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 [1058163] · MS 2021 · 쪽지

2021-10-23 22:34:27
조회수 648

곽노현은 현 수학 교육이 불필요하다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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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의견은 수학 현실에 필요없고 사교육 낭비가 심하니까 대충 배우고

수학역사랑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가자는 것 같은데 (제가 너무 비약일 수도 있겠네요)

(왜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을 배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문젠거 같내요.)

이 진보계열 교육은 그 잘난 핀란드만 왜 바라보는지

주변에 일본도 있고 중국도 있고 저 멀리는 인도도 있는데

저는 공대에서 수학 진짜 중요한거 같았거든요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맨날 기초과학 기초과학 이공계 이공계 거리면서

이렇게 교육과정 줄이고 수학을 불필요한 걸로만 보겠다는게 모순이 있는거 같아요.

제가 비록 수학지식을 잘 모름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분명 문제인것 같아요


수학교육, 혁명적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382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2018.08.02

초중등 교과 중 수학은 다른 과목과 여러모로 다르다. 첫째, 수학은 실용성이 없다. 국어와 문학은 평생 써먹는다. 외국어도 빈도는 낮지만 평생 활용한다. 기술, 가정도 평생 쓸모가 있고 예술체육도 그렇다. 역사와 사회 교과도 평생 유용하고 ‘물화생지’ 자연과학도 평생 도움이 된다. 이런 과목들과 관련해서는 대학이나 사회에서 평생 더 고등지식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수학은 다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고급수학을 접하든가 중고교 수학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잡아줘도 5%도 안 될 것이다. 실은 평생 간단한 암산이 가능한 정도의 산수 실력이면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데 어떤 지장도 없다. 간단한 통계를 해석하는 정도면 민주시민으로 사는 데도 아무 지장이 없다.

 

둘째, 그럼에도 수학은 전 세계 어디서나 학교 교과의 제왕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가장 많은 수업시수가 국어와 수학에 배정된다. 학생들은 초중고교 내내 주당 최소한 서너 시간 수학을 배운다. 수학이 초중등교육과정에서 제왕적지위를 누리게 된 연유와 누려야 하는 이유를 누군가가 명쾌하게 설명해주면 좋겠다. 흔히들 논리적 사고력 훈련에 필요하다고 하는데 논리적 사고력은 수학뿐 아니라 어떤 과목도 깊이 있게 들어가면 다 길러진다. 논리적 사고력은 특히 학문과 정치의 세계에서 논쟁적인 주제를 놓고 주장, 비판과 반박, 재비판과 재반박을 거듭할 때 가장 잘 길러진다. 지금의 문제풀이 수학교육보다는 수학논쟁사나 수학발달사를 배우는 게 수학적 창의성과 논리적 사고력 배양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셋째, 수학은 수포자라는 용어가 생겼을 만큼 유독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초중등 교과목 중 싫어하는 학생 비율과 포기한 학생 비율이 제일 높은 교과목은 단연 수학일 것이다. 만일 OECD 각국의 수포자 비율을 비교하는 국제통계를 낸다면 우리나라 중고교생이 1등을 할 게 확실하다. 물론 여러 교과목 중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이 제일 많은 건 만국공통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수학 교과에서 의미와 재미, 지적호기심을 느끼지 못한다. 수학이 어렵고 재미없다는 통념 및 수포자 확산에 대해 초중등 수학교육자들은 엄청난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교수학습방법에 문제가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넷째, 수학 사교육이 사교육비의 절반을 차지한다. 수학은 고입과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크다. 너 나 할 것 없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학 사교육을 받는 이유다. 몇 해 전부터 영어수능시험이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면서 영어 사교육은 상대적으로 효용가치가 떨어졌다. 반면 수학은 아직까지 수능시험에서 깨알상대평가 대상이다. 수학의 대입결정력이 더 높아진 탓에 수학 사교육이 더 극성을 부린다. 내일모레면 대입공론화 조사결과가 발표된다. 여기서 수학 절대평가 찬성 비율이 높게 나오지 않는 이상 사교육비의 수학 쏠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수능출제기관은 변별력을 명분 삼아 고난도 수학문제를 내게 될 것이고 이것이 다시 수학 사교육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수학교육의 문제점들을 바로잡지 않고는 대한민국 교육을 바로잡을 길이 없다. 교육문제의 절반은 수학교육 문제다. 그 중에서도 수포자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선 고등학생이 되면 수포자가 이미 1/3을 넘는다. 수포자들은 매주 4~5시간이나 있는 수학시간에 일제히 코를 박고 자거나 딴 짓을 한다. 청춘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자포자기 상태에서 낭비하는 셈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이런 낭비가 없다. 전국의 500만 학생 중 100만 명의 수포자 학생들이 일주일에 다섯 시간씩 40주를 무의미하게 지낸다고 가정하면 연 2억 시간의 청춘기가 학교에서 허비된다. 도무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청춘기의 황금시간을 좋은 삶에 필요한 다른 공부나 유익한 경험에 쓰지 않고 헛되이 보내는 셈이다.

 

개략적으로 본다면 현재 500만 학생을 위해 연간 55조의 교육예산이 투입된다. 평균 연간 수업시간을 주 30시간 기준 40주 1,200시간으로 볼 때 현재 학생 1인당 수업 1시간 소요경비는 대략 8천 원 수준이다. 수포자들이 엎드려있는 총 2억 시간에 1조 6천억이라는 막대한 세금 손실이 발생한다. 수포자들의 경제적 기회비용도 엉성한 계산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교실에서 자는 대신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고 가정해도 2조원 가까운 기회비용이 낭비되는 셈이다.

 

여기에 수포자들의 심리적 비용과 대체학습 기회비용은 물론, 수학교사의 심리적 비용과 학부모의 매몰사교육비와 심리적 비용 따위를 보태야만 수포자 현상이 초래하는 사회적 손실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연간 10조를 넘는 수학사교육비를 감안할 때 수학교육의 구조적 오작동으로 인한 교육적, 사회적 낭비는 문자 그대로 천문학적 규모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수학교육의 낭비구조를 바꾸는 것만큼 시급하고 절박한 교육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교육부와 교육청의 가장 큰 관심사도 수학교육이라야 한다. 지금까지 진보교육감들의 담론과 실천은 무상급식, 학생인권, 학교민주주의, 혁신교육지구, 내부공모교장제 등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하나같이 중요하고 신선한 정책들이라 국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대체로 교육과정 바깥의 교육제도 개혁과 교육거버넌스 구축에 집중해왔다고 할 수 있다.

 

지난 6.13선거로 출범한 진보교육감 3기는 달라야 한다. 이제 과감하게 학교교육의 중심, 교육과정과 교과교육 혁신으로 진입해야 할 때다. 국영수, 사과, 기가, 음미체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교과목이 없지만 학생과 부모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주는 수학교육부터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공론장에서 담대한 담론을 주도하며 일관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수학교육이 초중등 학교교육과 입시경쟁에서 차지하는 현실적 비중을 감안할 때 진보교육감들이 앞장서서 초중등 수학교육 혁신을 이끌어내고 학생과 부모를 쓸데없는 수학지옥에서 해방시킬 때 비로소 학생과 교사, 부모와 사회가 모두 진보교육감시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교육부가 수학교육 혁신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시절 과기처가 수학과학교육개선위를 구성, 운영했으나 과학교육에서 차세대과학교육이란 슬로건과 통융합교수법(STEM)을 만들어냈을 뿐 수학교육에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시절이던 2011년 교육부는 수학교육개선위를 6개월 가동해서 수학교육선진화방안을 내놨다. 이때 도입된 것이 이른바 스토리텔링 수학이다. 기존의 공식 중심 수학을 이야기 중심의 실용수학으로 바꿔보자는 시도였다. 한때 붐이 일었으나 현재 진행 중인 제2차 수학교육종합계획에선 스토리텔링 수학도 시들해졌다는 평을 받는다. 초중등 수학교육에 대한 정부차원의 근본적이고 철저한 재검토와 대안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수학교사들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려 애쓴다. 스토리텔링방식의 교수법도 그 중 하나다. 쉬운 교수법은 분량 많고 어려운 교과서 앞에서 금세 한계에 부닥친다. 그래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전국수학교사모임이 힘을 합쳐 금년에 ‘쉬운 수학교과서’를 만들어서 세상에 선보였다. 이미 중1용 쉬운 수학교과서와 교사안내서가 나왔고 내년에는 중2, 중3용 교재가 나올 예정이다. 민간단체들이 국고지원도 없이 열정과 헌신만으로 국가공통기본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최대한 쉬운 수학교과서를 만들어낸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어쩌면 한국수학교육의 첫 혁명이 이렇게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수학교육의 혁신을 바라는 수학교사들이 스토리텔링 수학과 쉬운 수학교과서에 이어 또 하나 주창해온 것이 수학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공론화 조사가 진행돼 오는 8월 7일 국가교육회의의 발표를 앞두고 있다. 만약 수능시험에서 학교시험까지 절대평가가 도입된다면 수학의 입시결정력과 내신결정력이 축소될 것이고 수학 사교육비도 대폭 줄어들 게 틀림없다. 이번 공론화조사단에는 3만 명 대상 사전여론조사 결과에 따라서 상대평가 찬성파와 절대평가 찬성파가 7대3으로 구성됐다. 1박2일과 2박3일 두 차례에 걸쳐 개인학습과정과 집단토의과정을 거치며 이 문제를 숙고한 공론화조사단 일반시민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나는 공론화 숙의과정에서 형성되는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 편이라 절대평가 찬성파가 공론화 과정에서 세를 크게 불렸을 것으로 전망한다.

 

나는 실용수학, 절대평가, 쉬운 교과서 등 기존의 수학교육혁신방안에 보태서 수학교과시간의 대폭 축소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믿는다. 중학교 공통수학까지는 충실하게 가르치되 고교수학부터는 수학교과를 미적분 등 대여섯 선택과목으로 잘게 나누고 대학전공에 따라 꼭 필요한 부분만 학점제로 취득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야만 수포자 현상과 수학 사교육 광풍이 함께 사라져 학생과 학부모는 수학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수학교사는 잠든 교실에서 가르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이래야만 실제 삶에서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민주시민교육이나 문예체교육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수학교과시간을 대폭 축소하자는 나의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의 지적 역량을 떨어뜨리자는 얘기냐며 당장 반론하실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과학과 기술, 창의성의 토대가 되는 고도의 수학역량은 지금의 문제풀이 교육방식으로는 제대로 발굴되거나 키워지기 어렵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가정해도 수포자 양산과 사교육비 부담을 생각하면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극소수 수학영재를 발굴하고 키우기 위해서 나머지를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 극소수 수학영재에 대해서는 수준 높은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수학비중을 줄일 경우 논리적 사고력의 저하가 걱정된다는 주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지만 절반이 엎드려 자는 수학교실에서 무슨 논리적 사고력이 키워질 것인가. 거꾸로 그 시간에 흥미 있는 다른 주제를 토론, 논쟁 방식으로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어야만 논리적 사고력이 증대될 것이다. 수학시간을 줄일 경우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학교사의 과원현상을 걱정하며 반대할 수도 있다. 이 부분도 걱정할 것 없다. 중학 수학교실에 교사 2인을 투입해 좀 더 맞춤형 수업을 하면 된다. 실은 이래야 중학수학에 깃들어있는 인류의 지적유산을 제대로 깨달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수학을 제대로 배워야 논리적 사고력이 길러진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 학생들만큼 수학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세계 어디에도 없고 우리 학부모들처럼 수학에 사교육비를 쓰는 학부모들이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교육의 구조적 현실을 지금처럼 방치해서는 진보교육감시대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나는 김상곤 교육부장관과 진보교육감들이 힘을 합쳐 아이들과 학부모를 수학교육의 고통과 질곡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진보교육감들이 앞장서서 평범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어디까지 수학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 열린 담론을 주도하며 대대적인 공론장을 열어줌으로써 시대적 책무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란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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