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이 틱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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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는 웃음기를 싹 빼고 제 심정을 적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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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틱장애인입니다. 첫 발병은 7살, 완치 후 재발병은 18살쯤 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저는 틱장애 -> 소아장애로 병역 4등급을 판정받고 대학교 1학년 이수 후 정신병 공익(줄여서 정공)으로 복무를 할 예정...이긴 합니다만 이건 바로 갈 수 있을진 그때 상황 봐서 알 거 같습니다.
서두가 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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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8년 오사카 여행 도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이후 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틱이 심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때는 그나마 고2여서, 공부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나, 고3이 되고 나서도 병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그렇게 수험생 생활을 맞이하게 됩니다.
고2때는 이과반에 있었던 저는, 고3때에는 문과반으로 갔습니다. 제 의지였긴 합니다만.... 오히려 이과반에 계속 남아있으면서 문과공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심정이 조금 있었습니다.
고3때는 다들 저를 잘 몰랐기에, 건드리는 사람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점점 지나고 난 후, 저를 괴롭히는 시늉을 하는 몇몇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때였습니다. 저는 이어플러그를 끼고 자습을 하고 있었던 찰나였습니다. 근데 갑자기 그 아이들의 아이패드를 저한테 들이대더니 저를 찍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하지말라고 조금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난 후 잠잠한가 싶었더니 갑자기 저랑 친한 친구가 저를 복도로 불러내었습니다. 네가 모르는 사이에 너의 행동(아마 틱증상 이었던 것 같습니다.)을 시늉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저의 소심한 성격 탓에 억눌렀습니다.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니 화를 내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도 들긴 하네요.
그 후 그냥 무시한 채로 자습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틱이 많이 심하진 않았습니다. 왠진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걸 알았으면 지금 심하진 않았겠죠?
점점 거슬러가다 수능 원서를 쓸 날이 왔습니다. 그러다 선생님께서 저를 불러내었습니다. 다름아닌 별도 수능 시험장 관련이었습니다. 저는 이때는 잘 몰랐으나, 저 혼자 별도의 수험실을 따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저의 엄마랑 통화를 마친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마다할 여지가 없었죠, 오히려 남들에게 피해를 보게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기뻤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다 수능날이 됐습니다. 저는 이때 첫 수능을 치고, 거하게 말아먹었죠. 저는 울면서 재수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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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재수때 이야기입니다. 제 암흑기는 재수때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독재학원을 다녔었고., 그곳에서 꽤나 많은 민폐를 끼쳤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때의 모든 분께 사과를 드리고 싶었으나, 도저히 할 방법이 없었죠. 이때 스트레스로 인해 틱증상이 많이 심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럴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초기부터 증상이 나타나더니, 결국 저는 흔히 불리는, 그러나 저는 싫은 '빌런'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평소에 정말 빌런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고, 그 행동들이 정말 꼴사납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빌런이 제가 될 줄은 하늘도 몰랐지 않았을까요.
빌런이 되고 나서, 자리를 여러번 옯겼습니다. 그래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고 악화되었습니다. 저는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게 아닌데, 나도 낫고싶은데 어떻게 해야될 진 모르겠고, 그냥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그것 마저도 잘 되지 않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7~8월쯤 되서 독재학원을 나오고 친구랑 같이 다른 독재학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관리, 체계는 맘에 들진 않았으나, 그곳은 좀 느슨한 편이여서 틱이 조금 줄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수능을 12월달에 본 21수능을 치고 저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허나 끝은 여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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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에는 이 학교를 계속 다니려 했습니다. 맘에 드는 위치는 아니었고,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으나, 삼수는 싫었고, 과는 내가 목표하던 과였고, 그래서 선택한 곳이었습니다.
근데 이때도 틱장애가 낫질 않고 있었습니다. 저는 룸메에게 나는 틱장애가 있다. 괜찮겠느냐. 이런 말을 하였고 룸메는 괜찮다고 하였으나, 결국 나중에는 이 한마디와 함께 기숙사를 나가더군요.
'나 너무 힘들었어'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말 한마디가 저에게 비수를 꽂았고, 아마 눈치를 더 보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기숙사방을 혼자 쓰게 된 이후로, 저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었고, 결국 수능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한 번 더 하고싶다고, 학교를 옮겨보고 싶다고.
부모님은 처음에는 딱히 옹호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저를 응원해주셨고, 지금까지 진행되는 지옥의 삼수라이프를 겪게 되었습니다.
재수때의 고통을 생각해서 저는 스터디카페를 선택했습니다. 이때도 틱증상은 낫질 않고 있었고, 결국 여러번의 컴플레인을 겪고 스터디카페에 다니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사람이 적은 곳을 고르려 했고,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집독재를 해나가다가 집의 환경이 역부족임을 느끼고 독서실 1인실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사람의 눈초리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틱장애는 역시나 계속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1인실에 있을 때도 계속 소리를 내고 그랬죠.
그러다 결국 오늘,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쪽 자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조심좀 해달라'
이해는 충분히 되는 문자였습니다. 저는 빌런이었죠. 빌런은 처단해야 맞는 말이죠.
근데 저도 고통스럽습니다. 이 장애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으면 제발 그딴 생각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이건 진짜 고통스러우니깐요.
저는 내일 약을 다시 바꾸러 갑니다. 더 세게 해달라고 하려고요. 졸려도 괜찮으니 틱만 나지 않게 해달라고. 나 좀 살려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요청을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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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의사 선생님과의 얘기 중 하나를 꺼내보려 해요. 이건 저같은 사람에게 유용하지 않을까 싶어서 꺼내는 이야기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선 이완요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실제로 이 요법을 실행하고 증상이 완화된 사례가 있다며 추천해주신 요법이었습니다. 그냥 몸에 힘을 3초정도 주고, 풀고, 또 주고, 풀고를 반복하는 간단한 요법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여러번 하진 않았아요. 까먹은 것이 컸던 것 같네요. 그래도 이제부턴 해보려고요. 저도 낫고 싶으니깐요. 아니, 나아야 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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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얘기를 털어놓고 보니 주저리주저리 말하게 되었네요. 앞뒤도 안맞고,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도 있을 터이지만, 그냥 그런갑다 하고 놓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오르비 전체가 아닌, 이 글에서 만큼은 저도 위안을 받고 싶은 마음이 좀 클 뿐입니다. 그저 그럴 뿐입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부턴 그냥 평소처럼 정신 놓고 글 쓰는 엔버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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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꼭 삼수 성공하셔서 틱 장애 호전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번 수능에서 마무리 지으려고요.
저도 응원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공부하는거 대단해요...
삼수 성공 기원!!!
감사합니다. 님도 꼭 합격하세요.
틱이 스트레스 받으면 더 심해진다던데 올해로 입시판 뜨셧으면 좋겠네요
틱과 스트레스는 밀접한 연관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이번이 마지막 수능판이지 않을까 싶어요
틱,, 공감이요,,
저도 10살때부터증상 생겨서 정신과 가서 약도 먹고 하는데
너무 졸려서 지금은 못 먹고 있어요,,
10년 넘게 안 나으니깐,, 호전되다가 악화되다가 하고,,
전 너무 심해져서 졸리더라도 좀 늘려야겠어요...

응원합니다.올해 꼭 성공하시고 틱 장애 호전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ㅎㅎ!
저도 틱으로 10년 넘게 고생한 사람으로써 너무 이해가됩니다 같이 힘내봅시다 !!!!
감사합니다 화이팅입니다 ㅎㅎ
힘내세요! 꼭 이겨내실 수 있을 거예요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ㅎㅎ
저 근육틱 있는데 제어 가능하거든요 .. 온몸의 관절에 힘 주는거랑 눈 깜박이기! 눈 깜박이는거는 제어가 어렵긴 하더라고요 ㅜㅜㅜㅜ 뇌피셜인데 뇌랑 젤 가까워서 그런가..싶음 ㅜㅜ 어케 제어하냐면 명상하듯이 그 신호가 느껴질 때 힘을 빼고 가만히 있어요 눈 깜박이는 것도 힘 빼고 살살 감고요 정상인마냥 .. 그렇게 하니까 전 살만 하더라구요 그러다가 틱이란걸 잊어가다가 한 2~3주뒤면 다시 찾아오고 걍 고통의 연속 ㅜㅜ 님맘 잘 알아요 음성틱은 없어서 잘 모루겠네요 암튼 홧팅
말씀하신 방법은 이완요법이랑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 거 같아요 틱은 천천히 고쳐가려고요 ㅎㅎ 남은 수능 기간동안 열심히 공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