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바다 [1011776] · MS 2020 · 쪽지

2021-10-22 00:16:33
조회수 9,204

집에오니 우울해서 글이라도 적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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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이 이혼한 상태라 대학이랑 가까운 아버지 집에 있다 오랜만에 어머니 집에 내려왔는데, 저한테 알바천국이 알바가 더 잘 구해지는지, 알바몬이 잘 구해지는지 묻더라구요. 엄마 알바하게? 라고 물어보니까 생활비가 너무 모자라서 주말 알바라도 해야할 것 같다고. 지금 월 100 정도 수입이 있는데 엄마랑 동생 2명이서 대출금까지 갚으면서 살기엔 부족하다고. 

 그냥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중간고사 강의 듣다 눈물이 납니다. 아들이 의대생인데 지금 당장 큰 보탬이 될 수 있는게 없어서, 남들 부모님은 50대에 골프치고 여행가고 취미생활 할 시간에 우리 엄마는 주말 알바나 알아보는 것이 마음이 아프고, 도박으로 퇴직금이랑 지금까지 나랑 동생 앞으로 저축한 돈 다 날리고 원룸에 혼자 사는 아빠를 보는 것도 마음이 아프고, 한달에 70씩 과외해서 집에 들러주는데 상황이 나아지는건 딱히 없네요. 무엇보다 분명 가족들 다 힘든거 아는데, 또 새내기 생활은 포기하기 싫은 내 자신한테 화가 나네요. 예과 1학년은 놀아야 한다는 말 듣고 지금까지 남들처럼 놀고 합리화하던 제 자신이 너무 후회됩니다.

  얼마 전에 중학생 동생이 저한테 영어 문제집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왜 엄마한테 말 안하고 나한테 얘기하냐고 물어보니, 엄마는 돈 없어서 안사줄게 뻔하다고 라고 말하던게 계속 마음에 걸리네요. 내가 돈이 없어서 친구관계 멀어져봤고, 돈 없어서 친구들이 놀자고 부를때 못 나간적도 많고, 아무도 뭐라 안하지만 맨날 같은 옷 입고 다니는게 스스로 쪽팔렸던 경험이 있어서 적어도 동생은 그런일 안 겪도록 과외비 모아서 옷, 가방, 화장품 자주 사주고 했는데 동생도 저처럼 스스로 자기 선에서 컷하고, 스스로 돈때문에 안될거야, 라고 포기하는 마인드를 가질까봐 그것도 두렵네요.

  원래 이런얘기 진짜 친한 친구 2명에게만 하는데 다 군대를 가버려서 늦은 밤 여기라도 써봅니다. 아직 의사 되기까지 6년이나 남았는데 정말 열심히 달려가야겠습니다. 이과라서 글에 두서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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