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남학생 "쌤, 메1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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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1갈 말고 페미니스트?
2년 전 전국적으로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때 (젠더)교육 현장에서는 미투에 공감하기보다 백래시(backlash, 사회의 진보적인 변화에 따른 보수층의 반발)가 거세지는 분위기였다. 한 중학교 성폭력 예방교육 시간, 시작부터 끝까지 슬라이드 한 장 넘기기도 힘들 만큼 남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남자애 꼬셔서 성폭행한 여자교사도 있잖아요!”
“여가부랑 메1갈이 문제라고요!”
“샘은 왜 여자 편만 들어요?”
“남자도 성폭력 피해당하는데요? 소수라고 무시하는 거예요?”
사방에서 공격받는 내가 너무 안 되어 보였는지, 아니면 수업 분위기가 너무 혼란해서 정리하려던 건지 반장인 남학생이 갑자기 의젓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달랬다.
“얘들아, 페미니즘과 메1갈은 달라. 샘은 페미니즘 얘기하고 있잖아.”
순간 학생들이 조용해졌다.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엉망이 된 수업은 끝내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다. 끝나고 한숨을 쉬며 짐을 정리하는데 한 여학생이 조용히 다가와 작은 초콜렛 하나를 건넸다.
“선생님, 힘내세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떤 아이들은 화살표를 거꾸로 돌려 자꾸 나의 정체를 캐묻는다.
“샘, 페미니스트예요?”
수업을 시작하며 성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고 하자 한 남학생이 도발적으로 질문했다. 수업을 듣던 다른 학생들이 “오오~” 하고 반응했다.
“네. 그게 왜 궁금해요?”
“그냥요.”
이대로 지나가면 뭔가 나만 추궁당한 느낌으로 남게 되므로 나는 굳이 페미니스트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성차별주의에 반대하고 모든 성은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 페미니스트이며, 성평등을 지향한다면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라고. 그럼 단골로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그럼 메1갈은요?”
“메1갈이라는 말 들어봤어요? 무슨 뜻인지 알아요?”
“남성혐오자요.”
우리는 대화할 수 있을까?
“혐오가 뭘까요?”
결국 나는 두루뭉술한 방식으로 큰 개념에서부터 접근하는 것을 선택했다. 혐오, 편견, 차별, 권력이라는 블록을 하나씩 집어와 차근차근 연결하고 거기에 젠더로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 이미 수업 시간은 많이 지나버렸고,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그럼 한남은요?”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질문이 나올 때면 지금 내가 수업을 잘하고 있는 거 맞나 하는 회의가 든다.
학교에 페미니즘을
“‘한남’이 무슨 뜻일까요?”
“한국 남자요.”
“한국 남자라는 게 왜 혐오용어죠?”
“조롱하잖아요.”
“그럼 ‘한국’이나 ‘남자’의 어떤 점을 조롱하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그냥 말투가 기분 나빠요.”
“네, 아마 그 자체가 목적일 거예요. 한남이라는 말은 ‘미러링’(거울처럼 상대방의 언행을 따라 하면서, 그걸 듣는 이의 입장에 서보도록 하는 것)으로 생겼다고 알고 있어요. ‘김치녀’, ‘된장녀’ 같은 여성혐오 용어가 오래전부터 무분별하게, 재미로 쓰였잖아요. 그렇다면 반대로 들어보면 기분이 어떨까? 하고 만들어낸 거죠. 그래서 미러링 용어는 유통기한이 있어요. 여성혐오적인 말들이 사라지면 역지사지를 위해 만든 남성혐오적인 말도 사라지겠죠.”
성심성의껏 대화를 이어간다고 남학생들의 의문과 저항이 모두 해소되는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교실에서 이렇게까지 대화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화할 조건 자체가 되지 않거나, 대화를 통해 교육을 풀어낸 경험이 없는 학교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원문 보기: https://ildaro.com/8801
- (반장 빼고) 아이들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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