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8월 15일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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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15일날 역사 이야기와 함께 글을 써보려고 했었는데 키보드가 망가져서 글을 못썻네요.
8월 15일은 대한민국에게 아주 강한 의미를 가진 날이고, 이 날을 위해서 국가도 여러가지 행사나 특별한 것을 준비합니다. 이번 년도의 광복절에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카자흐스탄 가까이에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아프가니스탄이 이번에 탈레반 세력에게 급속도로 무너지면서 이번 8월 15일은 참으로 기억에서 잊기 힘든 날이 될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카자흐스탄에 묻혀있다가 의장대의 사열과 함께 드디어 한국으로 송환되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
https://imnews.imbc.com/news/2021/politics/article/6293637_34866.html
미군 철수 불과 2주일 만에 급격히 붕괴되는 탈레반 정부. 미군이 떠나니까 곧장 무너지는 정부나 그 와중에 현금을 차량 4대에 꽉꽉 담고 튄 대통령이나 우리의 과거를 연상케하는 일이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815041652077
대한민국에서 독립운동가 집안들은 하나같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기로 유명합니다. 모두가 파멸적이고 안타까운 결말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유명한 독립운동가들은 끝이 불명예스러웠거나 비극적이었습니다.
31운동 이후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며 일본에 대한 사보타주를 성공적으로 주도했던 김구 선생은 1945년 광복 이후 한반도가 분열되는 것을 막고자 노력했었으나 암살당합니다.
우리가 국어 교과서에서 자주 보는 시인 윤동주 또한 1945년 안타깝게 광복도 보지 못하고 옥사합니다.
이번에 유해가 송환된 홍범도 장군 또한 요동치는 역사 속에서 뒤늦게나마 해방된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만주 지역 일대에서 일본군에 대해 무장 투쟁을 벌이던 독립군 세력은 훗날 소련과 일본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척박한 중앙아시아에 맨몸으로 남겨지게 됩니다.
그러나 역시 비극과 위기에 질긴 민족답게, 지금은 '고려인' 혹은 '카레이스키'로 불리는 이 사람들은 척박하고 말도 안 통하는 새로운 세상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여태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홍범도 장군은 독립운동 뿐만 아니라 고려인들의 정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었기에, 이번 송환은 단순히 한국 정부와 카자흐스탄 정부의 합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들 고려인 사회의 협조도 매우 중요했다고 합니다.
원래 홍범도 장군의 출생지역은 평양이기에 당연하게도 북한이 먼저 가져오려 했었지만, 고려인 사회의 반발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하는데 천만다행입니다.
김치냉장고까지 개발해서 집집마다 두는 한국인답게, 고려인들은 새로운 곳에서도 김치를 담구어 먹었습니다.
이번에 터진 아프가니스탄 이야기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테러 배후에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아프간 정부(당시 탈레반 세력이 집권 중)에 신병확보를 요구했으나 아프간 정부가 거절하면서, 아메리카 본토 내에서 최초로 공격을 받은 미국은 머리 끝까지 분노가 폭발하여 아프가니스탄에 쳐들어갑니다.
이라크 전쟁과 비슷하게, 탈레반이 집권하던 정부는 매우 빠르게 박살났지만 문제는 아프가니스탄은 산지가 매우 많고 한국처럼 중앙집권체제의 국가를 구성한 역사가 있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악이나 농촌에서 따로따로 부족을 이루고 살고 있었기에, 탈레반은 산속으로 기어들어가서 게릴라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전쟁이 무려 20년이나 계속되었고 미군은 2천여명이 전사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도 언론에 따라 다르지만 한화로 최소 1천 조에서 2천 조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미국이 탈레반을 산으로 내쫓은 후에는 친미정권을 세웠고 그 정권이 스스로의 국가에 대해 책임져주길 바랐습니다.
아프간에서 계속해서 자국민이 죽어나가고 돈이 빨려들어가자, 미국 내에서 철군 여론은 강하게 형성되었고 이미 전임 대통령들은 아프간 철군을 약속했었고,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으로 명시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초 계획대로 8월까지 미군을 차근차근 철수시키며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게 쉽게 넘어가지 않으리라고도 신뢰했었죠.
바이든 대통령 또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최소한 6개월은 버틸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불과 단 2주! 만에 탈레반 세력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무너뜨리고 수도에 입성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 궁을 점거한 탈레반들. 이들에 대해서도 설명하려면 분량 초과인데, 그냥 극단적인 이슬람 세력이며 동시에 테러 집단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과거 샘물교회 사건이라고 한국인들이 피랍된 사고도 있었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4129434
탈레반 집권이 무서워서 카불 공항에서 이륙하는 군용기에 무작정 메달리려는 사람들의 행렬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81714072838644
탈레반이 물러나고 미군이 점령했을 당시 해맑은 의사의 미소. 탈레반이 집권 중일 때에는 여성 환자는 의사가 보지 못했으며, 여성이 병에 걸리면 죽는 운명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군이 들어오고 나서 여성 환자를 보게 될 수 있어서 좋다고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1/08/17/36HAISP5IFCT3PYV2LTCRNCMMY/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탈레반이 가진 세계관입니다. 이들은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며 모든 세상이 이슬람의 원리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당연히 자국민에게도 그 내용을 강요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탈레반에게는 여성이라는 것은 정말 물건 그 자체로서 사람으로 취급을 받지 못하며, 교육은 물론 남자와의 접촉도 불가하여 심지어 의사의 치료도 받지 못합니다. 최소한 북한에서는 여성이라도 노동할 수 있는 인력으로 보고 최소한의 편의는 제공해주지만, 저 동네는 얄짤이 없습니다.
교육도 받지 못하고 사회활동도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은 그야말로 현대판 노예제도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육을 받지 못하면 경제활동도 할 수 없으며 지적인 성장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여지껏 교육을 참으로 중요하다 생각하고 아직도 팬대를 놓지 못한 것이, 교육은 단순히 사람이 나중에 경제활동을 하고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스스로 느끼고 주장할 수 있는 인권이라고 매우 절실히 느끼거든요.
대한민국은 그동안 참으로 빈곤하게 살아왔습니다. 20세기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요동치면서 울퉁불퉁했던 역사를 거쳐왔습니다.
1910년 국권이 피탈되었고 1930년대에는 민족이 사라질 뻔 했었으며, 1945년 겨우 광복을 이룬 후 1950년에는 나라가 두 쪽으로 나뉘어서 이념이라는 명분 아래에 사람들이 학살되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북한은 점점 일인독재체제로 퇴보하고 타락했으며, 그나마 남한은 민주화를 이루어내고 산업화에 성공해서 우리는 이렇게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거죠.
저는 우리 선조들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하고 싸워왔고, 광복을 이루고 전쟁으로부터 국가를 지켜내고 민주화를 이루었기에 제가 지금 누리는 많은 것을 제공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저희 집안을 봐도 그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 친할머니 - 아버지 - 저로 이어지는 공부 머리를 물려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저희 친할머니는 예전에 글에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워낙 한국이 곤궁하던 시대에서 태어나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기에 그 좋은 머리를 쓰지 못하셨습니다. 그럴 기회가 그 당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쥐어줬겠습니다. 그나마 저희 아버지는 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노동과 헌신 덕분에 대학을 나올 수 있었고 직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저는 그 아버지 덕에 재수, 삼수도 할 수 있었고 대학도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단지 선조들이 이루어낸 기회들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제 친할머니나 아버지를 비롯한 제 조상들에게 참으로 큰 부채의식을 종종 느낄 때가 있습니다.
부디 오만해지지 맙시다. 당장 다른 나라를 보듯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누릴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모두 우리의 앞선 세대가 희생하고 헌신했던 결과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8월 15일은 아주 잠깐이라도, 우리가 이렇게 공부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를 느끼는 시간을 가지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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