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어린왕자 [376622] · MS 2011 · 쪽지

2013-03-16 14:58:32
조회수 3,069

3월 모의(고3) 서정주 견우의 노래, 오세영 모순의 흙 서두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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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에서 서두가 개요로서 글의 전반적인 내용과 방향을 알려준다는 것은 흔한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하향식 읽기를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과 어떻게 그런 공부를 하느냐를 제시하는 것은 아직 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소하게도 저는 시에서의 서두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3월 13일 전국연합학력평가 B형 37~39번에 출제된 서정주, <견우의 노래>와 오세영, <모순의
흙>에서 간단히 서두 및 37번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두 시를 설명해 드리거나 37번 문제를 해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니 그것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서정주, <견우의 노래>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오세영, <모순의 흙>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그릇


언제인가 접시는


깨진다.


 두 시의 순서가 바뀌어서 출제되었다면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학생에게는 아무런 차이도 없을 수 있습니다. 매우 잘 하거나,
매우 부족할 경우입니다. 부족한 경우는 위 두 시의 첫 연으로부터 전반적인 시상을 개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첫 연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전반적인 시상이란 무엇일까요?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의아한 말이지요. 그런데 왜 제가 쓴 것처럼 적지 않고 위 시에서는 두 행으로
나누고 또 '이별이'를 반복하여 표현했을까요. 두 번째 행으로 줄을 바꿔서 '이별이'가 등장하면 그 시어에 집중하게 됩니다. 끝나지 않은
문장이지만 줄을 바꿔 줌으로써 문장을 구분하여 특정 부분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럼으로써 이 문장이 갖고 있는 '~하기 위해서 00가
있다'라는, 어떤 '목적'과 '수단'을 각각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통상적으로는 사랑과 이별이 목적과 수단으로 이어지기는 것은 부적절한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부적절한 조합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삶을 깊숙히 들여다 보니 그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이별이 사랑을 위한 수단이 되는지를 밝혀줘야 하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주제이기때문에 그것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시'로서, 시의 본질적인 특성에 따라 그것이 무엇인지를 독자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별해 있는 두 남녀의 이쪽
저쪽을 보여주면서 이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면서 그것이 두 사람의 사랑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첫 연에서 '이별'이 '사랑'을 위해 필요하다는 말을 독자, 곧 수험생의 마음에 각인시켜서 다음 2~7연까지 그렇게 이별해 있는
상황을 읽을 때에 이런 상황들이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는 시각에서 바라보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모순의 흙 첫 연에서 편안히 이해되는 순서로 행을 말하면


 1. 흙으로 빗어진 그릇


2. 언제인가 접시는 깨진다


3. 흙이 되기 위하여


 이렇게가 아닐까요? 3이 관건입니다. <견우의 노래>에서와 마찬가지로 의아한 구석이 있는 시입니다. 접시가 깨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깨져야 흙이 될 텐데라고 생각하는 상태에서 역시 통상적이지 않은, 깨지기 위해 그래서 흙이 되기 위해
흙으로 빚어졌구나라는 것을 받아들이라 합니다. 언제인가 접시는 깨진다는 사실을 먼저 말해주면 좀 더 친절할 텐데 왜 당황스럽게도 흙이 되기 위해
흙으로 빚어졌다는 말을 먼저하는 무리수를 둔 것일까요? <견우의 노래>에서 설명한 것 처럼 이런 순서로 말을 하면 '흙이 되기를
위(원)한다'는 것과 (그래서)'흙으로 빚어졌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즉, 1행의 '위하여'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시 전반에
흐르는 '흙'이라는 것이 되기 위함, 그것을 위해서 '깨진다 혹은 깨질 수 있는 흙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더 시상이 심화되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시인이 자신이 노래하려는 것만 생각하고 이렇게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감상을 위해 이렇게 적은 것입니다. 마음에 각인시키고
반복하면서 더 심화되어 가는 과정을 따를 수 있도록 시는 서두-본문-결말에서 개괄-심화-정리라는 단계를 거쳐가게 됩니다. 이런 단계를 따라가면서
읽을 수 있는 학생은 시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제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세세한 표현의 의미와 기능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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