해가 필요하지 않게 서술된 건 아닌지 확인해줄 차례임.
평가원은 한 번에 모든 정보를 친절하게 제시하지 않음.
이해를 위해 필요한 개념어나 결론(떡밥)을 던져 놓고
그 다음에 이들을 회수하는 서술 방식인데 이게 참 그지 같음.
만약 회수가 되면 정보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아니면 중요성이 낮아짐.
왜냐하면
지문에서 필자가 공들여 설명한 만큼, 문제는 어려워지기 때문임.
스쳐가듯 설명한 정보는 문제에서도 표면적인 정도밖에 못 물어보지만
정보가 여러 문장에서 엮여서 등장하면 필자가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는 뜻이고
문제에서도 꽤 깊은 추론을 요한다는 뜻임.
따라서
앞뒷내용을 확인해서
필자가 공들여 설명하는 정보이다 -> 한 번 쯤은 빡세게 이해/납득할 준비
필자가 공들여 설명하지 않는다 -> 대충 표시만 하고 나중에 돌아와 볼 수 있도록 하기
필자가 공들여 설명하는 예시)
계약에 개념들에 대해 여러 문장들을 반복해가며 설명함 -> 문제에서 깊게 물어볼 가능성 up
공들여 설명하지 않는 예시)
실체법과 절차법에 대해 스쳐가듯 설명 -> 문제에서 표면적인 부분만 물어볼 가능성 up
3) 앞뒷내용 땡겨와서 이해하기
만약 이해가 필요한 문장 + 다시 읽어서 안 된 문장이라면
이제 다른 문장들을 활용해서 이해해주어야 함.
필자가 공들여 설명하는 정보라면 아마 여러 문장에 그 정보가 엮어있을 거임
그 정보를 이해하려면 이 흩어진 문장들을 다 땡겨와서 읽어주어야 함.
이게 극단적으로 필요한 게 점유소유 지문인데
"점유개정으로는 선위취득을 하지 못한다."
이 문장을 이해하려면 앞에서 설명한 점유개정과 선위취득을 이해했어야 하고
점유개정을 이해하려면 간접점유와 소유권 양도 조건을 이해해야 하고
이들은 위 문장과 물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제시된 정보임.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서 제시된 개념을 땡겨와서 읽어주어야 그나마 이해가 가능하다는 뜻
그런데 이렇게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서 제시된 정보를 땡겨주려면
처음부터 어느정도 최소한의 이해는 다지고 왔어야 함.
이해가 한 번 무너지면 계속 무너지는 게 바로 이 때문임.
4) 그래도 안 되면, 맥락화한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뭔 소린지 이해가 안 간다?
이제 어느 정도는 포기할 때임.
즉, 해당 구간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틀릴 확률도 어느 정도 감수는 해야 함.
특히 문제가 깊은 이해를 요하는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고.
한두 문제 맞히겠다고 계속해서 물고 늘어질 수는 없으니까.
물론 완벽하게 다 포기한다는 건 아님.
그렇다면 여기서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을 써야하는데
그게 "맥락화"임.
즉 해당 구간에서 뭘 설명하고 있는지만 파악해보자는 거지.
이렇게 맥락만 파악해놔도 문제가서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이후의 내용을 이해할 때도 꽤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음.
좀 더 자세히 알려달라고? 오케이
예시를 하나 가져와보자.
위 문단을 이해하지 못했다 치고,
위 문단에 대해 맥락화를 해보면 다음과 같음.
필자는 일단 두 가지 정도 얘기를 하는 것으로 보임
(1) 데카르트는 동일자 식별 불가능성 원리로 근거로 이원론(정신과 육체는 다르다)을 주장
(2) 데카르트의 논증 평가하면, 동일자 식별 불가능성 원리는 의심이나 생각을 포함할 때는 적용할 수 없음.
동일자 식별 불가능성과 이원론과 무슨 상관인지
동일자 식별 불가능성이 왜 의심/생각을 포함할 때는 적용할 수 없다는지
이해는 안 감
그치만 필자는 어쨌든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건 알겠음.
이 정도까지만 맥락화 해도 대만족임.
이것마저 기억이 안 될 것 같다 느낌이 들면 지문 옆에 간단히 메모해도 ㄱㅊ
4번 선지를 보자.
(나)에서 왼손과 오른손은 동일자 식별 불가능성 원리에 따라 동일한 대상이 아니라 함.
그런데 (나)를 보니, '왼손은 있다' 생각하면서 '오른손은 사라졌다' 생각이 가능하다 함.
이 때 쯤에 떠오르는 생각
"아까 필자가 동일자 식별 불가능성 원리는 생각 포함할 때 적용 안 된다 한 것 같은데?"
물론 아직도 왜 의심이나 생각을 포함할 때 적용이 안 되는지 이해하진 못함.
하지만 문제에서 4를 정답으로 의심해볼 수는 있음
(실제 정답도 4였고.)
완벽한 이해를 놓쳤기에 정답을 무적권 맞힌다는 보장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
이게 맥락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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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글이 길었는데 하고자 하는 말은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음
이해 안 가는 문장 나오면 일단 멈추고
1) 문장 꼼꼼히 의미 덩어리 묶으면서 읽어봐라
2) 필자가 공들여 설명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3) 필자가 공들여 설명하고 있는 거면 앞뒷내용 끌어와서 이해하기
4) 그래도 안 되면 "맥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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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칼럼으로 돌아온 유성입니다.
사실 파이널 기간에는 칼럼을 올리는 게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점점 독해법이나 풀이법이 확립되신 분들이 많을 텐데
제 글이 혹여 방해가 되거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미 잘하고 계신 분들은 가볍게 읽고 '이렇게 대처할 수도 있구나'라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편의상 음슴체로 쓴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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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틀린다보단 그나마 정답가능성을 높여본다가 맞을 것 같아요ㅎㅎ 감사합니닷!!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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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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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화 정말 공감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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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내가 기계적으로 모르는 지문나왔을 때 쓰는 방법... 알려지면 곤란한뎊ㅍㅍㅍ ㅠㅠㅠ
ㄹㅇ 예를 막 들어준다? 이거 3점짜리로 낼거니까 제발 플리즈 이해 좀 해달라는거죠...그래서 그런거 나오면 빡집중하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요
제발 플리즈 ~좀 해달라는 <<이거 어떤 강사가 자주 하는 말인데 혹시 아시나요? 갑자기 생각이 안나요ㅜㅜㅜ 누구지??
현우진 아니에요..?
제가 쓰는 방법론이랑 비슷해서 전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칼럼 최고네요
머리가 똑똑해진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