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묭 [1030399] · MS 2020 · 쪽지

2021-10-10 01:20:03
조회수 573

우울 싸고 싶진 않지만 한 번만 얘기 좀 들어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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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2에요

2-1까진 열심히 살았습니다

근데 1학기에 3과목 문 열고 

공부가 너무 싫어졌어요

1,2등 다투는 친구는 3과목을 닫았거든요


여름방학에 놀았습니다

뭐 미적분 개념이나 기본적인 건 그래도 했고요


개학했습니다 

학교 부교재 애들 다 풀려 있는 거 보고 현타왔어요

한 3일 ㅈ댓다 싶어서 빡공 했습니다


그러다가 여름방학 때 놀던 버릇이 남았는지

공부 안했어요


2-2가 사실상 내신 끝나는 학기라 생각하니 

너무 불안한데 또 불안해서 공부도 안되고


여름방학 땐 게을러서 공부를 안한 거 인정합니다

근데 지금은 뭐 되돌릴 수가 없어요

매일 웁니다 엄마한테 징징대고요

너무 힘들어요 학교에서도 맨날 화장실 가서

혼자 웁니다


지금 내신 2-1까지 1.3입니다

의대 목표로 달려왔는데 사실 의치대가 

제 적성에도 안 맞는 거 같아요


전 사업으로 성공하신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저도 따라 사업을 하고 싶어요

학교에서도 친구 많고 선생님들께도 리더쉽이 있다는 말

많이 듣습니다


방금 어머니께 또 징징대면서 여쭤봤어요

난 의치대 성적돼도 그거 한다고 인생 행복할지 모르겠다

연봉 3억이 대단한 건지도 모르겠고 

20대 갈아서 그거 할 만한 메리트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인서울 공대 가서 여러 경험, 인맥 쌓아서

사업 크게 하고 싶다


하니까 아버지께서 어떻게 지원은 해주신답니다

아버지도 빚더미에서 15년 간 열심히 일하셔서

그래도 성공했다는 소리 들으시고요

금전적인 부분 말고도 도와주신대요

이런 거 보면 제가 배부른 소리하는가 싶기도 합니다 


그냥 요즘 너무 힘드네요 

시험 4일 남았는데 가계도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수시 챙겨보신 전교권 분들 이해하실 겁니다

친한 친구들인데 시험기간 되면 견제하고 

괜히 불편하고 자습실 같으면 서로 뭐하는지 몰래 보고


1학년 때까지는 그냥 열심히 했어요

근데 시간이 갈 수록 나쁜 버릇들만 생기고

제 생명이 갉아먹히는 느낌이 듭니다


뭐 제가 그냥 본성이 나태한 것도 있죠

그래서 요즘 제가 너무 미련합니다

제가 한심해요 사실 진로 고민 보다도

제가 여름방학부터 해서 최선을 다 하지 않았음이

너무나 한심합니다

진로 고민이라면 사실 대학 안가도

건물 관리하면서 살아도 잘 살 거 같긴해요


자기혐오 일까요 

전 제가 이럴 줄 상상도 못했는데

우울증 환자 같습니다 제가


누가 차라리 총이라도 쏴줬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고 책상에 앉는 게 두려워요


제가 한심한 것도 한심한 건데

나중에 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험기간인데 가계도 문제 고민보다

삼성전자 연봉을 찾아보고 있어요


1년 후면 성인이란 생각에 온갖 걱정이 듭니다

의치대 가면 그래도 연봉 2억 정도는 쉬울텐데

그래도 의치대 가서 의사하면 인생이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전 도전적인 일 하고 싶습니다

조직을 이끌고 큰 목표를 이루고 싶어요


방구석에서 시험 공부 하기 싫다는 글 쓰는 인간이

나중에 뭔 큰 일을 하겠냐 비웃으시겠지만

그냥 막연히 그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횡설수설 말했는데 

여기 대학생분들이 많으셔서 글 씁니다

어떻게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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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taxis · 1031682 · 21/10/10 01:23 · MS 2021

    일단 연봉 2억 쉽다<--는건 잘 모르겠지만
    (피부과가 아닌 이상...)
    우울을 극복한 미래의 자신의 발걸음에 못을 박아넣는 일은 하지 않으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 phototaxis · 1031682 · 21/10/10 01:25 · MS 2021

    하루 내서 강가같은데 혼자 걷는것도 좋아요

  • 진인사대천묭 · 1030399 · 21/10/10 01:28 · MS 2020

    고등학교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닐텐데
    그냥 전교1등으로 알려져있다가
    갑자기 이러니 자존심도 상하고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 공부를 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다 안된다하니 수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모고는 현재 올1이 뜨는데 저도 수시가 훨씬 쉽다는 걸 알지만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 선배님은 그래도 의대까지 가셨으니
    여러 힘든 일이 있으셨을 거 같습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가지고 최선을 다 하는 게 좋을까요
    결과랑은 상관 없이

  • phototaxis · 1031682 · 21/10/10 01:32 · MS 2021

    음.... 원서 접수할때가 되면 왜 수시를 안했나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저 포함)
    어차피 남들 시선은 대학 가면 다 사라지니까
    그냥 내가 다시 뒤엎어본다! 라는 생각으로 즐기면서 하시는게 가장 좋을 듯 합니다
    전 고2모고 올1 넘어서 전국 600등? 인가까지 해봤지만 결국 재수했어요ㅋㅋ 정시가 진짜 가시밭길이에요

  • 진인사대천묭 · 1030399 · 21/10/10 01:33 · MS 2020

    진짜 인생이 힘드네요 감사합니다 형님

  • phototaxis · 1031682 · 21/10/10 01:33 · MS 2021

    물론 공부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지만
    지금 일로 입시가 망쳐지고 원하는 대학 못가시면
    앞으로의 일에서도 주저하는 감이 생기실거에요
    그냥 어떻게든 즐기시면서 대비하시는걸 추천드려요

  • 진인사대천묭 · 1030399 · 21/10/10 01:35 · MS 2020

    결과에 상관없이 그냥 노력한다는 거에 초점을 맞춰서 인생을 산다면 잘 살 수 있겠죠 ..

  • phototaxis · 1031682 · 21/10/10 01:37 · MS 2021

    노력이 꼭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지만
    노력-결과 상관성이 가장 높은 것을 꼽자면
    운동이랑 입시입니다
    지금 그냥 떨쳐내고 공부하시면 노력으로 무조건 이뤄내실거에요

  • 진인사대천묭 · 1030399 · 21/10/10 01:37 · MS 2020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