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력 칼럼 8. 통사론적 처리 능력이 능숙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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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력을 위해서는 언어능력이 좋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말하기, 듣기를 잘해야 읽기와 쓰기를 잘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잘 말하고 잘 듣기 위한 조건은 좋은 언어사용 환경입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시골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치매가 있는 할머니와 단 둘이서 생활하는 터에 또래끼리 일상적인 대화는 잘 하지만 그 이상의 수준 높은 대화는 잘 하지 못했습니다. 제 아이들은 모두 맛있다를 /마싣따/ 보다는 /마읻따/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왜냐하면, 제 발음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언어사용이 가장 먼저 만나서 일생동안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언어환경입니다.
부모에게서 영향을 받는 언어능력은 발음뿐만이 아닙니다.
언어 이해의 요소 중 통사론(syntax)와 의미론(semantics)라는 것이 있습니다. 통사론이란 단어가 결합하여 형성되는 구(句) ·절(節) ·문장의 구조나 기능을 연구하는 문법을 말하는 것이고 의미론이란 언어의 의미에 관한 것입니다. 통사론과 의미론은 강하게 결합되어 있어 통사론적 기능이 언어의 의미를 세밀하게 전달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언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기본은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단어와 단어가 조합을 이룬 문장이 어떤 생각을 담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정교하게 이해하는 토대는 통사론적 지식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장의 구조는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주어가 무엇인지, 서술어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기초적인 과정인데 그런 기초적인 과정도 분명히 글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가를 좌우합니다. 당연히 복잡한 구조를 얼마나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가 글을 얼마나 깊이 이해할 수 있느냐를 좌우합니다.
한 문장에서의 통사적 구조뿐만 아니라 여러 문장의 통사적 구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므로 글 전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통사적 구조 파악의 숙련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글 전체를 이해하는 필수적인 과정은 문장과 문장이 같은 대상을 지칭하는 대용어를 통해 문장들의 의미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어제 아들이 시험을 봤습니다...../ 간만에 집에서 뒹굴고 있는 000...에서 000은 아들의 대용어로써 앞 문장과 뒤 문장을 통합하여 ‘시험 본 아이가 집에서 뒹굴었다’라는 표면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어제 시험을 봤기 때문에 어제까지는 쉴 시간이 없었고 그래서 지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없이 뒹굴고 있다...그래서 나는 그런 모습에 속터져 하지는 않는다...’이런 의미를 추론해 낼 수 있게 합니다. 물론 통사론적인 이해가 능숙해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을 때 그렇습니다.
통사론적 지식과 능숙한 활용 능력 역시 부모로부터 전수받기 시작하고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쉬운 단어만 사용하거나 구조적으로 단순한 대화만을 주고받는다면 자녀가 자연스럽게 그 이상의 언어 능력을 갖지는 못할 것입니다. 성인의 기초직업능력은 독해력을 포함하는데, 수리력과 독해력의 수준을 좌우하는 공통 변인은 교육년수이지만 독해력은 부모의 학력을 또 하나의 변인으로 합니다. 학력이 높은 부모님은 쉽게 자녀에게 좋은 언어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당연히 ‘부모님의 학력=좋은 언어환경=자녀의 뛰어난 언어이해 능력’은 아닙니다.
첫째, 부모님와 자녀가 활발히 대화해야 합니다.
둘째, 자녀가 언어이해능력의 기초가 확고해야 합니다.
셋째, 부모와 고급 단어 및 구조를 사용하며 대화합니다.
넷째, 부모님의 언어능력이 좋아야 합니다.
* 부모님을 위해
넷째를 조금 더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님의 언어능력(구어)은 학력과 상관이 있는 것이 맞지만 독해력은 (구어)언어능력과 달리 활발히 사용할 때는 발전하지만 반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합니다. 독해력이 가장 높은 시기는 이십대인데 졸업 후 취업을 하지 않은 채 6개월을 보낸 집단은 취업을 한 후 12개월이 지난 집단보다 독해력이 낮습니다. 고학력 여성이 취업을 하지 않고 혼인과 육아를 이어갈 때 여성의 독해력은 상당히 낮아집니다. 따라서 독해력의 퇴화는 일상 언어구사에서 어휘를 제한하고 통사적 활용도 단순하게 만듭니다.....일단 아버지들이 자녀의 독해력에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지만 자녀와 더 많이 접촉하고 어린 시절을 함께하는 어머님들도 독해력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어린 시절에야 어머님들의 독해력이 자녀에 비해 월등하지만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 슬슬 지식적인 면에서 자녀에 비해 압도적이지 않게 되고 독해력 또한 그렇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성인들의 독해력은 상대적으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에 성인의 독해력은 빠르게 퇴화하고, 여성에게서 그 폭이 크게 나옵니다. 따라서 육아에 힘쓰고 또 다음 아이를 기르시느라 힘드시겠지만 가능하다면 독해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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