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아시아의 미래3.다가오는 사무라이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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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캔들차트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캔들차트가 언제 어디서 발명되 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캔들차트 기법은 18세기 일본의 쌀 거래상이었던 혼마 무네히사가 쌀 선물시장의 가격 움직임 을 분석하기 위해 고안했다고 전해진다*. 같은 시기 조선의 경제활동의 대부분은 여전히 물물교환에 의존했다. 이는 조선과 일본 이 엇비슷한 발전과정을 거치다 운 나쁘게도 개화기부터 차이가 벌어졌다는 한국인들의 편견과는 다르게 두 나라가 아주 다른 출 발선상에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한반도와 일본의 경제력 차이는 아무리 늦어도 고려 시대 중반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일본의 농경지가 한반도의 약 2배인데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의 특성상 3모작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공업생산력도 뛰어나서 1863년 일개 지방정부에 불과한 조슈 번은 자신들이 직접 주조한 대포로 영국을 포함한 서구의 4개국 함대와 포격전을 펼치기도 했다. 승리했지만 의외의 전투력에 놀랐던 영국군은 자신들과 대적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이 극동의 섬나라에 깊은 감명을 받았 고 이는 이후 영국이 일본을 식민지로 삼을 대상이 아닌 대등한 국가로, 더 나아가 러시아를 견제할 아시아의 파트너로 여기게 된 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의 교과서는 이러한 일본의 역량을 가르치지 않는다. 거기에 개량한복을 입고 이크, 에크와 같은 추임새를 읊조리며 교내를 배회하는 전교조 민족주의자들의 망상이 가미되면 그들의 근대사는 더욱더 초라하게 각색된다. 이는 일부 긍정적인 효과 도 있었는데, 미개한 일본이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처럼 우리도 산업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그 반대급 부로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아시아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자력으로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 또 거기에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었는지 간과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한국인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 사무라이의 후손들은 다시금 동아시아의 패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는 당연하고 군사적으로도.
***
한 해 국방비만 천 조원을 쓰는 나라,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과 싸워서 이기는 법이 있다. 미군을 3만 명 이상 죽이고 3년만 항 복하지 않고 버티면 된다. 그러면 대개 미국의 의회와 언론이 알아서 미군을 쫓아낸다. 6.25에서 유엔군은 3년간 약 4만 8천여 명이 죽거나 실종되었고 베트남전에서 미군은 약 6만여 명이 사망하였다. 공산정권과 정면으로 맞붙은 이 두 전쟁에서 미군은 압 도적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과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이 인명 손실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현상 은 21세기 들어 더욱 심해졌다. 아프간-이라크 전쟁에서 미군 손실은 비전투원을 포함해 만 5천 명에 지나지 않고 이름만 바꾼 테 러조직들이 다시 결성되고 있지만 미군은 전쟁을 매듭지으려 한다. 따라서 미국의 적국이나 단체는 스텔스기인 F22를 상대로 어 떻게 방공망을 구축할 것인지, 스트라이커 여단으로부터 어떻게 요충지를 방어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3년간 3만 명의 미군을 죽일지만 고민하면 된다. 이 얼마나 손쉬운 전략적 목표인가.
미군 역시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세계 각국에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줄 전략적 파트너를 심어두었다. 극동에 서는 대한민국이, NATO에서는 터키가 전투보병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미군이 돈과 장비를 대면 동맹국이 목숨을 대는 이 간단 한 구도로 미국은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이 구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터키는 나토의 주적인 러시아의 지대 공 미사일을 도입하여 동맹국들의 신경을 긁고 있고 대한민국은 노골적인 친중/친북 행보를 보이며 미국과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지속된다면 미국이 반세기에 걸쳐 구축한 세계전략이 무너질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새로운 전략 파트너를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유사시 극동에서 미국이 대한민국 대신 기댈 수 있는 나라는 일본 뿐이다.
일본은 육군을 육성하기에 유리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바다로 둘러써여 중국이나 소련이 선제적으로 공격하기 어렵고 남한의 3배에 달하는 인구와 막강한 공업 생산량 덕에 병력과 물자를 충당하기도 용이하다. 게다가 생산시설 역시 동쪽에 분포되 어 있어 적이 공업지대를 파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육군을 육성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동맹국들 중 아 무도 일본의 재무장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과 전면전을 펼친 일본이 대규모 군대를 육성하는 것이 불편할 것이고 또한 다른 동맹국인 한국의 반발을 가져온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일본 스스로도 자신의 재무장을 거부했다. 6.25전쟁이 터지자 미군은 일본이 육군을 재건해 극동 방위의 한 축을 맡기를 바랐지만 수상 요시다 시게루는 이를 거부하는 요시다 독트린을 공표하곤 자국 내 경제발전에 전념했다. 태평양 전쟁에서 미군에게 훈도시 속까지 탈탈 털린 일본인들은 전략적으로 총칼보다 돈 을 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역학구도가 변하고 있다는데에 있다. 태평양전쟁에 참전해 일본과 싸운 마지막 세대의 대통령인 W.H. 부시**는 2018년 사망했고 미국인들의 기억 속에서 가미카제와 진주만의 흔적은 점점 옅어져가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이 재무장을 거부한 것은 과거 일본군이 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폭주하며 나라를 멸망으로 몰아넣었던 기억과도 연관이 깊다. 하지만 현 자 위대는 그런 과격파들과는 거리가 멀고 또 자국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일본의 전략목표가 경제발전보다 이젠 대외 팽창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이 미국에게 위협이라면 이는 일본에겐 몸서리치는 공포라는 뜻 아니겠는가. 그렇 기에 일본은 더욱 재무장을 서두를 것이다.(https://hugin00munin.blogspot.com/2015/11/blog-post.html) 이런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미일 양국의 최근 성명서를 살펴보면 명 백하게 드러난다. 새롭게 출발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압박하는 전선을 구축하는 데 있어 계속해서 엇박자를 보이는 한국 정부 보다 일본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평화헌법의 개정과 재무장이 논의되지 않았을 리 없다. 육군이 빠진 반 쪽짜리 군대로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없으니까.
우리는 일본을 노쇠하여 침몰한 국가로 업신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명확하게 디플레에서 벗어나 본궤도로 진입하기 직전이며 국내총생산 역시 작년 우한 폐렴의 충격에서 벗어나 올해 약 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980년 후반의 일본의 장기 침체가 시작된 원인중 하나가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라는 점을 생 각하면 중국을 견제해야하는 미국이 반대로 이젠 일본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태평양전쟁 후 일본이 수백 년이나 앞선 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잿더미와 원폭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들이 잃어버린 xx년 시리즈 를 연장할 가능성도 낮다.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서 평화라는 배당금으로 배를 한껏 불린 사무라이가 다시 칼을 쥐는 것은 시간의 문제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대한민국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일간 분쟁이 재발할 때마다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 던 것은 남한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었는데 일본이 그 역할을 일부 분담한다면 한국의 입지는 과거보다 좁아진다. 게다가 자칫하면 일본과 한국이 군비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는데 양국의 경제력 차이를 고려하면 이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일 뿐 아 니라 자칫하면 미국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상황이 된다.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 지리적 여건만 보면 미국이 한국을 버리고 일 본을 택할 수는 있어도 일본을 버리고 한국을 택할 순 없으니까.
한 역사학자는 한반도의 역사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로 해석했다. 대륙과 해양세력 중 어느 한쪽이 부상하게 되면 그들은 다른 한쪽을 침략하기 위해 반드시 한반도를 지나게 된다고. 그리고 지난 50년은 전통적 해양세력이었던 일본은 군대가 없는 비 정상적인 상태를 자처했고 중국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주변국보다 가난한 시기를 보냈다. 그 결과 양 세력의 충돌의 기점이었던 한반도는 최대의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허니문은 끝났다. 대륙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호전적인 국가가 들어섰으며 일본열도는 히키코모리처럼 칩거하던 기간을 마치고 외부로 팽창할 준비를 끝마쳤다. 당신과 내가 살아갈 미래의 국제정세는 지 난 50년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세계 최초의 상품선물시장 역시 17세기 일본에서 태동했다.
**그는 전투기 조종사였는데 복무 당시 일본군이 포로로 잡은 자신의 동료 조종사의 인육을 먹는 사건이 벌어져 일본에 대해 비우 호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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