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가 풀려가네 [714055] · MS 2016 · 쪽지

2021-04-28 0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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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춥고 외로운 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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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여름이어도 

밤이 되자 갑자기 한바탕 비가 쏟아진 다음이 

더 거리가 조용하고 공허하다


겨울밤의 거리가 

나에게 있었던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것에 대한 

그리움의 외로움이라면, 


갑작스런 비가 온 뒤 여름밤의 거리는 

동경하는 것이 이전부터 계속 나에게 없었다는 사실을 

문득 느끼게 되는 외로움인 것 같다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해 느끼는 외로움이란

나의 존재 자체가 결함이 있다는 느낌...

그래서 부끄럽고 비참한 고독이지만


비를 촉촉히 머금은 가로수가 

고개를 떨군 채 일렬로 늘어서고

신호등이 반사된 물웅덩이 위로

가벼운 냉기가 감도는 풍경을 보면


조금은 산뜻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덜그럭대는 텅 빈 마음을 한 손에 들고

코 끝에 시종일관 부딪히는 비 냄새가, 아릿함이

마음 끝까지 닿도록 

숨을 크게 머금으며 무언가가 있을 이 거리를 걷고 싶다

rare-오르비프렌즈 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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