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불안하고 우울한 모든 이들에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8532160
입시에서 갓 벗어난 입장으로서, 그리고 현재 중,고,n수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으로서 입시생들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어볼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쓰는 글은 아니고,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고3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들을 골라왔어. 입시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도움이 되길 바라:)
1. 인정 욕구는 과하지 않을수록 좋아.
중,고딩 때는 인정욕구가 굉장히 강한 시기인거 같아. 당연한거고, 나쁠 건 없지. 오히려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진짜로 그런 사람이 되더라. 하지만 인정 욕구/승부욕/경쟁심에 매몰되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돼. 나는 내 자랑을 하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지경이 되어서야 그게 잘못된 승부욕임을 깨달았어. 인정과 가짜 우월감을 혼동하면 사람이 추해지더라. .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니까 불안할수록 인정 욕구가 강하다는 게 느껴져. 인정 욕구는 인정 받는다고 사라지는게 아니라, 더더 강해져서 자신이 "매 순간" 좋은 사람, 똑똑한 사람이길 원해. 근데 인정이 안정을 가져다 주진 않아. 안정감은 남이 줄 수 있는게 아니거든.
2. 건강 챙기자. 탈모, 척추, 시력. 적어도 이거 3개는 한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힘드니까 꼭 예방하자. 고3 때는 전염병 마냥 온 학년에 탈모가 돌았다. ㅎㅎ 나도 한때 머리숱 부자였는데, 가르마 부분이 휑해. ㅎㅎ 머리 꼭꼭 다 말리고 자고, 끼니 거르지 말고 챙겨먹어. 두유 같은 거 있으면 챙겨먹고.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고. 눈에 좋다는 영양제도 챙겨먹어. 밤샘을 습관화 하지도 말고.
3. 먼 미래가 아니라 오늘 하루
D day에 연연해 하는 타입은 아니였는데, 나는 300일 언저리, 100일 언저리 즈음엔 불안해서 잠을 못잤어. 말 그대로. 사람이 불안에 잠식 당하면 숨도 안쉬어진다는 걸 그때 알았지. 30분도 쉬지 않고 열몇시간 동안 공부했던 날이었는데 그날은 불안해서 울었어. 계속 울었어. 이걸 300일동안 할 자신이 도저히 없더라. 당장 내일이라도 내가 이 공부를 때려칠까봐, 모종의 이유로 내가 모든걸 포기할까봐 그게 제일 불안했어. 이런 종류의 슬럼프를 8~9월까지 겪다가 깨달은건, 50일뒤, 100일 뒤는 생각하지 않는게 더 좋다는 점이야. 당장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내면, 내일도 열심히 살 거고, 그 하루하루들이 모여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니까. 너무 당연한 소리이긴 한데, 너무 잘 까먹는 진리인거 같아. 수험생활이 아니더라도, 먼 미래보다는 일단 지금 당장을 잘 보내는게 중요하더라고. 그게 쉽진 않지만
4. 할 수 있는게.아니라 해야하는 걸 하자
3번이랑 같은 맥락이야. '100일밖에 안 남았네'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만 찾게 되더라. '100일이면 수특 복습하고, 기출 n년치 풀수 있겠네. 분석까지는 못하겠다.'라고 생각하면 대학 못가더라. ㅎ 지금 당장 닥치는대로 미친듯이 하세요. 선택과 집중은 내신 때나 하는거지. 100을 채우는 느낌이 아니라 148이든, 379든, 마지막 1까지 꽉꽉 눌러담는다는 느낌으로 공부해야해.
5. 평가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해.
나는 외모, 성적, 성격, 인간관계 그 모든 것들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부던히 노력했고, 실제로 좋은 평가를 받은거 같아. 근데 칭찬을 받는다고 괜찮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 오히려 그 칭찬이 더 너를 옥죌거야. 나에 대한 평가에 집착도 하지 말아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내가 남을 평가하는 습관도 버려야 해. 남을 평가하고 깎아내리는 것만큼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건 없더라. 이게 무슨 말일지 잘 생각해봐.
좋은 평가를 받길 원하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남 눈치를 보게 되면,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워져.
6. 조금만 더 믿자.
잘 될거라는 미래에 대한 낙관은 위험한거지만, 잘 해왔다는 과거에 대한 믿음, 잘하고 있다는 현재에 대한 믿음은 꼭 필요해. 내가 매일 죽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나를 못 믿어줬기 때문임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어. 지금 하고 있는게 도움이 될거라고, 잘 나아가고 있는 거라고 잘 다독여주자. 그건 남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그리고 믿음이 단단해지려면 당연히 그만한 노력을 해야하는거고.
7. 공부 '해야하는' 이유 같은 건 없어.
고3이 되면 더더 간절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그냥 해야하는거니까 하는거야. 그 이유를 찾으면 더 열심히, 더 간절히 할 수 있을 것 같지? 그런거 없어. 이유를 찾으려고 시간 낭비하지마. 차라리 그 런거 찾을 시간에 푹 쉬자.
8. 무력감을 학습하지 말자. 너는 너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 사람이야. 내가 가장 덜 비관적이었던 순간마저도, 나는 내가 이 대학을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거든. 내가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서 이 말을 들으면 난 울거 같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거고, 그게 좋은 일일거라고 믿어보자.
9. 이건 나도 어디서 들은 말인데, 수능을 대하는 태도는 곧 너의 삶의 태도가 될거야.
나는 이 말에 동의해. 내가 살면서 정말 힘들었던 시기를 도망치지 않고 버텨냈다는 자부심,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사실이 다시 힘든 시기가 닥쳐왔을 때 좋은 선례가 되더라. 고난도 이겨내 본 사람이 다시 버텨낼 수 있는거지, 도망친 기억밖에 없는 사람은 스스로 새로운 고난들을 헤쳐나갈 힘이 없어.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이 그 말이더라. 고3때는 이말이 후벼파듯이 아팠는데, 정말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어. 도망친 기억밖에 없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10. 부정적인 감정이 중독성이 강하대.
잡생각에 매달린다고 나아지는건 아무것도 없어. 자기비하는 되도록 적게 하자. 자기 연민만큼 이상한 감정이 없더라. 모든 감정 중에 제일 위험한게 자기비하랑 자기연민인거 같아. 피해망상으로 빠지기 쉬워.
쓰고 보니 뜬구름 잡는 소리일수도 있을것 같네. 그래도 나는 일기장에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쓰면서 스스로 다독였던 말들이야.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다들 슬럼프 잘 이겨내길 바라. 앞으로 다가올 슬럼프들도 너무 아파하지 않으면서 금방 이겨내길!
진심으로 응원해. 대한민국 고3, 그리고 N수생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거 ㄱㄷ 아니라면 오류 같은데
-
저희 고등학교가 원서로 진도를 나가서 문법보다 어휘, 영작 비중이 높은데 여름방학때...
-
좋아요 꾹 누르면 누가 눌렀는지 알 수 있음
-
항상 편의점에서 3
1+1 2+1만 사다 보니까 알바생이 이거 1+1 아닌데 ㄱㅊ으세요? 시전함 ㅋㅋㅋ
-
수학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진 학생의 경우 자신이 받는 점수의 범위가 있고 그...
-
기하하고 싶은데 2
미적은 고려 대상이 아니고 확통은 수하에서 대가리 깨져서 꺼려지는데 이정도로...
-
그분은 20대후반 기술가정 선생님이였는데 남자였음. 정시공부, 다른 자격증 공부하는...
-
내 손에선 오르비의 내음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1년도 더 전, 머나먼 옛날의 우린...
-
ㄹㅇ
-
먼가 학점따는 거나 외부활동이나 프젝하는게 다 수시하면서 준비하던 거랑 결이 비슷한...
-
ㄷㄷ 대체 얼마나 높아야 가는거냐..
-
나갈 일만 줄줄줄이냐
-
수학 22번 난이도가 6모가 높다 vs 7더프가 높다
-
정직한 제목
-
수시를 이용한 지대 추구 수익 모델로 페라리911 구매 방안. 2
교사 - 학원 유착 관계 형성을 통해.교사가 문제를 학원에 유출하면 문제를...
-
오늘 저녁 ㅇㅈ 9
오늘은 다 먹기전에 찍기 성공!
-
맘에 드는거 없는데 그냥 기존 가지고 있던 모델을 새거를 사야되나
-
카드 적힌 내용에 부합하는 집단을 고르는건데 카드5가 '공식조직내에서 자발적으로...
-
6모 국어 7
독1 언2면 백분위 몇정도나오나요
-
4등성적임?
-
https://youtu.be/2PH7dK6SLC8?si=RnuV5BucCwK8EUy...
-
메인 보니까 수시가 다시 떡밥이 되고 있는 거 같은데 저도 개인적인 의견 몇개만...
-
진짜 밥 사먹울 때마다 뼈 아프다 진짜 이건 7개월째 익숙해지지가 않네
-
ㅁㅊㅋㅋㅋ
-
그러면 11수를! 하고 뭉지대나 들어간 케인님은 뭐가 되는거냐맨
-
수시가 븅신같은게 좋아?아님 이걸로 정시가 늘게 될거 같아서 기뻐?과학이 뭔지는...
-
학점 포함 안되어도 좋으니 들어도되나요 차피 한참 뒤의 일이긴하지만.. 대학가면...
-
마더텅 자이 수특 이런 미끌거리는 종이재질이 진짜 불호라.. 기출 이미 n번 봤고...
-
만약에 님들이 10수를 했는데 국숭세단 성적 나오면 17
어떻게 하실 거임 ? 망한 인생 살리기 게임 저라면 1. 하루종일 딸배 뛰면서...
-
개념원리 2-2 암만 봐도 RHS RHA 안보이는데 중1 로 내려갔을리도 없고
-
1. 메가패스를 산다 2. 수업시간에 뉴런을 틀어준다 3. 수분감으로 숙제를 내준다...
-
오...
-
안녕하세요! 새로운 교육의 시작, 의 EarthCoach입니다! 그동안 제가 올린...
-
1. 분수가 상수이고 분모가 다항함수인 분수함수는 실수 전체에서 연속이 될 수...
-
홈페이지에선 4시 발표라 했는디..
-
출신 고등학교적어놨어서 그때보신분은 저 어디나왔는지 아실듯 그땐...
-
이말만하고빠질게요 개인적으로 수시 정시중 뭐가 더 어렵거나 특히 "힘드냐"에 대해서...
-
하루전과목 다 하려니 더 빠듯해짐 심지어 수학문풀량 늘리는 과정인데 시간이넘ㅂㄷㅂㄷ
-
강의도 이것저것 들어봤는데 영어는 집중하기거 ㅈㄴ빡셈 파급사볼까
-
옯서운 사실 1
사랑니 얘기 보고 거울 봤는데 이미 4개중 2개가 나 있고 하나는 나는 중이네 약간...
-
5??
-
.
-
엄마가 침 맞는거보다 덜 아프다하고 아빠는 사랑니 뺄때 우드득 소리랑 같이 정신도...
-
응,,,
-
다행이네
-
전 어렸을 때부터 독서도 공부도 좋아했어요. 새로운 지식 습득하는 게 즐거워서요....
-
여름이 싫다 1
하루에 두번씩 씻어야 하는 게 몹시 귀찮구나…
수시 찾아보다가 자괴감만 늘어서 들어왔는데 이런 글이...ㅠㅠ
캡쳐해두고 자주 읽을게요 감사합니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rabong/025.png)
5번 ㄹㅇ..와…이거 걍 다 맞말…진짜 다 겪어봐야 아는건데..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