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다 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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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와 그르다'
가끔 '옳다'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토의를 한다. 뭔가 고차원적으로 보인다.
옳다는건 뭘까?
철학적인 질문인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의외로 대단한 의미는 없을수도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를 헤집어놓는다. 답은 다른 이지선다 문항처럼 쉽게 나오지 않는다.
왜 답을 쉽게 내릴 수 없을까?
그건 아마 '옳다' 앞에 들어와야 할 말 하나가 빠져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항상 이타적으로만 사는게 옳은가?', '자유는 옳은가?' 에 곧바로 대답할 수 있을까?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생각할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그런데 어이없는건 '옳은가'를 따져야 하는데 '옳은게 뭔가?'에도 답을 할 수 없다. 몇번 생각해본 뒤, 당신은 이 질문들에 대해 '수준높은 질문들이네..어렵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답은 가까이 있을수도 있다. 옳다가 사용되는 다음 두 문장의 형태를 보자.
'~하려면 ~하는게 옳다'
'~를 위해서는 ~가 옳다'
위의 문장형태는 '옳다'의 앞에 목적을 나타내는 말을 붙인 것이다. 완성된 문장을 만들어보자면
ex) '북쪽으로 가려면 나침반의 빨간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는게 옳다'
ex)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유를 평등보다 중시하는게 옳다'
'옳다'가 쓰였음에도 훨씬 대답하기 편하지 않은가? 판단의 구조는 '목적 A를 위해서 B하는게 적합한가'가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건 '옳다'라는 말은 '목적과 수단이 정합한다'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옳다' 의 사전적인 의미는 진리·도덕·규범·이치·기준 등에 비추어 어그러짐이 없어 좋은 상태에 있다. 바르다. 맞다. 라고 하는데(출처는 Oxford language), '비추어'라는 말에 주목해보면 어떤 기준(목적)이 주어져야 비로소 거기에 대해 옳다/그르다를 논할 수 있게 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당신이 이전 문장들에서 쉽게 대답할 수 없었던 이유가 설명이 된다. 수단/행위만 제시하고 목적은 써놓지 않은채로 '옳다'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시로 위에서 사용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유를 평등보다 중시하는게 옳다' 라는 문장에서, 목적인 '경제성장'을 제시하지 않으면 '자유를 평등보다 중시하는게 옳다' 라는 문장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다시 머리가 아파진다. 무엇에 대해서 옳은지를 써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옳다는게 무엇인가?'
'대상(행위)이 주어진 기준(목적)에 부합하는 것을 옳다고 표현한다.'
항상 이타적으로만 사는게 옳은가? 자유는 옳은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에 답하기 어렵다. 임의로 기준을 정해보자면
1. 손해보지 않고 살려면, 항상 이타적으로 사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2.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자유는 옳다고 생각한다.
라고 답할 수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하는게 옳다' 식의 문장이 토론 주제인 경우가 많았던것 같은데, 그런 토론들의 양상은 '자기쪽에 유리한 기준을 몇개나 가져왔냐'로 갔던 경우가 적잖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앞으로는 누가 '~가 옳냐?' 라고 말한다면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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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 동성애자 처벌은 옳은가?
여기서 전제를 구성요건으로 강제해버리면 주장하는 측에서 어떤 전제를 제시하느냐에따라 답이 정해져버려서 논쟁의 가치가 퇴색되지 않늘까요
오 동의합니다
저런 논의는 다각적인 관점의 판단을 유도하려는 거니까 이 경우에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논점을 명확히 하려면 기준을 미리 제시해놓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당위성을 따져도 기준이 있을 때 훨씬 명확해지고요
'동성애자 처벌'을 주제로 토론할 경우, 차라리 판단기준으로 작용하는 것들을 나열해본 뒤 그것들 각각을 기준으로 여러번의 논의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의 당위성을 따진다 하더라도, 기준은 통합된 하나로 존재하지 않고 항상 여러개가 있지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려하시는 부분도 이해되지만 저런 현안들에 대하여는 논쟁이 필요한 기준이 무엇무엇이 있느냐를 주장하는 측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찬반 양측이 같이 정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하나의 논의당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그냥 저 주제를 쌩으로 가져다놓고 토론한다면 논의 중간에 새로운 기준들이 찬반 양측에서 계속 제시될 것입니다. 그런데 기준이 바뀐다는건 과장해서 주제가 바뀌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준이 바뀔때마다 쟁점이 이동할 것이고, 논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제가 아닌 기준이기에(~의 관점에서, ~를 위해서) 답은 일방적으로 정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
1. 문화적 차원에서, 동성애자 처벌은 옳은가?
2. 생물학적 차원에서, 동성애자 처벌은 옳은가?
3. 현행법과 헌법에 비추어, 동성애자 처벌은 옳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