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군 [341438] · MS 2010 · 쪽지

2013-08-25 02: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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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본과 1학년 1학기 과목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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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잉여한 대학생입니다. 잠도 잘 오지 않고 마침 수시 접수철이기에 원서를 넣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예전에 모 사이트에 올렸던 글을 보완해서 올려보고자 합니다. 사실 수업이라는 것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혹은 취향에 따라서 얻어가는 것이나 느끼는 것이 다르긴 하죠. 제가 지금부터 적는 내용은 어떤 진리라기 보다는 저라는 개인이 16주 동안 느낀 것들을 적은 것임을 명심하시고 읽으시면 될 거 같습니다. 

한의대마다 과목은 차이가 있지만 제가 다니고 있는 곳에서 본과 1학년 1학기에 수강해야 하는 과목은 해부학*,병리학*,본초학*,원전학,예방의학*,양방생리학입니다.(* 표시가 있는 과목은 실습과목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가령 해부학은 해부학실습이 따로 존재합니다.) 이렇게 하면 총 21학점이구요. 최대로 23학점까지 수강이 가능하므로 남는 2학점을 전선제(+), 교양등에 배분하기도 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어떤 전선제를 들을까 고민하다가 넘어간 느낌이 있죠. 2학기에는 여기에 조직학이 추가되어 전공으로만 23학점을 채우게 됩니다. 제가 속한 학교는 최대 수강신청가능 학점이 23학점이므로 전공외에 다른 과목은 들을 수 없습니다. 아, 물론 예외는 존재합니다. 학점 평점이 3.75 이상일 경우 최대 학점이 27학점으로 늘어나는데요. 이것도 학교마다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 학점 3.75를 넘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며, 남자는 더더욱 드뭅니다. 아무튼..

(+)전공선택제라고 본과(한의학과)부터 수강할 수 있는 강의입니다. 전선제를 3개 이상 수강을 해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본과 1학년 2학기에는 전공외에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어서 수강할 수 없고 본과 4학년때는 병원 실습을 돌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듣기 힘드므로 나머지 기간에 해치워야 합니다. 전선제에는 스포츠 한의학, 의료경영학, 공간척추교정학 등이 있습니다.

1.해부학

(1)수업

본과 1학년 넘어와서 가장 신경쓰이는 과목 중 하나입니다. 일단 양이 많거든요. 예과때는 시험 1주일 전에 족보를 열심히 암기하면 그럭저럭 생존할 수 있었는데 해부학은 벼락치기가 잘 먹히지 않는 과목입니다. 거기에 해부학 자체가 상당히 중요하므로 예과때는 하지 않던 '수업 끝나고 꾸준히 복습하기'를 실시하였습니다. 덕분에 중간고사까지는 해부학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었습니다. 제 문제점이 80-90% 정도 진행되면 뒷부분은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인데, 기말고사때는 평소에 열심히 하지 않은 벌을 학점으로 조금 받았습니다.(ㅠ) 


수업 방식은 교수님이 매 수업시간마다 나누어주시는 강의록(프린트) 위주로 하구요. 거기에 교과서(인체해부학)와 소보타를 활용하게 됩니다. 해부학은 인체구조를 배우는 학문이라, 이론적인 면은 강의록으로 나가다가 구조적인 면에 대해서 살펴볼 때는 소보타를 활용하구요. 자세한 이론적인 설명이 필요할 때는 교과서를 활용하게 됩니다. 다른 과목에 비해서 듣기가 조금은 어려운 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수업에 대한 만족감은 높은 편입니다. 1학기에는 뼈->관절->근육->혈관->신경->뇌 순서대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2)실습

1학기는 인체모형으로 실습을 하구요. 2학기가 되서야 카데바로 실습을 하게 됩니다. 의대 다니는 친구들은 개강과 동시에 밤 10시까지 카데바로 열심히 실습하던데 조금 대비되는 모습이네요. 앞서 말씀 드린대로 수업자체가 뼈(골학)->관절->근육->혈관->신경->뇌 이런 순으로 넘어가게 되는데요. 확실히 골학을 할 때는 모형이 더 좋은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 인체로 해부를 했을 때는 뼈만 도려내서 자유롭게 관찰하는게 힘들거 같아서요. 하지만 관절, 근육은 모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습에 대한 만족도는 그냥 그렇습니다.


(3)해부땡시

방학한지 2달이 넘은 시점이라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기말고사 보기 일주일 전쯤에 시행되었습니다. 시험 방식은 간단합니다. 지하 1층의 실습실에 인체모형들의 부분들이 20여개 배치가 되어있고 특정 부위에 번호가 적힌 종이가 붙혀있습니다. 그 부위의 이름을 적어서 내는 것이 이 시험을 응시하는 방법이구요. 조교선생님이 징을 '땡'하고 치면 시험이 시작되고 30초 간격으로 새로운 '땡'소리가 나면 다음 모형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죠. 나름의 재미는 있습니다만, 하나라도 못쓰면 그 다음부터 너무 불안하긴 합니다. 


2.(한방)병리학


(1)수업

병리학 자체가 기초와 임상의 중간에 놓여있는 느낌이 있어서 OT를 들으며 가장 기대를 했던 과목 중 하나입니다. 중간고사 이전에는 교수님이 두 분 들어오셨는데 한 분은 교과서를 쭉 읽으며 중요한 부분을 줄치며 수업하는 느낌이셨고, 나머지 한 분은 본인 강의록을 가져오셔서 수업을 하셨습니다. 제가 부족한건지 후자의 교수님 수업은 약간 듣기가 어려웠습니다. (중간고사 이후에는 후자의 교수님 대신 다른 분이 들어오셨는데 더더욱 듣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한방병리학은 한의학에서 보는 病理, 즉 병에 대해서 배우는 학문입니다. 거기에 변증에 대한 이론적인 면도 포함하게 됩니다. 더 들어봐야 뭐라고 할 수 있을거 같군요. 아무래도 4학점에 세 분의 교수님이 수업을 나가셔서 시험기간이 되면 그 분량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교과서는 순 한자 투성이라 평소에 공부하기가 어려운 면이 조금 있습니다.


(2)실습

3월까지는 실습시간은 그냥 병리학 시간에 못한 것을 조금 더 하고 일찍 끝내는 시간이었구요. 4월부터는 조를 구성해서 환자를 정하고 그 환자에게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처방된 약을 복용시켜 그 변화를 변증한 뒤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8개의 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조별당 환자는 1명이므로 총 환자는 8명이 됩니다. 어떤 약인지는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들은 약을 받게 되는데요. 저희 조에서는 제가 환자였는데 큰 효과를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위가 많이 안좋은데 내과에 가도 효과를 보지 못하던 것을 실습약을 먹고 드라마틱하게 좋아져서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물론 약을 끊은지 1주일 지나니까 원래대로 돌아가긴 했습니다..


3.본초학


(1)수업

본초학은 예과 2학년때 듣게 되는 본초학총론과 이어지는 과목으로 본초, 즉 한약재들의 기원, 효능 ,포제(가공하는 법)등을 학습하는 과목입니다. 역시 과목 특성상 기초과목이면서도 임상과목으로 연결되는 면이 강해서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주변 학우들이 많이 흥미를 가지는 과목입니다. 예과 2학년 1학기때는 본초학의 총론적인 면(한약이란 무엇인가, 본초란 무엇인가 등등)에 대해서 배웠구요. 예과 2학년 2학기부터는 과목명은 본초학총론이지만 각론(예를 들면 인삼이란 무엇이고 효능은 무엇이며 무엇을 치료하는가 등등)에 대해서 배웠었는데요. 본과 1학년때 배우는 본초학이라는 과목은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본초학은 총 4명의 교수님이 수업을 하시게 되는데요. 중간고사까지는 2명의 교수님이 들어오셨습니다. 두 분 모두 본인의 강의록 위주로 수업을 하시구요. 참고할 부분이 있을 때만 교과서로 수업을 하십니다. 한 분은 각 본초의 효능과 주치로만 정리된 강의록을 나누어주시고 다른 한 분은 그보다 더 자세한 각 본초들의 효능, 특징 등이 적혀있는 강의록을 나누어주십니다.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개인적으로 두분 다 높았습니다. 다만 시험기간이 되면 많이 힘들어지죠^^;; 중간고사 이후에는 다른 교수님이 한 분 들어오셨는데 교과서를 읽어주시는 수준이라 개인적으로 듣기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기말고사 직전에는 마지막 교수님이 실습 시간을 이용해서 2번 강의를 하기도 하셨는데요. 천연물의 주요 화학 성분들의 특징, 효능 등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화학에 약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내용은 약간 버거운 감이 있었지만 시험 자체는 평이했습니다.


(2)실습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조별로 한약재가 돌아가는데요. 그 한약재의 기원, 그림, 외형, 냄새, 맛, 특이사항을 실습노트에 기록하면 됩니다. 항목에 '맛'이 들어가 있으므로 위독한 약재를 제외하고는 직접 맛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하니 모두 맛보는건 조금 그렇더군요.조원들과 협력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본초실습을 거치면 거칠수록 몸이 안좋아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ㅋㅋㅋ) 


(3)본초땡시

1층 강의실에 60개의 한약재가 나열이 되어 있구요. 조교님이 '다음' 이라고 말하시면 다음 번호의 한약재로 이동하여 그 한약재의 이름을 한자로 써서 내는 시험입니다. 땡시를 기말고사 맨 마지막에 봐서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1학기에 상당히 많은 한약재를 본 상태여서 이걸 몰아서 보자니 다 그게 그거같은 느낌도 있더군요. 특히 종자류 한약재는 외형이 많이 비슷해서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4.원전


(1)수업

한의학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는 황제내경에 대해서 배우는 과목입니다. 교재 자체는 내경을 온전히 담고 있지는 않기에 필요에 따라 프린트가 배부되기도 합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뜬구름 잡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큰 흥미를 가지고 듣기 어려운 과목입니다. 그렇지만 그 중요성은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기에 최근 들어서 들으려고 노력중입니다.


(2)논문

특정 주제를 선정한 뒤에 그와 관련하여 논문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형식, 분량 등에도 제한이 있어서 생각보다 힘듭니다.  


5.(양방)생리학

원래 수업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원서입니다. 편의상 번역본의 사진을 올립니다.


(1)수업

생리학은 인체의 자연상태를 배우는 과목입니다. 네, 병리학과 조금 대조되겠죠? 병리학은 자연스럽지 않은 상태, 즉 병에 걸린 상태를 배우는 과목이니까요. 해부학은 구조적인 면에 초점은 둔 과목이라면 생리학은 기능적인 측면에 초점을 둔 과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교과서가 1200페이지에 육박하기에 모든 내용을 수업하지는 않구요. 중요한 부분만 수업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단원에 따라서 모두 수업하는 부분도 있고, 60퍼센트 정도 수업하는 부분도 있네요. 교수님 중 한 분이 번역본 역자셔서 그런지 수업을 가볍게 하시는거 같은데 요점은 다 들어있고 설명도 쉽게 잘 해주셔서 나중에 복습할 때 정말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있는 과목이어서 그런지 만족도는 높은 편힙니다.


6.예방의학

매 수업시간마다 교수님이 이메일로 PPT를 주셔서 필자는 이 책을 사지 않았다.


(1)수업

열심히 듣지 않아서 적을 것도 적습니다. 옛 의서들에 나와있는 건강을 관리하는 예방의학적 개념을 배우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이런 내용이 어떤 책에 나와있더라~ 라는 식으로 흘러가는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멍한 상태로 수업을 들었습니다.


(2)실습

1학기에는 예방의학 수업 바로 다음에 예방의학실습이 배치되어 있었는데요. 별도의 실습은 없었고 예방의학 시간에 끝내지 못한 수업을 이어서 진행했습니다. 종강 무렵에는 조별로 모여서 특정 주제를 조사한 뒤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것으로 실습이 대체되었죠. 2학기에는 교수님이 바뀌셔서 실습 역시 바뀐다고 합니다.


7.마지막으로..


2학기 시간표입니다. 2학기 해부 실습은 밤 10시까지 진행된다는 말이 있는데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타과보다는 힘든 느낌이 사실 많은데 의대생 친구들보다는 여유로운 것을 위안으로 삼아봅니다. 아무튼 여러분의 입시에서의 건승과 저의 본과 1학년 2학기 진급을 빌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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