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s1 [958870]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07-14 01: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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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불안하고 우울한 모든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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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에서 갓 벗어난 입장으로서, 그리고 현재 중,고,n수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으로서 입시생들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어볼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쓰는 글은 아니고,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고3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들을 골라왔어. 입시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도움이 되길 바라:)





1. 인정 욕구는 과하지 않을수록 좋아. 

중,고딩 때는 인정욕구가 굉장히 강한 시기인거 같아. 당연한거고, 나쁠 건 없지. 오히려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진짜로 그런 사람이 되더라. 하지만 인정 욕구/승부욕/경쟁심에 매몰되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돼. 나는 내 자랑을 하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지경이 되어서야 그게 잘못된 승부욕임을 깨달았어. 인정과 가짜 우월감을 혼동하면 사람이 추해지더라. .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니까 불안할수록 인정 욕구가 강하다는 게 느껴져. 인정 욕구는 인정 받는다고 사라지는게 아니라, 더더 강해져서 자신이 "매 순간" 좋은 사람, 똑똑한 사람이길 원해. 근데 인정이 안정을 가져다 주진 않아. 안정감은 남이 줄 수 있는게 아니거든.





2. 건강 챙기자. 탈모, 척추, 시력. 적어도 이거 3개는 한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힘드니까 꼭 예방하자. 고3 때는 전염병 마냥 온 학년에 탈모가 돌았다. ㅎㅎ 나도 한때 머리숱 부자였는데, 가르마 부분이 휑해. ㅎㅎ 머리 꼭꼭 다 말리고 자고, 끼니 거르지 말고 챙겨먹어. 두유 같은 거 있으면 챙겨먹고.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고. 눈에 좋다는 영양제도 챙겨먹어. 밤샘을 습관화 하지도 말고.





3. 먼 미래가 아니라 오늘 하루

D day에 연연해 하는 타입은 아니였는데, 나는 300일 언저리, 100일 언저리 즈음엔 불안해서 잠을 못잤어. 말 그대로. 사람이 불안에 잠식 당하면 숨도 안쉬어진다는 걸 그때 알았지. 30분도 쉬지 않고 열몇시간 동안 공부했던 날이었는데 그날은 불안해서 울었어. 계속 울었어. 이걸 300일동안 할 자신이 도저히 없더라. 당장 내일이라도 내가 이 공부를 때려칠까봐, 모종의 이유로 내가 모든걸 포기할까봐 그게 제일 불안했어. 이런 종류의 슬럼프를 8~9월까지 겪다가 깨달은건, 50일뒤, 100일 뒤는 생각하지 않는게 더 좋다는 점이야. 당장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내면, 내일도 열심히 살 거고, 그 하루하루들이 모여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니까. 너무 당연한 소리이긴 한데, 너무 잘 까먹는 진리인거 같아. 수험생활이 아니더라도, 먼 미래보다는 일단 지금 당장을 잘 보내는게 중요하더라고. 그게 쉽진 않지만





4. 할 수 있는게.아니라 해야하는 걸 하자

3번이랑 같은 맥락이야. '100일밖에 안 남았네'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만 찾게 되더라. '100일이면 수특 복습하고, 기출 n년치 풀수 있겠네. 분석까지는 못하겠다.'라고 생각하면 대학 못가더라. ㅎ 지금 당장 닥치는대로 미친듯이 하세요. 선택과 집중은 내신 때나 하는거지. 100을 채우는 느낌이 아니라 148이든, 379든, 마지막 1까지 꽉꽉 눌러담는다는 느낌으로 공부해야해.





5. 평가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해. 

나는 외모, 성적, 성격, 인간관계 그 모든 것들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부던히 노력했고, 실제로 좋은 평가를 받은거 같아. 근데 칭찬을 받는다고 괜찮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 오히려 그 칭찬이 더 너를 옥죌거야. 나에 대한 평가에 집착도 하지 말아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내가 남을 평가하는 습관도 버려야 해. 남을 평가하고 깎아내리는 것만큼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건 없더라. 이게 무슨 말일지 잘 생각해봐.

좋은 평가를 받길 원하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남 눈치를 보게 되면,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워져.





6. 조금만 더 믿자. 

잘 될거라는 미래에 대한 낙관은 위험한거지만, 잘 해왔다는 과거에 대한 믿음, 잘하고 있다는 현재에 대한 믿음은 꼭 필요해. 내가 매일 죽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나를 못 믿어줬기 때문임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어. 지금 하고 있는게 도움이 될거라고, 잘 나아가고 있는 거라고 잘 다독여주자. 그건 남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그리고 믿음이 단단해지려면 당연히 그만한 노력을 해야하는거고.





7. 공부 '해야하는' 이유 같은 건 없어. 

고3이 되면 더더 간절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그냥 해야하는거니까 하는거야. 그 이유를 찾으면 더 열심히, 더 간절히 할 수 있을 것 같지? 그런거 없어. 이유를 찾으려고 시간 낭비하지마. 차라리 그 런거 찾을 시간에 푹 쉬자.





8. 무력감을 학습하지 말자. 너는 너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 사람이야. 내가 가장 덜 비관적이었던 순간마저도, 나는 내가 이 대학을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거든. 내가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서 이 말을 들으면 난 울거 같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거고, 그게 좋은 일일거라고 믿어보자.





9. 이건 나도 어디서 들은 말인데, 수능을 대하는 태도는 곧 너의 삶의 태도가 될거야.

 나는 이 말에 동의해. 내가 살면서 정말 힘들었던 시기를 도망치지 않고 버텨냈다는 자부심,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사실이 다시 힘든 시기가 닥쳐왔을 때 좋은 선례가 되더라. 고난도 이겨내 본 사람이 다시 버텨낼 수 있는거지, 도망친 기억밖에 없는 사람은 스스로 새로운 고난들을 헤쳐나갈 힘이 없어.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이 그 말이더라. 고3때는 이말이 후벼파듯이 아팠는데, 정말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어. 도망친 기억밖에 없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10. 부정적인 감정이 중독성이 강하대. 

잡생각에 매달린다고 나아지는건 아무것도 없어. 자기비하는 되도록 적게 하자. 자기 연민만큼 이상한 감정이 없더라. 모든 감정 중에 제일 위험한게 자기비하랑 자기연민인거 같아. 피해망상으로 빠지기 쉬워.





쓰고 보니 뜬구름 잡는 소리일수도 있을것 같네.  그래도 나는 일기장에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쓰면서 스스로 다독였던 말들이야.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다들 슬럼프 잘 이겨내길 바라. 앞으로 다가올 슬럼프들도 너무 아파하지 않으면서 금방 이겨내길! 

진심으로 응원해. 대한민국 고3, 그리고 N수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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