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agonist [59684] · MS 2004 · 쪽지

2013-06-30 13:48:40
조회수 7,529

사진관의 의대썰, 학벌썰을 보고 쓰는 일련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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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썰에 대한 단상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안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정을 중시한다는 것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서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기를 바란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명확한 방향성'에 보통 답이 있습니다.

교대, 사범대가 떴던 것도 같은 맥락이며, 약대, 간호대가 높은 입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거의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사관학교나 경찰대가 높은 입결을 자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안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정을 중시한다는 것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서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기를 바란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명확한 방향성'에 보통 답이 있습니다.

지금은 과거의 유물이 되었지만, 문과의 우두머리였던 법과대학의 경우에서도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위권 이하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상위권 법과대학의 경우 그 곳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다수가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죠. 바로 '사법고시'입니다. 즉, 사시라는 목표가 뚜렷하게 주어져 있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적절한 커리큘럼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 그 학과의 매력이 되는 거죠.

절대 다수의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난 이제 뭘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고민이 무려 '특정 학과'를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메리트가 됩니다. 물론 의대는 '의사'라는 직업의 파워, 교대 사범대는 '교사'라는 직업의 파워, 군인, 경찰, 약사, 간호사라는 직업의 파워도 있겠지만요. '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도록 하여라'라는 지침이 삶에 부여된다는 것만으로도 그 삶은 엄청난 추진력을 얻는 겁니다. 의사의 전망이 좋지 않다느니 그런 소리를 아무리 해 봤자, 저 메리트는 영원히 없어질 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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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썰에 대한 단상

학벌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수많은 댓글들이 오가고는 합니다. 그 이야기는, 언제나 편협하고, 언제나 위험하고, 언제나 자극적이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편협할 수밖에 없고 누구나 위험한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누구나 자극적인 것에 끌리는 법입니다.

학벌이라는 것은, 적어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마치 '훈장'과 같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고 치렁치렁 달고 다니는 바로 그것을 의미하죠. 학벌이라는 것이 가지는 힘이 결코 적지 않고, 그 힘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다만, 언제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지금의 수험생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에 비해 학벌이 실제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적다는 겁니다. 자기만 열심히 잘 하면 된다느니 능력이 중요하다느니 하는 별 의미도 없는 이야기를 얹을 필요도 없이 말이죠. 특정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학벌이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세상은 이미 학벌을 조금씩 판단요소에서 지워가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은 그걸 지울 수가 없을 뿐인 거죠.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단, 학벌로 사람의 '무엇'을 평가하는지가 중요하겠죠. 전 언제나 학벌이라는 것을 희석시키고 지워나가야 한다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벌이라는 것이 강제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시스템은 학벌 없는 사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죠.

자신의 생각이 위험함을 느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것을 '잘못이니까 고치자!'라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닙니다. 그 이면에 깔려 있는 것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죠. 나는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가, 이러한 생각은 어떠한 영향력이 있는가, 이러한 생각이 가져오는 부정적 결과물은 어떤 것인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회에 나는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학벌이 아무리 좋아도 부자 아들 못이겨요. 그게 대한민국입니다. 돈이라는 빨대가 똑똑한 놈 혈관에 꽂혀있는 게 대한민국이에요. 그러니까 학벌 너무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더 빨리나 덜 빨리냐의 차이일 뿐이니까요... 는 농담이고, 여러분의 삶, 그리고 사회와 세상이라는 곳에서 학벌 따위보다 훨씬 더 중요시하고 신경쓰고 알아나가야 할 것이 널려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보이게 될 겁니다. 하지만, 보기 위해 애쓴다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 편협해요. 그 편협함을 얼마나 빨리 깨닫느냐가 첫 번째 과제이고, 그 다음 과제는 그 깨달음을 통해 자신을 얼마나 높은 곳으로 이끌어갈 수 있느냐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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