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글리 [442026] · MS 2013 · 쪽지

2013-12-03 15: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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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해야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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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수능친 현역 고3입니다.

42334라는 성적을 받았습니다.
수능 망치고 급하게 논술학원 가서 유일하게 외대 글로벌 일반선발 된거 어떻게든 붙어볼라고 했지만
어제 광탈한거보고 진짜 이제 재수라는 걸 깊이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인가 비타에듀 플래너 받겠다고 11시에 매일 들어가서 받고 좋아라한 기억이 나네요.
플래너 받고 하루도 빠짐없이 수능 전주까지 계속 썼고.. 성취도에 O이 많을수록 괜한 뿌듯함이 지워지질 않네요.

어떻게 보면 저런 성적을 받은 것이 꼭 불운의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1때부터 남들에게 나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했기때문에 제 단점이 드러나면 무척 의기소침해지곤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내신 시험도 국어50점이 나오면 절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책상 깊숙이 숨겨놓고 다른 좋은 성적만 보고 마음의 안정을 가지려 하곤 했습니다.

이런 특성은 고3이 되서도 이어졌습니다. 언수외 어쩌다가 좋은 성적을 받으면 그 성적이 내 성적이라고만 자만했습니다.
6월 9월 모두 수능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이 내 점수를 물어보면 잘 나온 점수만을 말해주고.. 열심히 하는 모습만을 남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은  '쟤는 저렇게 열심히 하니까 뭐든지 하겠다' 같은 반응을 해주어서 저는 더욱더 자만하고 콩깍지 낀 눈으로 제 성적을 바라보았습니다.
남들 눈에 조금 공부했지만 성적이 월등히 잘나오는 친구를 보고는 "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공부하는 시간은 내가 더 많으니 결국엔 내가 이기겠지" 이런식의 발상을 하고 15시간을 상회하는 타이머를 보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러나 11월 7일 제 실력의 부족을 절실히 깨닫고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한건 '하는 척' 이었구나...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외대광탈 소식을 듣고 여지껏 장난식으로 말해왔던 재도전이라는 단어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수능이 끝난 직후에는 "아 진짜 이성적으로 가는 대학은 애들한테 부끄러워서라도 못간다"라고 생각했으나

알바도 시작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가 나만 나에게 자신있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평판이 뛰어난 학교는 아닐지라도 제 적성에 맞는 학교에 진학해 사회에 나아가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새마음으로 1년 더 하고 선택의 폭을 넓게 갖는 것이 좋을까요..

물론 궁극적으로 제가 결정해야하는 것은 압니다. 진심어린 충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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