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LW [819240]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1-03-30 02:29:57
조회수 6,247

정말 고마운 친구에게 쓰는 편지(파급 물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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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야.


너를 위해선 거의 처음 글을 써보는 것 같네.


네가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반 친구였던 사람 중 한명이야.


원래는 '나 OO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지금 딱히 너의 앞에서 당당히 내 모습을 보여주긴 힘든 상황이라


이렇게 말로만 전할게.


우선 내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네가 이번에 물리학 책을 출판했다는 얘기를 우연히 너의 ㅇㅅㅌ에서 봤어.


넌 정말 고등학교때도 빛났지만, 지금은 더더욱 빛나고 있구나 싶더라고.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고등학생이였을 때 너에 대한 소문을 자주 들었던 경험이 있어.


우리학교 정시파이터중 최고로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


난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정말 부러웠어.


나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너는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 잘한다는 소문까지 났던 것을 보고


조금 질투도 났었어.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때,


같은 반이 되었는데.


그때 너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난 조금 충격을 받았었어.


난 무언가에 그렇게까지 몰두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거든.


지금까지 나는 그냥 '뭐 수능 잘치면 대학 가는거고 안되면 재수하지 ㅋㅋ'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공부했었는데


나는 감히 바라보지도 못할 정도로 높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너의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어.


그런 너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 공부 방식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꼈고


또 너를 바라볼때마다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어.


그래서인지는 모르겠는데, 난 그때 이후로 너와 친해지고 싶었어.


근데 나는 내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소극적인 사람이더라고...


결국 너한테 말 한마디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고


나중에서야 그나마 다른반에 있던 내친구들 중 너와 친한 친구가 있어서


그렇게 말이라도 해볼수 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너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던 건


그때는 '공부 방해하면 안되니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내가 용기가 부족했던것 같아.


그렇게 너와 같은반이 되어서 공부를 하다가,


6월 모의평가 날이 되었는데,


난 평소 자신있던 수학에서 81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를 받았어.


그때 난 '하... 수학 81? 망했네 ㅆㅂ...'거리고 말았는데


내 오른쪽을 돌려다보니


책상에 엎드려서 울고 있는 너와


나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가채점표가 보였어.


그때 다른 친구들은 재수없다고 좀 너를 욕하는 친구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난 전혀 다른 생각이 들더라.


'와 저 점수를 받고 울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친구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드라마 속에나 나오는 애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충격적이였어.


그 이후로 8월이였나? 그때쯤


너가 ㄱ대 의대의 논술 수험표를 책상에 붙이고


'말걸지말아주세요'


라는 포스트잇을 책상에 붙여놓았더라.


난 그런 너를 보면서 곰곰히 생각했어.


도대체 저 아이의 원동력은 뭘까.


어떻게 해야 저렇게 필사적으로 달려나갈수 있는걸까.


난 뭐든지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는 성격에다가


뭐랄까 너처럼 인생에서 꼭 이뤄야하는 목표? 같은것도 없었거든.


난 그런 너를 보면서


나도 저 아이를 닮고 싶다라고 생각했고


10월 즈음인가에는


쉬는시간만 되면 애들끼리 수다떨러 나가고 매점가던 내가


쉬는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시간재고


내가 싫어하는 국어 모의고사를 풀고 있더라고.


나 스스로도 내 변화에 대해 정말 놀랐어.


너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날 이렇게까지 변화시킬줄은 몰랐어.


덕분에 수능 칠때도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


... 물론 결과적으로 수능은 실패했고,


너를 영원히 쫓아갈 수 없을거라는 절망감에


아무도 모르게 조금 울기는 했지만


다행히 부산대 모 학과에 합격했어.


근데 사람의 욕심이 참 끝이 없었던 건지


너처럼 되고 싶다는 내 욕심때문에


더 높은 대학을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반수를 했어.


사실 반수하면서...


너가 오르비에 쓴 글 자주 봤었어.


너가 정시 상담같은걸 하고 있길래


거기다 카톡 넣어서 모르는 사람인척 조언도 구해봤고,


너가 쓴 글에 댓글도 달아봤어.


너가 반수를 한다고 했을때도


말없이 멀리서 응원도 했었고.


고3때도, 반수를 할 때도


내 목표는 언제나 너였고


언제나 너를 닮고 싶었어.


기억날지는 모르겠지만,


수능 시험장 고3때랑 반수할때 두번 다 너랑 나랑 같은 고사장이였잖아.


난 솔직히 너와 내가 같은 교실에서 수능을 본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뭔가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더라고.


내가 그때 너에게


'난 잘 안되더라도 넌 정말 진짜로 꼭 잘되었으면 한다'


라고 했었는데


사실 그 말


의도하고 한 말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였어.


네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지


내 눈으로 직접 본건 아니였지만


난 충분히 알 수 있었어.


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여기까지 왔을거라는 걸.


그래서 그런 말을 해줬던 것 같아.


어떻게 보면 그게 내 본심이였을 수도 있었겠다.


너를 닮고 싶었기에


너가 더 빛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사실 그때 내가 너에게 했던 말이 수능치는데 부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하고 나서도 계속 조마조마 했는데


대학 붙은걸 보니까 참 다행이더라고.


내가 맨 처음 널 만났을 때는


널 보고 질투를 했었고,


그 다음에는 네가 정말 부러웠고,


그 다음에는 넌 나의 롤모델이 되어줬어.


지금 생각하는 거지만,


내가 우리 고등학교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 꼽으라면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널 선택할것 같아.


본인 스스로 자각은 하지 못했겠지만.


넌 나에게 정말 큰 버팀목이 되어 줬어.


정말 고마워.


언제나 너의 앞길이 항상 밝기를 빌고


항상 너의 그 선한 영향력과 의지가 꺾이지 않았으면 해.


친구야.


고맙다.


-너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한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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