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평 킬러지문에 대한 11가지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9520765
오르비클래스에서 독서를 전문적으로 강의하는 이해황입니다.
이 지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랐을 이야기를 써봅니다.
1. 이 지문의 물리적 근거는 Mark Balaguer 교수가 쓴 『자유의지』(2021년 6월 번역본 출간)입니다. 시험지문의 거의 모든 문장을 책과 1:1 대응시킬 수 있을 정도로 똑같습니다. (딱 한 문장만 제외. 이는 9번 항목에서 다룹니다.)
2. 시험지에 제시된 "딸기 우유"와 "초코 우유"를 선택하는 상황은, 원래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아이스크림" 중 선택하는 상황이었습니다.
3. 시험지에서 ㉠반자유의지 논증을 비판하는 한 입장은 자유의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지문의 화제는 "자유의지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자유의지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입니다. 이는 Mark Balaguer 교수님이 책 결론에서 따로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자유의지』 163쪽
만약 ㉠이 자유의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라고 해석한다면 명백한 오류입니다. 지문 내에서 ㉠은 자유의지가 있다고 주장한 적이 없고, 이러한 주장이 추론되지도 않습니다.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선결정 가정이 참으로 밝혀진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반자유의지 논증을 지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것입니다.
4. 이 지문을 두고 출제기관의 서술 스타일에 대해 왈가왈부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4문단에서 "ⓐ욕구 충족적 자유의지"를 갑자기 설명해서 어색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던데... 제 생각에는 그냥 책 『자유의지』의 논리전개를 따라 지문을 만들다 보니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5. 책에서는 '무작위'의 의미를 네 가지로 나눠서 살펴봅니다. 그런데 시험지문에는 이런 설명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문을 독해하기가 다소 난해합니다.
6-1. 이 글을 본 많은 분들, 특히 국어 강사님들이 『자유의지』를 주문하려 할 것입니다. 아래에서 주문하면 됩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596366
6-2. 참고로 같은 분이 번역한 『마음과 몸의 문제』(The Mind-Body Problem)도 출제가능성이 높은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같이 주문하시면 됩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29281
6-3. 저는 출판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어쨌든 양서가 많이 판매되는 건 좋은 일입니다. ㅎㅎ
7. 자유의지는 법적 책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만약 모든 것이 선결정되어 있다면, 그래서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범죄자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단순한 해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를 저지르기로 태어나기 전에 이미 결정되었다고 주장하면 재판관은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사형을 선고하기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_출처: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최훈, 2020) 279쪽
8. 시험 지문 중 제가 이해하지 못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만약 ‘내가 자유롭게 선택했다’는 말이 단지 ‘내가 하고자 원했던 것을 했다’는 ⓐ욕구 충족적 자유의지를 의미한다면, 나의 선택이 그 이전 사건들에 의해 선결정되어 있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내 자유의지의 산물일 수 있다."
ⓐ는 말 그대로 (선택 전에 존재하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이 이뤄집니다. 이는 욕구가 선택을 야기했다는 것이므로, ⓐ는 선결정 가정에 부합합니다.
그리고 (책에 있는 설명은 아니지만) 아래 이미지처럼 어떤 사건이 우연히 욕구와 선택을 각각 선결정했는데, 이 둘이 일치할 수도 있을 겁니다.
"휴대폰 충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여기 서있게 됐지만,
나는 이 그림을 감상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는 중이다."
그런데 선결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무작위 상황)에서도 ⓐ가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권위자에게 질의를 했고, ⓐ는 "NOT random" 즉, 무작위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즉, 지문의 서술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자세한 건 해설강의에서 좀 더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출제자는 ⓑ자유의지는 선택이 선결정되어 있을 때 성립하지 않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자유의지는 선택이 선결정되어 있을 때도 성립한다는 진술을 하려다가 좀 오바해서 서술한 것 같습니다.
만약 지문이 제대로 쓰였다면, 11번의 ⑤는 공허하게 참(vacuously true)이 됩니다. 왜냐하면 "어떤 선택을 원해서 하고 그 선택이 선결정되어 있지 않다면"이 성립할 수 없는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뒤에 어떤 말이 따라나오든 무조건 ⑤는 참입니다.
※ 오독할 분들이 있을까봐 적어둡니다. 9번 항목은 출제오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시험장에서는 ⓐ가 포함된 문장을 그냥 받아들이고 지나가면 충분했고, 이 경우 문제에도 아무런 오류가 없습니다. 다만, 원저를 읽은 입장에서 눈에 들어온 부분이라 한 번 설명해봤습니다.
9. 이 문항에 딸린 '입증' 문제를 엉터리로 이해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는 PSAT/LEET에 흔히 나오는 유형이며, 저는 이 유형에 대한 기본서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이 판매됩니다.)
핵심만 두 가지 짚어보자면,
9-1. 가설이 입증(=강화)되었다는 것은, 가설이 증명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입증은 가설이 참일 확률이 올라갔다는 뜻이고, 증명은 가설이 100% 참인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뜻입니다. 선지의 "참일 수밖에 없다"는 입증이 아니라 증명되었을 때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9-2. 가설이 입증(=강화)되지 않았다고 하여 바로 그 가설이 약화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거짓으로 증명되었다고는 더더욱 말할 수 없습니다. 강화되지도 약화되지도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 이 내용에 대해서는 조만간 제 유튜브에 자세한 내용을 올리겠습니다.
10. 고전논리학에서 "A이면 B이다"(A→B)를 부정한다는 것은 "A이고(인데) B가 아니다"(A&~B)를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에 따르면 "무작위 가정이 참이면 자유의지가 없다"를 거부하는 ㉠은 "무작위 가정이 참이고, 자유의지가 있다"를 주장하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지문을 보면 ㉠이 무작위 가정이 참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기초적인 논리학을 공부한 분들이라면 이 지점에서 의문을 들었을 수 있습니다.
11. 9평 독서에 대한 제 해설은 아래 국어의 기적 2022(https://class.orbi.kr/course/2063)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위에 쓴 이야기는 내일(13일 월요일) 올라올 해설강의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됩니다.
0 XDK (+20)
-
10
-
10
-
드릴5 난이도 8
이해원s1 회차당 1~2개씩 틀리는데 드릴5 들가도 됨? 아님 딴거 풀고 들어가는게 나음?
-
꽤 색다름. 나는 지금까지 문학을 푸는데에 정형화된 방법이 없었는데, 문학을 대하는...
-
와 진짜 억울하다 16
강k 3회 28번 시간부족으로 못풀고 나머지 다 풀었는데 7 9 22 27 계산 실수로 날려먹음..
-
수학 엔제 어려운걸로 추천좀 저번에 설맞이 추천받아서 풀어보니까 그냥 그렇던데...
-
병호쌤 교실은 안추웠는데
-
결말) 775 나와서 카투사 입구컷당함 ㅅㅂ
-
군, 북 오물풍선 잇단 살포에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시행키로 1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우리 군이 21일 오전 북한의 9차 오물풍선 살포에...
-
D-480 계획 4
36859 노베 오늘 계획 윤혜정 개념의 나비효과 14강 워크북 풀기
-
패스없는데 문해전 강의 안듣고 독학용으로 쓰는건 별로인가요?
-
매일 두세번은 쥐나네 시벌…
-
첫시험도 원래 아쉬운게 맞죠?
-
'건물주' 남친과 결혼 고민하는 20대 여성 "생활력이 걱정된다" 8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건물주' 남자 친구와 결혼을 망설이는 20대...
-
수학 커리 1
이미지 선생님 미친 개념 들으면서 마더텅 기출 혼자 풀고 6모 (미적분) 백분위...
-
자살하고 싶은 군생활이다
-
왜다들 이상한말만하고!!!!!!너무하시내요진짜 그래서 박광일 요즘 강의하나요
-
제 풀이법이 뭐가 틀렸는지 모르겠어요 맞게 푼 것 같은데… 정답은 288입니다
-
일반적인 구청,시청 공무원은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하나요? 완전 노베인데 과목별...
-
아 할복해야지 4
-
내 폰이 잘못됐나? 김승리 현강 대기시켜놓은 거 며칠전 문자해보니까 5번이라길래 아...
-
6969 0
강k 풀다 인생 첫 앞자리 6달성 시빌 전나 어렵네
-
저때 패스사놧더니 감옥들어간 기억이.. 뭐 다시 한다고 들었던거같은데 아닌가
-
읍읍읍읍
-
사탐런 했는데 둘 중 누구 들을까요 노베임 ㅜㅜ
-
라이브 차주부터 합류하려하는데 수업 어떤 스탈인지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예… 오랜만에 들어와서 요새 풀고 있는 알고리즘 코드 하나 올려놓고 갑니다…...
-
군수생 달린다 18
날씨도 좋은데 놀러가고 싶다..
-
덕코 뜯기는 중
-
확실히 효율이 좋다 사탐이..
-
[정오뉴스] 서울시는 오늘 오전 10시 35분 안전 안내문자를 발송해 "북한의...
-
화작:20분 문학:30분(고전소설:8분 현대소설:9분 시+수필형:7분 시:6분)...
-
4규 드릴 전권 이해원1 끝냈는데 하사십이 나을까요 문해전이 나을까요? 문해전은...
-
지방약 버리고 연고공 가는게 미래 보면 더 나을거 같기도 함
-
여러분의 인사이트를 발휘해주세요 치대? 한의대? 약수? 설공? 설경 후 변호사?...
-
머가 맞는 지 모르겠어용ㅁ
-
오래된 생각이다
-
들어간사람도있는데요뭐 ㅋㅋ
-
물리 내신때 한게 있어서 수능가서도 하고 싶습니다. 나머지 과목으로 부담없는 사탐을...
-
500이 아니라 490mL인거 짜치긴한데 뭔가 맥주아닌 맥주감성 나쁘지 않은 듯...
-
히히 똥 발싸 4
발싸 히히
-
사실 평균속도의 원초적 정의는 처음속도 나중속도의 절반값이 아니라(이건 등가속도...
-
추천좀여 자이같은건 좋은데 약간 해설 자체가 너무 구려서 오르비북스나 시대북스에서...
-
하는거맞지?
-
현역애긔 연대식 내신 1.64인데 고대식은 1.52임ㅋㅋㅋ 아 민족고대 최고...
-
지학 도와주세요 2
ㄴ선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
궁금.
-
성적 1~2에서 정체기인데 고정1로 올리신분들 어떤 공부하셨나요?
쌤 덕코는 다 어디갔나요?
레어 사는 데 썼어요..
전기추1.2들으려구 하는데 기출6.9월은 혼자 분석병행하면되는건가요~~?!
네!
모의고사나 수능 지문이 출제 교수가 직접 쓰는게 아니라 이렇게 논문이나 책은 약간 변형해서 출제하는건가요???????!!
이런건 어떻게 찾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