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생들에게 헌정하는 격려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718844
사실 수능을 1번 더 본다는 것은, 적어도 수시와 정시의 주객전도사태 이후로는, 더러운 도박판에 다시 한 번 자기자신을 저당잡힌다는 것을 뜻해요. 더 좋은 대학이라는 배당금을 걸고요. 물론 여러분은 처음보다는 조금은 덜 불안한 마음가짐으로 베팅에 임할 수 있죠.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요. 쉽게 말하자면 물량이 딸린다는 거죠. 물론 결과론적 관점에서 분석하자면 (휴학)반수생들의 시간은 그렇게까지 부족하지는 않아요. 다만 체감상, 그리고 반수를 시작할 무렵에 제빠르게 체제전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면 부족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죠.
그럼 여러분은 어떻게 시간 부족을 극복해야 할까요? 물량이 밀리면 퀄리티(하이티어, 고테크, 스킬 등)로 극복한다는 것이 자명하듯이 여러분은 질로서 승부를 봐야해요. 시간의 양이 부족하다면 '농도'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거죠. 상위권 재수생의 10시간 공부 분량을 반수생들은 5시간만에 하고 동일 시간에 재수생이 100을 한다면 반수생들은 200을 하는 식으로 말이죠. 반수생들은 선택과 집중이 필수입니다. 정석대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에 있어 파트별로 경중을 가려서 최대한 삽질을 피하세요.
잠깐 저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저 또한 한때는 여러분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09년도 이래로 일편단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라는 목표로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뚜렷하게 생각해둔 것은 없지만 과거 문리과대학이 종합 교양의 산실이었듯이 저 또한 인문/사회/자연을 전부 다 전공해서(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 빡센 학부생활을 자초하는 것이지만...ㅎㅎㅎ) 순수학문의 저명한 지성인이 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비효율적인 문/이과 제도와 불합리한 교육제도를 개혁하고 싶었죠.
그런데 사람 일이 마음먹은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쌩재수를 하고(반수라도 하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경희대 사학과도 안 된다면 희망이 없다는 생각으로 재수를 결심했어요. 그 이하 라인은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현역 재수 연속으로 서울대 자전 2연광...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하 급간에는 자전이 없거나 있더라도 로스쿨 예비학과라서 제가 생각하는 그런 과가 아니기에 서울대 이하로는 문과에서 가장 선호하는 사학과 혹은 전액 장학금을 주는 과를 썼지만... 저는 수시와는 인연이 없나봐요. 결국 영혼을 실은(?) 소신(???)지원 한 방으로 지금 다니는 곳을 합격했으니까요. 합격하고 처음에는 고민 많이 했어요. 주어진 범위(한양대 사학과 입학수석/서강대 인문계 중복합격) 내에서 입결로 대변되는 상식까지 거절해가면서 선택한 곳이라서...
위와 같이 제가 한 때 그런 고민을 했었고 그 고민 때문에 여러분이 지금 하시는 고민이 다 이해가 가고 동감이 갑니다. 아무도 여러분에게 뭐라고 하지않고 또 뭐라고 할 수도 없어요. 선택은 본인의 자유이고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었느냐에 따라서 떠나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이야기를 끝낼 때에요. 여러분은 정말 수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다시 한 번 지옥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 지옥 속에서 기적을 스스로 만드셔서 후회없는 지옥도(地獄道)를 완주하세요!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굿.
-
어떤거 누르면 되나요?
-
실제로 무서움
-
오오 가형이햄이다 가형이햄 맨날 볼 떼 이생각만 함ㅋㅋㅋㅋ
-
문학질문ㅠㅠ! 2
여기만봤을때 이런구조가 맞나요? 근데 맞다면 왜 왕은 자기 딸(공주)를 첩으로 보낸거죠
-
ㅈㄱㄴ
-
I wonder how I wonder why Yesterday you told me 'bout the blue blue sky 1
And all that I can see is just another lemon tree
-
제일 정석적인 풀이
-
그냥 어렵기만 한 책인가요???
-
군대에서 수능준비중인데 혼자하다보니 게을러지는거같아서 스터디메이트 하실 분...
-
페레이라 졌네 4
٩(๑'o'๑)۶
-
국어 사설컨 1
한수 괜찮나요? 상상은 이미 샀고 이감은 천천히 살까하는데 한수 평이 많이 없어서...
-
웹툰 말고 웹소가 땡긴다
-
외대가 인터넷에선 많이 까이는데 현실인식은 좋은 듯? 2
친구 외대인데 어딜가든 공부 잘한다 소리 듣네
-
50점
-
빠른걸음, 빠른식사가 패시브였는데 느긋해도 된다는 점이 너무 좋음 아직 빠름에...
-
뭐하지뭐하지뭐하지뭐하지뭐히지
-
오늘부터 0
현재 과외받고있고 경기대 수논 준비할건데 논술 준비로 좋은 개념서랑 같이 풀만한...
-
소노스베테오 3
아이시테타
-
아오 전 아이패드는 됐는데 이성하네
-
미적분기하확통 1
미하통
-
잘가냐…. 재종 살이 하다보면 휴일 시간이 뭉개져서 흘러감 운동이나 하러가야집…...
-
재수생인데 3
작년에 기출 이미 했긴한데 이제 뭐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근데 아마 수능끝나고...
-
텍미텍미
-
글씨가 개판이 되어버림
-
어차피 나갈거니까 ㄹㅇㅋㅋ
-
수능 유형에 맞추었고 난이도가 어렵지 않다면 이런 유형이 나올 것 같습니다. 도움이...
-
오후에 인강을 보라는 이유가 뭘까요
-
공부를 합시다 0
네
-
드디어 대두창이 의주빈을 정상화한다
-
과외 끝나고 회식있음 하…쉬고싶노
-
ㅆㅃ 20
왜 개추 나밖에없는데
-
피램 2권 시작했는데 필수 고전시가는 한번 정리하는게 좋다하는데 강의나 피램고전시가...
-
이번년도 0
마지막 수능보고 입시판 떠야지...0
-
아 내일 1교시 3
할복
-
하 좆같다
-
집 반포라 시대재종갈라면 최소30분걸려서 밥도못먹었는데 할머니집이 대치동이고...
-
경희대? 한양대? 고려대?
-
극대 극소 개념 점검 문제 2개입니다. 8번이나 19번 정도의 난이도를 염두에 두고...
-
명문대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낮대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건국대의 장체성은 몰까요
-
4월1일 일병 0
10월1일 상병 내년 4월1일 병장 내년 7월20일 전역 까마득해라
-
12월 중순에 한번 옮아서 그 뒤로 2달 조금 넘게 마스크 쓰고 하다가 개강하고 딱...
-
잇올 식단 0
잇올 식단 어디서 확인하나요??
-
처음 봣을때 진자 개어려웟엇는데 참 좋은 문제같으면서도 a b는 그냥 줫어도 되지...
-
프로그래밍 교양 출석용 재생 말고 드디어 학습용 재생하면서 0
듣고 있는데 진짜 기본중 기본부터 가르침 1바이트 = 8비트인거부터... 고등학교...
-
동사 vs 윤사 2
뭐가남
-
굿나잇 4
잘자고
-
가천한 탐구 1
이건 대놓고 사탐이 유리한거 맞죠?
-
어디가셨지 3
글 참 잘 쓰시네요..
감정이입해서 읽었습니다ㅋㅋ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네요
힘 잔뜩 얻어갑니다!!
따뜻한 마음이 글에서 그대로 전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