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수특 고전소설 작품, 심생전의 의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9981479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남기게 됩니다. ㅎㅎ 오늘은 수능 특강, 수능 완성에 실린 작품인 고전소설 텍스트 <심생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려고 해요.
<심생전>은 중세 고전소설에서 '사랑'을 주요하게 다룬 작품들입니다.
이러한 주제의 작품들은 당연히 당대의 사회상을 솔직하게 그려내지만, <심생전>은 사랑에 대하여 당대에 흔히 생각될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굳이 언급하려는 것이기도 하구요.
<심생전>의 작가 이옥은 매우 실패한 인물입니다. 선비로 태어났지만, 중국 소설에 빠져 소설과 같은 문체를 쓴다 하여 과거에 번번히 낙방했고 끝까지 관직에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의 가문 역시 양반 집안이지만 별 볼 일 없었던 가문이어서, 그의 정서는 자연스럽게 소외감과 무료함이 특징이 됩니다.
그래서 이옥은 자신의 주위를 '관찰'하는 데에 열성적이었고, 자신을 받아주지 않은 세계를 편견 없는 자세로 바라보게 됩니다. 자신이 세상의 편견 때문에 고생한 바 있으니까요. 이옥이 가장 강조했던 소재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었고, 이러한 이옥의 관점이 <심생전>에 잘 드러납니다.
<심생전>의 줄거리를 약간 요약해볼까요?
양반가 자제인 '심생'과 그저 그런 가문의 여주인공 '소녀'는 비록 눈이 마주친 것이 다이지만,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조금의 호감을 지니고는 있었습니다. 심생은 소녀를 잊지 못하고 겨우겨우 그녀의 집을 몰래 찾아가 훔쳐보고 완전히 소녀에게 반해버리죠. 그때의 소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묘사가 있습니다.
이후 심생은 저녁 즈음에 소녀의 집에 갔다가 새벽 종이 칠 무렵 자신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소녀는 보통 한글소설도 읽고, 바느질도 하다가 잠에 들었는데 어떤 때에는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심생이 그러하기를 20일이 지납니다. 아직 인물들이 뭔가 본격적인 사이는 아닌거죠.
그러던 어느날 소녀가 심생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고, 심생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일어나 소녀를 붙잡습니다. 소녀는 놀란 기색이 없이, 있다가 문을 열어드릴 테니 그냥 놓아달라 청하고 심생은 그녀를 순순히 놓아줍니다. 그런데 소녀는 말과는 다르게 문을 잠궈버립니다. 그것도 부러 심생에게 들리도록 일부러 문을 잠그는 소리를 내가면서 말이죠. 그래놓고 소녀는 또 잠에 든 체 했으나, 실상은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습니다. 심생은 분했지만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는 다시 이전처럼 소녀의 집을 몰래 찾아가는 행위를 반복합니다. 그러기를 열흘, 소녀는 결국 심생에게 문을 열어주고 둘은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소녀는 심생과의 신분 차이를 비관하여 자살합니다. 이에 심생은 통곡을 하다가 글 공부를 그만두고 무과에 나아가 벼슬을 얻지만, 결국 소녀의 죽음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일찍 죽고 말죠. 이게 결말입니다.
기출 공부를 열심히 하셨거나, 고전소설에 대한 안목이 있으신 분들은 줄거리만 보더라도 '이거 히트다' 하는 느낌이 드시죠? <심생전>의 의의는 '인물의 심리를 사실적,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것입니다. 밑줄 그어놓은 부분들처럼, 여성 주인공인 소녀는 심생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쉽사리 그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처음 대화를 나눈 후 문을 걸어 잠근 거예요. 분위기와 맥락, 소녀가 뱉은 말을 고려하면 바로 문을 열어줄 것 같았는데 말이에요! 심생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옛날 시대는 남자가 여자를 무작정 덮쳐도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치부되었어요. 그런데 심생은 소녀가 마음을 정하기까지 거의 한달 남짓한 시간을 기다려줍니다.
<고전>소설에서 이렇게 사랑을 고민하고 복잡하게 대하는 인물들은 쉽게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즉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는 것이죠. 작가 이옥의 삶이 작품에 잘 반영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심생전>이 수능에 출제되면 아주 좋겠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위의 줄거리 중 소녀가 고민하는 대목(이 부분은 2004학년도 수능에 이미 출제된 바 있습니다. 너무 옛날 문제이긴 하지만, 풀어보시면 실제로 고전소설 답지 않게 인물의 심리를 중요하게 묻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거예요!)이나 결말 부분이 또 출제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 장면들이 고전소설의 틀을 깨면서, 또 아주 큰 의의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가 <심생전>을 설명드리려 하는 더욱 본질적인 이유는, <심생전>만큼 어려운 내용의 애정 고전소설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심생전>에서의 복잡한 인물 심리를 감지할 수 있다면, 다른 애정 고전소설들은 쉽게 읽어나갈 수 있겠죠?
작품 해석 서술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이니, 내용의 신빙성을 아주 의심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더욱 다양한 해석이 <보기>로 제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셔야 하구요!
수능까지 약 한 달 남짓 남았네요. 우리도 심생처럼, 수능을 소녀로 생각하고 열심히 고민하고 몰두해야겠습니다. ㅎㅎ
좋아요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시대를 앞서나간 애정 고전소설이 한 작품 더 있는데, 지금 시간이 많지 않아서 ㅠㅠ 나중에 꼭 쓸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기간 파이팅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흠흠...
-
강남대성학원 재수종합반, 두각학원 단과 출강하시며 강남대성수능연구소에 계신...
-
1배속하면 말이 너무 느림. 현강 들을땐 안어색한거보면 인강으로 올릴 때 자체...
-
그래? 알앤디 한번 삭감했더니 문과가 살아나네!
-
다들 성적상승 1
계단식으로 오른다는걸 언제 어떻게 느껴보셨나요?
-
이매진 0
이매진이 연계 전작품 다있다는데 이거 8호까지 다풀고 복습하면 연계 충분한가요?
-
번호딸까
-
시기상 다들 힘 빠지고 의욕을 잃어갈 듯합니다... 다들 8월까지만 버티면...
-
문제에서 ㄱ보기가 옳다고 되어있는데 사내 동호회는 공식조직이 아니고 자발적 결사체...
-
지구에서 움직이는 우주선의 시간을 측정랄 때 지구의 시간은 지연된 시간이고 우주선의...
-
수특에 이렇게 나와있는데 그래서 답이 왜 3번인 거죠? 맨틀 위에 떠 있는 지각이래매...
-
지금까지 정부 스탠스상 진짜 당장 목에 칼 안들어오면 무조건 시간 끌거라고 봄...
-
소요 시간 72분 93점(독서 -5 문학 -2) 난이도는 6모랑 대비해서 독서는...
-
상남자 특 3
듄 연계공부 안함
-
문학 << 불 언매 << 불 비문학 << 가나형에 난이도 몰빵이 메타인건가 다 그런 느낌이네
-
파일 받아서 풀어봤는데 62점 나왔어요 교육청, 평가원에서는 대부분 2등급 받았어요...
-
잇올같은데 10월말 11월초에 3주정도 등록가능한가요..? 0
혹시 저때 등록해보신분 계신가요..?
-
몇 개 정도 푸시나요? 지금 구매한 게(상상, 이감, 김승모) 35~6회 정돈데 더...
-
아
-
스카 너무추워서 5
알래스카온줄 하하하
-
그래도 8시간은 했네..
-
어려운 27번 정도임?
-
멘탈관리법 1
여러분만의 멘탈관리법+정신건강유지법 공유해주세요..
-
이게 제일 어려운 듯 발표 중에서 자료 없이 쌩으로 5분 하는 게 존나 어려움...
-
꿈속에서 시간을10시로 착각해서 겁나 놀래가지고 진짜 일어났는데 아침8시였다
-
언매질문 3
왜 ㄱ 에 2,3번이 맞는게 아니라 1,4,5가 맞는건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음 묻-...
-
기대기대
-
느낌이 옴
-
문학 인강 1
올오카 문학을 들었는데도 문학을 너무 못하고 문학은 김승리쌤이랑 안 맞는거 같아서...
-
훌륭한 마법사가 되겠어~
-
원하는 조건은 1. 특정 앱 몇개만 잠금or 특정 앱 몇개 제외하고 전체 잠금 가능...
-
강원대 의대 조사해보니 티오(?)도 낮고, 인기과 가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
와잉감자 부활 3
헿
-
고2입니다 이제까지 영어공부 제대로 해본적이 없구요 중학교때 부터 영어를 놔서...
-
서바 답지 0
서바 생명 라이브 듣고있는데 아니 답을 안알려주는데 어떻게 아나요??? 2회 답 알려주실분 없나요
-
언매 퀴즈 13
'강마르다'는 강조의 의미를 가진 접두사가 붙은 동사이다. (O, X)...
-
1번 자리- 옆뒤로 사람들 있음(성인 자격증,취업 준비로 추정됨) 2번 자리-...
-
나비효과 독서 0
이거 지금 봐도 딱히 의미 없을 것 같네 내가 직접 공부 좀 하고 문풀 어느정도 한...
-
기출을 아직 못돌려서 너기출이랑 같이 할 거를 찾고 있습니다. 현재 김기현 아이디어...
-
삼겹살이나 구워서 불닭이랑 같이 먹어야지
-
ㅈㄱㄴ
-
2.7 반택 9월달분까지만으로 팝니다 진짜
-
ㄹㅇ 역대급 시청률 가능아니냐 둘다 21세기 우승 없는채로 만나야함 멸망전으로...
-
기출분석할까 1
기출 분석은 안하고 1회독했을때 6모봤는데 미적 백분위95뜸 기출분석을 할까 아니면 n제나풀까
-
사탐 옳은 것을 모두 고르시오로 문제나오면 어케될까 7
20문제 전부 ‘옳은 것을 모두 고르시오’ 이렇게 해서 1개에서 4개까지 답으로...
-
기아 엘지 두산 크트 쓱(아니면 삼성) 크트 무조건 올라간다고 본다 쓱 아니면 삼성인데 모르겠음
-
문학이랑 선택은 어느정도 괜찮은데 독서는 그냥 순수 독해력 문제인거 같은데 어떻게 해결해야하나요?
-
웃통 벗고 동생 옆에서 오르비 중 백수 그 자체
-
이거왜이럼 러셀 1
이거 왜 로그인하면 외부생 이퀄모의고사 신청도 안돼요?
-
중국 입장에서 신의 한 수 군인들을 많이 잃었지만 그에 비해 전략적으로 얻은게 너무...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헉 심생전 안중요 한줄..
얼렁 다시 봐야겠다
시대를 앞서간 또다른 고전 소설은
역시
'운영전' 인가요?
고전 소설들과 달리
1인칭 서술자가 쓰이면서
서술자가 계속 바뀌었다는 것?
아니면 구운몽?
제가 다루려는 것은 아니지만, 운영전과 구운몽 역시 중요합니다. 구운몽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는 김만중에 의해 지어진 귀족적 소설로 시대를 앞서갔다는 내용과는 또다른 방향으로 중요하기도 하고, 동시에 자유 연애를 어느 정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운영전도 서술 방식의 파격과 비극적 결말을 보인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서갔다고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제가 다음에 다루려는 것은 <숙영낭자전>입니다. ㅎㅎ 말씀하신 작품들도 수능 기출로 쓰인 적이 있었던 만큼 매우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당신 너무 커여워요 바로 팔로우
긍정적인 반응과 팔로우 감사합니다 ㅎㅎ 더 좋은 글로 돌아오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