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든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7507351
이번 학기에 '21세기 한국소설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겨우내 소설이 재미있어져서 무작정 수업을 신청한 것이었고 나름 재미있게 듣고 있습니다.
소설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특히 좋습니다.
다만 2010년대 후반의 작품들을 보면 같은 이야기를 하는 여성주의 서사의 소설이 범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2010년대 후반에 발표된 작품을 갖고 발표를 하게 되어 준비하고 있는데, 뭔가 이전에 접한 작품을 또다시 보는 듯한 기시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여성주의 서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을 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작가가 어떠한 성향이든, 어떠한 사상을 지지하든 그와 상관없이 충분히 재미있고 작품성 있는 소설을 만들 수 있죠. 또 박완서 작가님과 같이 여성주의 서사를 갖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오신 작가도 많이 있고요.
그런데, 제가 접한 21세기 한국의 여성주의 서사 소설들은 너무 천편일률적입니다.
주인공은 여성이고, 이제 막 결혼하여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거나, 성숙하지 않은 딸을 갖고 있습니다. 또 그녀는 가족들, 특히 남편의 가족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으며, 그녀의 남편은 대개 그녀의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남편이 그녀의 고통 자체에 무심한 인물로 그려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소설의 말미에 가면 그녀는 그녀의 여성 가족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소설이 마무리됩니다. 독창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작품들은 문단에서 고평가받고 있죠. 단적으로 2021년 젊은작가상의 수상자들은 모두 여성입니다. 대부분 여성주의 서사의 소설을 썼고, 모두 문단의 찬사 아래 상을 받았죠. 심지어 2021년 수상작 중에는 남성혐오 표현을 사용하여 논란이 된 작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예술 작품이든 의도만으로 결과를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번지르르한 의도로 허술한 내용을 포장한 작품은, 비판하는 수용자를 '적폐', '구시대적 발상', '차별주의자'로 몰아갈 수 있으니까요. 이미 그러한 사례는 충분히 존재해 왔습니다.
그래서 현 상황이 살짝 걱정이 됩니다. 한국 소설을 사랑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요.
21세기 한국 소설이 여성주의 서사로 점철된 것은 아닙니다.
작년 수능특강에 실린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정확히는 2000년에 발표되었지만) 21세기를 대표하는 한국 소설의 수작이죠. 또 김영하 작가님이나 김중혁 작가님처럼 독창적인 소재로 21세기 소설에 활기를 불어넣는 많은 작가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러한 특색 있는 한국 소설들이 판에 박힌 여성주의 서사들에 묻혀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생각이 들어 밤중에 끄적여 봅니다.
그럼, 다들 좋은 밤 되세요:D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증명하고싶구나...
-
3수생출격
-
의대 수리논술로 붙으시는 분들 보통 언제부터 준비하셨나요?
-
25123 1
연대 건공 목표인데 진짜 수학을 어케 해야 할 지를 모르겠네요... 이정도 수준에서...
-
그림 속 "중기와 후기"의 염색체는 상동 염색체가 아닌것 같은데 맞나요? 밑...
-
손목 안쪽 쫙 땡기네 헬스한거마냥
-
진짜 ㄹㅇ 작심삼일 아닌게
-
https://youtube.com/shorts/utMi6WdKT-U?si=nksS6...
-
크킄ㅋ
-
안녕하세요 :) 디올러 S (디올 Science, 디올 소통 계정) 입니다....
-
그걸로 드라이브도 쓰고 그랬는데 갑자기 없어져버림.. 네이버웍스로 다 전환
-
ㄹㅇ 커피 셀프로 타게하는 카페는 없는걸가 난 그냥 앉아만 있을게
-
아니 저거랑 윤 대통령의 오만, 독선, 불통, 무능, 거짓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이죠?
-
주말은 늦잠을 0
레이트쥐기상
-
얼버기... 1
ㅠ
-
독서 공부를 시작해보자! 또 지금 등교하신분 계시나요??
-
에효..
-
한지 vs 세사(vs동사) 추천 부탁드립니다 세지는 고정
-
보통 내용에서 추상적인 글이나 내용나올때 아 그런갑다~ 하고 대충 다음 문장...
-
쇼군 정주행을 해야 한다..
-
오늘도 성공
-
드디어 집왔다 1
롤체하다가.
-
새벽5시에 안자고 뭐하는 지거리야
-
어우 피곤해 5
-
큐브 후기 2 2
심심해서 틈틈이 하고 느낀 점 1. 별테하는 친구가 한 명은 꼭 존재한다. 2....
-
수잘싶 10
ㄹㅇ
-
왜 일어나보니 새벽 4시지 오엠쥐다 진짜루..
-
ㅅㅂ 난 절대 안할 줄 알았는데 반수생각이 스멀스멀... 근데 공부하기는 또 싫고....
-
정시로 돌려도 무죄인가요 국어랑 영어는 내신때문에 안한지 1달정도 되었고 언매랑...
-
공부하다가 체중관리 못해서 허벅지 다리 살이 다 텄는데 보기도 흉하고 우울함,, 어카냐
-
4단원? 아님 4,5단원?
-
아이스크림인데 냉동실 넣어놓고 까먹음 한달 넘은듯?
-
의지박약이슈 흑흑 그렇게 살고 싶다 피지컬 100 보는데 끓어오르네..
-
요즘 정시로 수능 몇등급 정도면 합격하나요? 그냥 궁금해서...
-
대학 수학 시험 망침 12
Sec적분 못해서 최대 96점…. 인생
-
1학년때 3점대였던 친구는 말그대로 떡상했는데 나는 다망해서 훨씬 뒤쳐져버렸네...
-
ㄹㅇ
-
무물 0
설공 화석 중간고사 아직 안 끝남 3대 450
-
힘과 운동량인것이에요
-
내일이 두렵구나
-
내년에도 강윤구 이투스에 있음?
-
자러감 1
일찍일어나야함...!!!
-
고속 글 하나 올리니까 3분만에 조회수 200명 가버리네 ㄷㄷ
-
나 마니 추함 2
토할 정도는 아님
-
요약 1) 올2컷으로 건대, 동국대 , 홍익대 , 외대어문 가능 , 시립낮은 문과...
-
미적분 1
작수 2등급정도인데 미적분을 27-30까지 다 틀렸습니다 미적분을 정말 잘하고...
-
쩝 민희진 빠지면 이런 퀄 안나올텐데
-
심심쓰 1
본가오니까 동네친구들은 죄다 재수학원에 박혀있어서 재미읎다
-
반수를 이제야 시작을 한 씹허수 3모 11223 씹허수 1. 국어 이감컨 연간패키지...
안녕히주무세용
저도 소설을 좋아하고, 제 여동생도 문예창작을 준비합니다만, 둘이서 항상 이야기하는 주제입니다. 김영하씨가 말한대로 문학이라는 것이 공감의 범위를 확장시키기 마련이죠. 몇십년 전만 해도 정말 낮은 수준의 권리를 가지고 있던 아동부터,여성, 동물, 소수자 등등... 소설이 공감의 범위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은 확장은 멈추고 여성 주의 서사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공감합니다.
맞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여성주의에 지나치게 천착하고 있죠.
이와함께 비슷한 내용의 자기계발서가 범람하고 양산되는 것도 좀...
그래서 전 자기계발서 안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