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야스나리 [1079184] · MS 2021 · 쪽지

2021-10-11 20: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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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해병대를 지원하려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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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팁들.

1. 수영은 꼭 배워놓고 갈 것. 훈련소때나 실제 부대에서 근무하게 될 때,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특히 나처럼 수색 병과를 지원하게 될 경우 일주일에 한번꼴로 물속에서 부대낀다.


2. 본인이 수색대를 지원해서 합격했다고 방심하지 마라. 훈련소때 수색대 지원자들만 따로 빼서 체력검정을 또 받는다. 본인 기수 22명에서 7명 본인 포함 최종합격이었다.


3. 압존법은 웬만하면 익히고 가자. 나때도 압존법 없어졌다고 언론에서 말하길래, 안심하고 있다가 뒷통수 맞았다. 

Ex) a상병이 b병장을 데리고 오라 지시한다. 이 때, b병장에게 해야 할 말로 옳은 것은?

필승 b병장님 a상병님께서 부르십니다. X

필승 b병장님 a상병이 부릅니다. O

반대의 경우엔 그냥 높임말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4. 해병대는 솔직히 구타는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본인은 낙후된 섬지역에서 근무를 했는데, 거의 맞은 적이 없다. 다만 그에 비해 언어폭력 강도는 월등히 심해졌다. 만약 실수를 해서 욕먹을 일에 대비해 멘탈 관리도 하고 가자.


5. 간부는 병사들 편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자기네들 진급과 장기복무에만 목이 멘 사람들이다. 그들은 새치혀로 온갅 술책들을 동원해 그대를 회유시키려 할 것이고, 신병인 그대의 신분을 이용해 온갅 병사들간의 부조리를 밝히려 할 것이다.

절대 발설하지 마라. 부조리를 당했다 하더라도 그대로 마음속에 꾹 묵히고 있어라. 간부들은 부대를 바꾸려는 목적이 아닌  자신들의 진급 실적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발설한다 해서 큰 이익은 없다. 오히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부조리는 더 심해질수도 있다.


6. 장기자랑 하나쯤은 준비해놓고 가라. 신병이 오면 부대원들 모두는 그대들의 신변과 이성유무 센스 입담 장기 모든 것을 캐물으려 든다. 장기자랑으로 미리 눈도장을 찍어놓으면 어느정도 이쁨은 받을 것이다. 


7. 훈련소에 들어가기 직전, 온갅 걱정거리로 밥이 넘어가지 않을것이다. 그래도 먹어 둬라. 입소하면 가만히 있어도 배가 고프다.


8. 군 내에서 자기 주관이란건 버려라. 컴퓨터처럼 어떤 코드를 입력하면 그에 관한 동작이 수행되듯이 본인의 주관 자기 개성 이런건 다 버리고 주어진 임무에만 충실하라.


9. 군대 생활도 일종의 또다른 집단에서의 사회 생활이다. 입대하기 전, 알바를 하며 사회에서의 경험들을 미리 익혀두고 가자. 


10. 해병대는 특히 턱걸이를 중요시 한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다만 턱걸이를 잘하면 포상 휴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리 대비해 턱걸이는 꼭 연습해두고가자. 


11. 후임병들에게 적당한 당근과 채찍을 줘라. 당근만 줬다가는 그대를 만만하게 볼 것이고 채찍만 줬다가는 그대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자질로 인해 다른 부대로 보내진다. 군대에서의 고자질은 철저히 피해자 중심주의여서 그대가 정당한 이유로 언어폭력을 했건 훈계를 했건, 무조건 가해자가 처벌받는다.

이것 때문에 요즘 부대는 선임들이 후임 눈치를 많이 본다.


12.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해병대 입대를 다시 한 번 재고하라. 유격이나 공수 그리고 이함 (수영장 다이빙을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고 냅다 들이박는 것이 아닌 기립자세로 다리를 꼬아 낙하한다.) 등등 여러가지의 고초들이 기다릴 것이다.


13. 만약 본인이 백령도나 연평도 같은 섬지역으로 부대 발령이 났다면 그것은 양날의 검이다. 장점은 아무래도 섬지역이다보니, 훈련이 포항이나 김포보다는 덜하기도 하고 많이 하지도 않는다. 대신 경계근무량이 많다. 게다가 휴가도 나가기가 쉽지 않다. 바다의 안개 해무라고 들어봤나? 해무가 조금만 끼더라도 그 날 선박운행은 전면 중지된다.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선박 기체의 흔들림이 상당해 멀미약은 필수다 인천 터미널에서 연평도는 대략 2시간 반 백령도는 4시간이다.


14. 섬지역이라도 pc방 당구장 음식점 웬만한건 다 있다. 다만 물가가 좀 쎄다. 군인들한테만 등쳐먹는건진 모르겠다. 현지인들의 진술은 들어본 적이 없다.


15. 훈련소 1주차땐 하루는 아예 잠을 안 재우고 밤새 군가외우기나 제식 연습만 한다. 정말 말 그대로 한 시간도 안 재우니 유의할 것.


16. 훈련소 마지막 주는 극기주라고 해서 식사량도 절반으로 줄이고 새벽 5시부터 기상해 하루 종일 고된 훈련을 하는 주이다. 이때부터 다들 예민해서 밥주는걸로 병들끼리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등 다소 살벌하다. 


이상. 내가 누락한 것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근데, 과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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