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의학의 의미에 대한 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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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생입니다. 일단 화타 허준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는 차치하고.. 제 생각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친구분이 한의사라고 하셨는데 그럼 작성자님께서도 의사 또는, 최소 본과 고학년이실테니 저보다 의학적 지식은 훨씬 뛰어나실거라 생각합니다. 글쓰기에 앞서 제가 본과 1학년이라 배움이 부족하다는 점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배워온 한의학은 작성자님이 말씀하신 것과 맞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21세기에 기니 음이니 양이니 하는건 제가 봐도 엥...? 이게 뭐지? 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이과생이었고, 공대출신이었던 저한테 당연히 과학적일거라 생각했던 부분이 과학이라기엔 철학에 더 가까웠으니까요.
근데 만약 한의학이 정말 '비과학'만 가지고 있었더라면 지금 이미 전세계에서 아무도 침맞고, 뜸뜨고 하지 않았을겁니다. 한의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임상적 가치거든요. 이게 한의학의 근간이자, 지금까지 한의학을 유지시켜주는 큰 효과죠. 임상적 가치.
예를 들어, 불과 백여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에서 정신병이다 하면 머리뚜껑 열고 뇌 잘라내고 했었잖아요? 이게 지금까지 시행되나요? 아니죠. 의학의 가장 주된 부분인 임상적 가치가 없거든요. 만약 한의학적 시술들이, 정말 아무런 효과가 없는 증명되지 않은 방법이라면 이미 사라지고 없었을 겁니다. 다시말해, 과학적 증명 = 임상적 증명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저도 한의학의 모든 부분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기가 어딨어요 음이고 양이 어딨어요 저도 이런거 배우면서 현타도 많이 오고, 선배들, 교수님한테도 많이 여쭤보고 나름대로 책도 찾아봤습니다. 선배들은 이런거 어차피 임상에서는 안쓴다, 이러시는데 그럼 내가 이걸 왜 배워야 하나? 하는 고민도 혼자 많이 했구요.
그리고 나서 제 짧은 식견으로 나온 제 의견은(사실 제게 이런 한의학적 부분을 공부하게 한 동기를 만든거죠) 이러한 내용들이 과거의 시선에서 바라본 의학이었기 때문입니다. 세포를 발견한게 불과 5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한의학은 수천년 전부터 이어온 학문이구요. 그 당시 의가들이 나름대로 치료를 하고, 그것을 집대성하는데 집대성을 하기위한 도구가 없었죠. 과학이라는 도구요.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 주류였던 철학을 집대성하는 도구로 사용했을겁니다. 동양철학적 관점으로 몸을 관찰한거죠.
과거에 그런거랑 지금 너네가 이걸 배우는거랑 무슨 상관이냐? 하실 수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현재 한의계가 가진 과도기적 상태와, 한의사라는 포지션의 한계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실제로 아직 한의사가 과거의 의가들이 어떤 식으로 진료를 하였는가?를 보기 위해선 한방생리적 지식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 책들에는 그렇게 적혀있으니까요. 책에서 肝氣鬱滯라는 표현이 나오면, 무슨 말이고 어떤 상태인지 내가 알아야 어떤 상황에 어떤 치료를 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제가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이러한 한방생리적 지식이나 치료법이 완전히 과학화되지 않았고, 그렇기에 일단 먼저 한의학적인 교육을 한 후에 점점 더 증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저희가 해야한다는 말입니다..^^tq)
또 한의사라는 포지션의 한계가 있습니다. 의료법 1장 2조를 보면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한의사라는 직군 자체가 ’한방 의료‘를 하는 직군이라는 겁니다. 근데 만약에 한의학이 완전히 과학화가 되고, 현대의학의 논리 아래에 완전하게 설명이 가능해지면, 이건 한의학일까요 의학일까요? 미국이나 일본, 중국처럼 일원화가 되어 있는 곳이면 상관이 없지만, 우리나라처럼 완연한 이원화가 되어있는 나라의 경우에는 이러한 법적 논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천연물신약이나 IMS처럼요. 결국 일원화가 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없는 문제인데,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일원화가 가능할런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아직 잘 모르는 학생이고 의욕만 넘치기에 뇌피셜이 흘러넘치는 글일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너무 때리지말고 알려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 1000자가 넘어 댓글이 안되네요... 그래서 글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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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이과생이라 글을 많이 못씁니다,, 제가봐도 참 못썼네요 미리 사과드립니다
그냥 답은 의료기기 다 쓸 수 있게 해주거나 의료일원화 해서 한방 파고 싶은 사람은 한방 파는 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음. 잠깐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한의학 연구 성과들이 의학에 빼앗기거나 뭐 그런 거 생각해보면 한의학 연구자들이 각 잡고 하기도 뭐할 것 같음. 연구 동력이 떨어진달까? 아무튼 이원화 해놓고 아무 기기도 못 쓰게 해놓은 상태로 지속되면 한의학이 앞으로는 크게 위험할 것 같음. 문제는 한의사들한테 의료기기 전면 허용하면 동네 의원들 매출 나눠 먹는 거라 의료계에서 결사항전할 것 같다는 거. 뭐 능력이 안 되네 뭐네 이런 건 솔직히 한의대생 인력 수준을 볼 때 배우면 충분히 할 능력 될 사람들이라 개소리라 보고 ㅇㅇ.
뭐 한의학 연구 성과들이 무조건적으로 의학에 뺏긴다?는 말이 안되지만, 아무래도 로컬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있을거고(한방쪽에서도 그런부분이 있을거구요) 그렇기 때문에 오는 갈등이 있겠죠.
현재 의료계의 가장 큰 갈등이 의한 갈등인데 정부측에서도 얼마나 해결하고 싶을까요? 양측의 갈등이 너무 크고 골이 깊은 상황이라 어케될지 모르겠네요..
보건복지부는 일원화를 목표로 하고있다곤 들었음 협회끼리 잘 이야기하라 했는데..
ㅋㅋㅋ
정부야 의한갈등만 없으면 의료계 갈등이 거의 없어지는건데 얼마나 하고 싶을까요...ㅋㅋㅋㅋ다만 어떤식으로든 서로가 모두 만족할만한 방법은 없다는게 문제죠 ㅠ
국민들을 설득시키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고 사실 이부분에서 숫자가 적은 한의사가 그나마 이점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의견통일과 초점이 분명한 입장제시가 가능하죠.
의외로 인재풀에 비해 의사집단이 이미지가 좋지 못한 것과 한의사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걸 보면 양쪽다 국민과 환자집단을 너무 덜 의식하며 행동해온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만, 중국, 일본, 베트남, 미국, 러시아 등의 사람들이 좀처럼 알지 못하는 사례들을 이해하기 쉽게 유튜브같은 플랫폼으로 전달하고 한의계의 요구가 왜 합리적인지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한의사들이 그런 걸 할 조짐이 보이긴하네요
학생들 입장에선 한의사 및 의사 전용 교차?전문대학원 과정 설립을 상상해볼 수 있지만
기면허자들은 또 좋아할 리 없죠 다 받아줄 순 없으니..
상상은 자유지만 현실은 어떤 수를 두려해도 걸림돌이 많은듯
정부도 관심은 있는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하니 협회끼리 얘기하고 오라는 식인데 결국 적극적 해결의지까지는 없음. 걍 앞으로도 방치될 것 같음.
교육통합 - 대학의 통합 - 그리고 나서 완전한 일원화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그럼 현직자들은 어떻게..? 라는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많은 현직자들을 배재하고 가기엔 당장 밥그릇이 달린 문제니 찬성할리가 없고..
아 맞네요. 저도 한때 한의대 관심 많으서 기사 엄청 찾아봤었는데. 우선 교육 통합이 돼야 하는데 최혁용 회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패한 거죠 이거? 재선 실패하셨던데 그 이후 회장은 무슨 공약 들고 나왔으려나.. 뭐 정상화 엌저고 얘기한 것 같은데 그 이후로 안 알아봄 ㄹㅇㅋㅋ
1. '과학적 증명'과 '임상적 증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는데, 대략적인 감을 잡고 계신 거라 생각이 드네요. 말씀하신 '임상적 증명'은 EBM에 기반한 지식이며, '과학적 증명'은 동물 실험(내지는 인체 실험)을 통해 얻는 기전 지식을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임상시험도, 기전 연구도 그 나름의 가치를 가지지요. 다만, 이미 EBM이 의학의 근간과도 같은 위치를 확보한 상황에서 통계에 기반한 진료가 과학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나 싶습니다.
2. 한의학이 규명되는 것은 양의학에 기반한 증명이 아닙니다. 현대생리학에 기반한 것이고, 이는 학문의 정체성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미 진단 시스템은 KCD로 통합된지 오래입니다. 의료기기 건만 이권 다툼 때문에 기형적인 판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다만 의료기기 건이 아주 큰 부분이라는 점이 문제고요.
학부생 분들... 한의대 기초 교수가 가르치는 지식에 매몰되지 마세요. 물론 유급을 면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시간을 내서 Phytomedicine,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정도는 가끔씩 눈팅하시는 편이 본인의 가치관을 올바르게 확립하는 데에 좋을 거예요.
메모해두겠습니다
에쓰노팔마콜로지는 한약 같은 거 연구하는 저널인가요? 한의학으로 전문성 있는 분 같은데 ㄹㅇ 간지나네 아 ㅋㅋ
가장 최근에 출판된 몇몇 논문들 제목만 긁어와보겠습니다. 대략 감이 올 거예요.
- Dioscin and diosgenin: Insights into their potential protective effects in cardiac diseases
- Cissampelos pareira L.: A review of its traditional uses, phytochemistry, and pharmacology
- Chemical profile of Swertia mussotii Franch and its potential targets against liver fibrosis revealed by cross-platform metabolomics
- Evaluation of oral toxicity and genotoxicity of Achyranthis Radix extract
- Artemisia annua L. extracts inhibit the in vitro replication of SARS-CoV-2 and two of its variants
아니..ㄸㄸㄸ 문돌이 그저 눈물..
근데 대단하시네요. 연구자의 길로 가시는 분이신건지..? 카이스트에 의과학 대학원 뭐 이런 거에서 한의사도 뽑던데 의과학 같은 거 하시는 거예요?
ㅋㅋ 그저 임상 3년차 한의사일 뿐입니다.. 아 이제 4년차인가 암튼 그 비스무리하네요 ㅎㅎ
아.. 한의사.. 부럽다 ㅠ
제 큰형이 대기업 다니다가 한의대 간다고 저랑 같이 수능 공부하는데 저렇게 늦게 가도 괜찮아요? 인생 걸고 보는 시험인데 ..
아 뭐 아나운서 때려치우고 하시는 분도 있엇지 ㅋㅋㅋㅋ 우문이였군..
이런 부분까지 말씀드리기엔 제가 인생 경험이 너무 적네요... ㅎㅎ... ㅜㅜ
선배님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배움이 부족한게 티가 나네요...ㅠㅠ
같이 배워나가면 되겠죠 ㅎㅎ 저도 한참 부족하고 모자라요. 다만 제가 먼저 삽질을 했을 뿐이죠.. 저처럼 삽질하지 마시고 빠릿하게 현대한의학으로 넘어오세요. 황제내경 상한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에 머무르기엔 우리가 너무 아까워요.
저도 그런 부분들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아 이정도로만 생각했구나.. 하고 공부하려는 편입니다!! ㅎㅎ
존중함미다 열심히 하세요!
과학화를 하면 한의학이 아닌(것 처럼 법적으로 취급당하는)것은 좀 모순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