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 수능준비 #1.공부의욕 [지석t]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0100986
으아악! 공부하기 싫어! 이걸 언제 다하냐고!
수능이 고작 31일 밖에 안남았단 말이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12년 동안 공부에 가장 의욕이 없을 때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스우파 할 때? 너튜브 보고 싶을 때?
친구가 놀자고 꼬실 때? 게임 하고 싶을 때?
"제 생각에는 수능 1주일 전입니다."
대부분 그때 제일 공부에 의욕이 없습니다.
이상하죠?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때
가장 열심히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언뜻 이해가 안 되면 저번 중간고사나
시험 보기 5분 전 교실 분위기를 떠올려 보세요!"
시험 당일 날에
주로 '망했다!' 며 야단법석 떨기 바쁘지 않나요?
그러면서
그 전 날에 '내가 하루만 더 있었으면 진짜 열심히 할 텐데' 하며
빈둥거리지는 않았나요?
또
종말의 날(?)이 다가오면 광란의 웃음을 흘리면서
친구들과 날뛰지 않았나요?
중간고사가 이 정도 인데,
수능 때는 훨씬 더 하는 게 이치지요.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 이유가 뭘까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수능은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한 순간에 평가합니다.
1년 동안 공부(하는 척)를 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1주일 공부한다고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까
현실을 받아드리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고 맙니다.
제가 예전에 수능을 1주일 앞둔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 후배는 역시나 정신줄을 놓고 망연자실 놀고 있었습니다.
정신줄 후배 : 형, 지금 공부 해봤자 뭐해요.
지석이형 : 너 인마! 수능 잘 보기를 바라지마! 망해버려!
정신줄 후배 : 넹?!?!?!?!?!?!?!?!
지석이형 : 너는 지금 수능 잘 보기를 바라면 안 돼.
왜냐? 네가 바라야 할 것은 따로 있어.
솔직히 지금 열심히 한다고 시험 잘 본다는 보장은 절대 없어.
남은 기간 공부를 하든 안 하든 비슷할 가능성이 크지.
어떤 노력을 해도 결과를 보장하지 못해.
열심히 해서 절정 내공을 쌓았는데 수능 날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고,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어.
사고가 딱히 사람 사정 봐주면서 날짜를 가려서 오지 않아.
그런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게 수능날일 수도 있어.
그나마 공부는 정직한 편이지,
다른 일들은 잘해보려고 노력한 것 때문에 오히려 더 크게 실패할 수 있어.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때도 있어.
(특히 연애는 괜히 잘해보겠다고 오버하다가 망하기 십상입니다!^0^)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열심히 노력해놓고 좋은 성적표 못 얻어도 괜찮다고.
왜냐?
너는 열심히 하는 너 자신을 얻을 수 있는 거잖아.
인간은 결과 앞에선 무력하지. 하지만 인간은 과정 앞에선 무적이지.
과정만큼은 네 맘대로 할 수 있잖아.
무력하게 네 주위 상황이 나아지기만 바라며 불평하지 말고,
너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무적이 되라.
상황이 안 좋아도 그를 통해 네가 성장하면 좋은 것이고
네가 성장하기 위해서라면 상황을 안 좋게 만들어도 된다.
단지 네가 지금 열심히 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만을 바라.
제가 대학에 들어와서 수학 시험을 보기 10분 전에 일입니다.
시험 보기 10분전 강의실 상황은
정말 이거랑 별반 다를 바 없어요.
놀랍게도 서울대라고 다르지 않아요 ㅋㅋ
저는 시험 보기 10분 전!
책을 펴고 몇몇 문제에다가 동그라미를 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보던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 왜 동그라미를 치냐?”
제가 대답했습니다.
“이제 이거 공부해보려고.”
친구가 어이 없어하며,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는 다른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다시 날뛰며 가버렸습니다.
친구의 눈에는 시험이 10분도 안남은 상태에서 수학을(그것도 대학교 수학을),
그것도 복습도 아니고 이제 처음 공부한다는 것이 헛수고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남은 10분 동안 공부했습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일단 전체적으로 훑어 봤습니다.
아까 10분 동안 봤던 문제가 그대로 시험에 나왔습니다.
저는 풀이법을 까먹기 전에 잽싸게 그 문제부터 풀었습니다.
한 문제를 건졌습니다. ㅋㅋㅋㅋ
그 때 시험이 총 7문제 나왔는 데, 그 중에 한 문제니까
상당히 큰 운빨인거죠!
그런데 여러분.
내가 10분 동안 공부했던 게 시험에 안 나왔어도 상관없습니다.
처음부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했던 게 아니니까요. 아무렴 어떠냐 싶었습니다.
그저 나는 '응시자'였고, 시험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저는 시험 10분 남은 상태에서 뭘 하는 게
내가 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일일까 생각했고
시험 직전에는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험 직전 10분에 공부하는 게 힘든가요?
힘듭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한다면 힘듭니다.
10분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쉽습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한다면 쉽습니다.
10시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10분 공부하는 것일 뿐인 걸요.
남들 엄청 잘하고 있을 때, 쉬운 것도 못하는 내가 초라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남들 엄청 많이 해 놨을 때, 이제야 책을 펴는 내가 한심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나는 마음을 다잡고
내가 잘하기를 바라지 않고, 내가 열심히 하기를 바랍니다.
내 성적이 나아지기에 앞서서,
나라는 인간이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사정과 처해진 환경 때문에
이번 수능을 기필코 잘봐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압박감은 여러분 공부에 하등 도움이 안됩니다.
오히려 엄청난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유튜브에서 '공부자극영상'을 찾아보고 있을지도 몰라요.
여러분!
나는 당신에게 꼭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는 당신이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당신 안에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다운 자기 자신이 들어 있습니다.
지금은 그 사람이 되어 나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길 기원합니다.
제가 항상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수능이 31일 남았다고 해서
모든걸 놓아버리지 마세요.
모두다 결과에 무력합니다.
다만, 당신은 과정에도 무력하지 않길 바랍니다.
do it. now.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라는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
-
남틴이랑진짜아무것도아닌걸로개싸움...
-
공부할때 먹은거 11
1. 생수 2. 보리차 시험볼때만 트윅스처럼 단거 조금씩 먹음요 저는 달달한 음식...
-
9명만 채우면 이제 12
버튼을 꾸욱 누를 차례구나..
-
생윤에서 ~해야한다 ~할 수 있다 이 둘의 차이 이야기할 때 첫번째 문장은 ♡♡의...
-
물고기가 ㅈㄴ큼 11
이건 뭔물고기노
-
2015교육과정 한시수 좋았는 데 2022교육과정도 나오면 수업 준비할 때 유용할 거 같습니다
-
아니 병원 의자 많은데 왜 굳이 내 옆자리에 앉냐 14
아니 왜???서로 편하게 다른 곳 앉지
-
메가패스밖에 없는딩 ㄹㅇ 션티가 몇 강 들어보니 너무 잘맞는 방법론이여서 ABPS를...
-
2학년까지 내신 준비하고 3학년때 사탐으로 최저 맞춰서 화1 화2 계산 거의 다...
-
22수능 -> 23수능 -> 24수능 ㅋㅋㅋ
-
지방일반고 내신 1점 중반대라 수시로는 설컴 어림도 없어서 정시로 반수하려하는데...
-
Feat. 지디 아니냐 마마 때 파워도 거의 절반은 마이크를 안 대던데 이번 엠카...
-
필수 3대 영양소 13
알코올 카페인 니코틴
-
머리하는중 0
다운펌 약을 처발처발
-
너무 큰거 샀나
-
초딩 대상인거같은데 ㅎ 학원이래요
-
한달만 더 해주면 안되는걸까요..
-
정말 도움이 안되는구나
-
미치겠다 1
지갑 또 안들고나옴
-
고3현역 모고 고정높은2 문학은 강민철 정말정말 좋은데 독서하라는거 ㅈㄴ 많아서...
-
전남대 로스쿨 교수 尹 비상계엄 옹호글 게시 '시끌' 1
한 교수가 온라인 교내 교수 전용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
연대 미래캠 2
시간 남아서 구경 왔어요 의대는 따로 있는가보군요
-
본인 인생 ㅁㅌㅊ? 23
2025년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와서 스카가는중
-
우웅
-
강민철T 현강 0
조교말고 수업끝나고 선생님께 직접 질문 가능한가요?
-
어떤강사의 어떤강좌를 추천하시나요???
-
쎈미적 0
꼭 해야하나요? 양이 너무많기도 하고 내신문제 많아서.. 2/3점 기출로 하면 안되나요
-
빵 사러 가야지
-
스타일링 할 자격도 없냐 주문을 해도 급식처럼 자르네 개빡친다 진짜
-
그럼 미리 말을 해 병신아
-
이거 수험생 국룰임? 똥이 막 마려운건 아닌데 자꾸 천둥침 꾸르르르르륵
-
헤으으응
-
라고 하면 안 되겠죠?
-
스블 듣는 중인데…. 온몸에 전율이…
-
미쳤네 어휴
-
아니 이거 뭔데 벌써 품절걸어놓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수특 언매는 살 거고 기하가 고민중 쌍지도 풀 거 없으면 사려는데...
-
ㄹㅇ 이정도면 생사가 의심됨 ㅋㅋㅋㅋㅋㅋㅋ
-
ㅈㄱㄴ
-
문재인일때 존나 충격이었는데
-
슈냥님 덕코 미리 감사합니다.
-
당떨어질때 초콜릿이나 과자같은거 드시나요?
-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부모님도 언젠가는 헤어지게될것이다 같이놀던 친구들도...
-
제 2의 물2하는 현역이 될예정(자퇴X 27수능 응시) 수능이 끝나고 이 글이...
-
ㅈㄴ 어지럽네
-
주변에 재밌게 할거 있나용
핵심 취소선
앜ㅋㅋㅋ

선생님 덕분에 멘탈 잡고 기운 내고 갑니당
지금부터 공부하는 거 수능에 다 나와라! 얍얍!딱 지금 마음상태와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라 엄청 공감하면서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공부하러 가야겠어요
진짜 승부는 수능 당일날이죠! 기운아 솟아라!

일년동안 지석쌤께 노미도 받고, 메로나도 받고, 스티커도 받은 것 생각해보면 항상 지칠 때 큰 힘이 되어주신 것 같습니다! 이번 글도 역시나 제게 힘이 되어주네요. 감사합니다제가 힘이 된다니 기쁩니다. : ) 진짜 승부는 수능날 당일이다! 가라! 수능배틀 다 찢고 나오자!!!

유리 멘탈에 극약 처방.... 감사합니다ㅜㅜ1줄 요약
재수해라 어차피 올해 못간다
이걸 이렇게 요약할 능지면 재수ㄴㄴ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크게 와닿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잊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걸 다시 생각해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이걸 읽었으니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심리적으로 계속 곱씹게되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하려고 하지말라는 말이 이렇게 큰 자극이 될줄 몰랐어요. 감사합니당
의욕이 안 생겼는데, 덕분에 좋은 자극 받고 갑니다.
노력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한 거겠지요. 파이팅!
잘하기를 바라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고 부담감도 컸는데 감사합니다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