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칼럼] 1교시 망쳐도 수능 잘 보기, 그리고 D-100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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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까지 이제 딱 100일 남았습니다. 사실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늘 저녁 때 즈음, 오늘 하루의 공부가 끝났을 때 보겠네요. 고생 많았습니다. 99일만 더 공부 열심히 하고, 수능 날 빛을 발하세요.
이 글에서 다룰 주제는 ‘수능 1교시 망쳐도 수능 잘 보기’입니다.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작년 12월 3일, 08시 40분부터의 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끝나고,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겠습니다.
08시 40분, 2021학년도 대수능 국어 영역 시험지의 첫 표지를 넘깁니다. 차분히 화작을 풀어나갑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9시 정각 이전에 문법 마지막 문제를 풀어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문학을 풀기 시작합니다. 9시 20분 즈음, 평소보다 문학이 빨리 끝날 것 같아서 더 여유롭게 문학 마지막 세트의 마지막 문제를 풀어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가 나 세트를 풀어냅니다. 그날 저는 문학을 평소보다 빨리 풀었습니다. 원래 문학을 25분에서 28분 정도 써서 다 풀어냈거든요. 그래서 독서도 실수를 줄이기 위해 더욱 차분하고 심적 여유를 갖고 풀기로 마음을 먹고, 그렇게 가 나 지문 세트를 풀어냅니다. 9시 30분이 조금 넘었을 때, 그 세트를 다 풀고 시험지를 넘깁니다.
아, 현대소설 ‘사막을 건너는 법’이 풀려있지 않았습니다.
수특에서 처음 봤을 때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심박수는 상승하고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였으면 나는 이제 두 번째 독서 지문을 읽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 눈 앞에서는 주인공의 동료가 총을 맞았습니다. 나도 총을 맞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이후로는 기억이 선명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국어 실력을 믿고, 눈알을 빠르게 굴려가며 정보도 처리하고... 기억이 없습니다. 급식 업체와의 계약, 풍선과 하늘로 올라가는 로봇. 짜증이 밀려옵니다. 마지막 문제까지 풀고, 마킹을 하고 나니 1분 정도 시간이 남았습니다. 검토? 할 정신이 없습니다. 마킹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만 가볍게 체크하고, 실수가 없었음을 확인하고 나니 10시 00분의 종이 울렸습니다.
울고 싶었습니다. 평가원에서도, 더프에서도 낮지 않은 성적을 받아왔습니다. 6월 평가원 백분위 99, 9월 평가원 백분위 100이었습니다. 수능 국어에서 제 목표는 백분위 100이 아니라 원점수 100이었습니다. 수학이 매우 약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실수를 해버렸습니다. 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울 수 없습니다. 아직 내 수능은 끝나지 않았거든요. 가방에서 수학 정리 페이퍼를 꺼내서 읽습니다. 수학 나형 허수이지만 그동안 내가 나름 쌓아온 수학적 사고력을 깨우려 노력했습니다.
그 후, 다른 과목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잘 마쳤습니다. 수학도 기대한만큼, 어쩌면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 높게 나왔고, 영어, 한국사, 사탐, 그리고 제2외까지. 잘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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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부터 본론입니다. 저는 어떻게 저 상황에서 국어 문제를 풀어내고, 다른 과목들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을까요?
손이 떨려오고 심장이 뛰어대는 그 상황에서, 저는 저를 믿었습니다. 아니, 제가 그동안 했던 공부와 노력을, 그리고 내 능력을 믿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했던 공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전에 올렸던 제 수험수기에 썼던 말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수능을 잘 볼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렇게 되기 위해 내가 노력했던 그 과정을 제가 기억하고, 믿고 있었습니다.
이 글의 메인 메시지입니다. 그동안에 여러분이 했던 공부와 노력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9평에서도 이 마인드가 여러분을 고득점으로 이끌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데?” 이제부터 전해드릴이야기는 제가 저를 믿을 수 있게 했던 공부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한 과목을 특정해서 설명해서 드리기보다, ‘시기’에 국한시켜서 이야기하는 걸 딱히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시기에 제가 했던 공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양적 확대, 지금 시점에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좋은 퀄리티의 N제를 가지고 공부하는 거죠. 저도 했습니다. 이 시점에는 장영진 선생님의 BTK와 스팟특강을 풀고 있었던 것 같네요. 아, 기출문제들도 빼먹지 않았고요. 하지만 지금 하려는 얘기는 단순히 “N제를 풀어라!” 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파이널’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되는 강좌와 커리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진짜’ 파이널 기간이 있습니다. 수능 한 달 전, 수능 2주 전, 1주 전. 이 기간이 우리의 진짜 파이널이죠. 우리가 수능 공부를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껏 해온 공부들은 바로 저 진짜 파이널 기간에 ‘다시’ 돌아보기 위한 것들입니다. 우리는 그 기간에 개념, 기출, 사설 등 우리가 그동안 공부해왔던 것들을 돌아보며 수능 그날에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해야 할 것들을 재차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감이 오셨을 겁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양적 확대는 기출을 통해 공부한 내용들을 새로운 것들을 통해 체화하는 것도 있지만, 파이널 기간에 다시 공부하기 위해 쌓는 것입니다. 수능까지 100일 남은 이 시점에, 각자의 계획을 다시 돌아보세요. 내가 무작정 양을 늘렸을 때, 저 기간에 다시 복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던져보세요. 더 중요한 질문은, “내가 감당 못할 정도로 무작정 양을 늘려서 내 파이널 기간의 공부가 망가지지는 않을까?”입니다.
원래부터도 강조하던 사항이지만, 여러분이 지금 하는 공부의 ‘목적’을 정확히 잡고 시작하세요. 기출을 풀면 왜 기출을 푸는지, 사설 컨텐츠는 어떤 이유로,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 정확히 잡으세요.
제가 강조한 진짜 파이널. 이때 제가 어떻게 공부했는지는 그 시점 즈음에 글을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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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조금이나마 팁을 한 두 개 드리자면, 기출에서 손을 아예 떼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특히 백분위 99, 100 즈음의 최상위권이 아니라면 더더욱이요. 다른 학생들의 공부에, 아니면 점점 줄어드는 기간에 두려워서 ‘이건 무조건 해야할 것 같은데 ㅠㅠ’ 같은 마인드에 사로잡히지 마시고, 본인의 현재 수준에 맞춰서 계획을 세우세요. 이 포인트에서 누군가는 앞으로 안정적인 한 걸음을, 누군가는 다리가 찢어질 듯 위험한 두 걸음을, 또 다른 누군가는 뒤로 한 걸음을 걷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의 팁은, 기출이든 사설 컨텐츠든 문제를 풀면서 “아, 나중에 이 문제는 다시 봐야겠다.” 싶은 것들을 골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4~5월 즈음 기출을 보면서도, 이후 다른 문제들을 풀면서도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포인트가 있는 문제, 반복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문제들에 따로 표시를 해뒀습니다. 중요했던 포인트는 포스트잇으로따로 써서 문제 옆에 붙여두기도 했고요.
말이 길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1. 스스로를 믿어야 합니다.
2. 스스로를 믿으려면 자신에게 믿음이 생길 정도로 공부해야 합니다.
3.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그런 공부는, ‘파이널 기간을 위한 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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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원하시면 쪽지, 댓글, 또는 제 프로필의 오픈채팅 링크를 통해 들어오시면 됩니다. 다만, 이런 류의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저는 지금 이런 상태인데, 이걸 해버리면 제 파이널에 방해가 될까요?”
저는 여러분의 현재 상태를 모르고, 현재 수준을 모릅니다.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주신다고 하더라도 제가 여러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불가능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커리큘럼을 건드리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심지어 제가 그렇게 커리큘럼을 건드릴 정도로 대단한 사람도 아닙니다. 또한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는 것,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지켜야 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은 여러분의 수험생활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공부법 관련 다음 주제는 아마 9평 일주일 전 즈음에 “시험장에 가져갈 것”이라는 주제가 될 것 같고, 국어 관련 주제로는 “고난도 3점 보기 문제 풀이”가 될 것 같습니다. 팔로우는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다만, 평소에 칼럼이 아닌 글도 많이 쓰기에 ‘잡담 태그 팔로우 취소’ 기능을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를 팔로우하신 후, 팔로우 취소를 누르시면 저 메시지가 뜨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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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아랍어 시험까지 끝나고 나오는 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부모님께 미안하고,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국어에서 그런 실수를 하다니. 가채점을 하니 86점. 2등급 예상 점수였습니다. 정시에서는 표준점수를 따지니 큰 의미가 없었지만 수험생활 내내 언젠가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국어 과외’를 하지 못할까 두려웠습니다. 성적 발표일, 성적표를 받아보니 백분위 96이 찍혀있더군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 받던 성적, 그리고 목표하던 성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내가 그래도 1등급은 받을 능력이 있었구나’ 하는 나름의 안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공허함도 느껴졌고...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삼반수를 하려는 생각은 없었냐고요? 없었습니다. 수학을 못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국어 외의 다른 과목은 괜찮았다는 생각도 들었기도 했었거든요. 그리고 대학교에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어서, 저의 대입을 제 손에서 놓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보다 글이 길었습니다. 이전 글 목록들을 살펴보시면 과거에 제가 썼던 칼럼 비스무리한 것들이 있습니다. 국어에서나 어느 정도 점수대를 받았던 거지, 정작 다른 과목들까지 놓고 보면 그렇게 높진 않았습니다. 진짜 최상위권인 SKY, 의치한수 등의 학교가 아닌 문과 성대생의 수험 후기라는 점 참고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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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 누렇고 햇빛 많이 봐서 바랜 종이 같네 근데 또 해설지는 하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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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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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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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탐백분위 99 99 굉장히 희귀할거같음
와..,정독하겠습니다
이륙좀 해라
개추
아 맞다 금지어지 7ㅐ추
주인공이 총을 맞았습니다 내용 맞춘거 ㄷㄷ
오 은테 다셧네
은테당한,,,
ㅏ
이과 성대생 지나갑니다.
저는 평소에 국어가 가장 약했고, 현역 국어가 19학년도여서 나름 트라우마처럼 국어에서만 긴장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국어에서 한 두 문제를 날려도 수학 21번 ㄱㄴㄷ합답형 문제 하나 찍어서 맞히는게 더 크다는 생각이 든 이후로 별 생각이 안들더라구요?
이상 다시 지나갑니다.
갬동...
비록 저도 교과에 최저러지만 수학 화학 1등급 아니 백분위 98이상을 받고자 하지만 고3으로 현실은 너무 촉박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국어 거의 다 맞을거라 생각하고 채점했던 트라우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