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ector Javert [1005325] · MS 2020 · 쪽지

2021-02-10 18: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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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칼럼-1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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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의 나를 기억에서 끄집어 내 보았다.

내가 가진 건 미적분학부터 기본적인 해석학에 이르기까지의 수학적 지식이 다른 이들에 미해 많다는 것 뿐이었고, 수능 수학에 있어서는 다른 이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낫다고 할만한 것이 없었다. 모두가 내가 내는 연구 주제에 대해서 창의적이고 기발하며, 문제 해결 과정도 뛰어나다고 평했지만, 나는 언제나 어느 정도 최소한의 틀이 존재하는 수학 문제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느꼈다. 수능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틀이 존재하는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사에 대해서 자잘하게 떠들 수도 있겠으나

그에 대한 세부 에피소드는 현재 기억이 나지 않는 관계로 조만간 아주 오랜 친구와 만난 후에 이야기하던가 하겠다.


그래서 나는 그 틀이 존재하는 시험인 수능 수학을 온전히 내 과복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수능의 그 어떤 개별 문제보다도 어려웠던(2019학년도까지만 해도) 가형 30번이 어떤 난이도로 나오더라도 그것을 5~7분 이내로 파괴하는 존재가 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날부터 모든 걸 수학에 올인했다. 

나는 고등학교 입학 당시에 기하와 벡터 블랙라벨을 풀고 있을 정도로 개념 자체는 빠르게 선행을 했던 편이고, 문제풀이가 나의 문제였다. 그 당시에 나는

19학년도 수능 29번과 30번의 경우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제대로 푸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어째서 풀지 못했는지를 정확하게 짚어 내지만, 

그때의 기억은 마치 빛을 완전히 차단한 거대한 탱크에 내 몸과 같은 밀도의 소금물을 가득 채워 넣고, 그 속에서 산소통을 맨 채로 그 탱크 속 어딘가에 나와 같은 밀도로 부유하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계란 중에 하나의 황금 계란을 찾는 느낌이었다.


더욱 나를 열 받게 한 것은

황금 계란과 가짜 계란을 구별하는 방법, 그리고 궁극적으로 황금 계란을 찾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우연찮게 답을 찾는다고 해도 그것은 “찍풀” 일 수 있었고, 나는 그러면 순간의 안도를 뒤로 하고 다시 거대한 탱크 속을 헤엄쳐야 했다. 

이런 나에게 처음으로 도움이 된 생각의 변화는 수없이 많은 문제를 풀면서 생긴 하나의 생각으로, 지금은 내가 교수법에서 1단계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것은 

“생각을 적게 하는 것” 이다.


재미있게도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지를 고민하며, 그러한 수많은 생각의 과정 끝에 결국 제대로 된 체계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그러한 양 등은 개인차가 존재하기에 사실 제대로 가늠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다. 그러한 수많은 종류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바는, 생각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아 상황이 이럴거 같은데? 와 같은 접근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문제에서 말하는 순수한 정보부터 얻어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우리는 순수하게 문제로부터 문제를 풀어내는 시도를 할 수 있고, 그 때에만 향후 문제를 풀 때에도 도움이 될 기본적인 시각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정보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든다. 그게 사실이라면(이것에는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그냥 강사들이 정제해서 쌓아 놓은, 기출에 대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받아 먹는, 즉 떠먹여 주는 강의가 가장 효과적이지 않은가? 이것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문제가 있으니, 이것은 무의식적인 기억과 의식적인 기억의 차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보자.


많은 사람들이 게임 <아스팔트> 시리즈를 플레이해 봤을 것이다. 대부분이 아스팔트 8을 플레이했을 것이기에 그것으로 예를 들자면, 우리는 좌측 터치가 브레이크, 우측 터치가 니트로라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그것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써 봤기에 안다. 니트로 차지가 찼을 때 좌측을 터치하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서 드리프트를 걸어 가며 상대방 차량을 파괴함과 동시에 니트로를 사용하는 절륜한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저 게임을 깔았을 때를 상기시켜 보자. 분명 니트로 차지가 찼을 때 브레이크를 누른 사람-몇 번에 그쳤겠지만-도 있을 것이고, 오른쪽이 니트로라는 것을 신경썼기에 절륜한 플레이를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비단 게임뿐 아니라 자동차에서의 좌.우측 깜빡이와 브레이크/엑셀레이터, 자전거의 균형잡기에도 적용되며, 요리 등과 같은 인생의 다양한 분야, 나아가 우리가 지금 주제로 다루고 있는 수학 공부에도 크게 적용된다. 


즉, 우리가 어떤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다룰 때, 그에 대한 기억을 의식적으로 주입했을 때에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떠올려 사고하기에 그것을 좀 더 놓아 놓고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 19학년도 수능 29번을 보고 자취를 일단 그리자 라고 단편적인 아이디어를 의식적으로 주입받은 사람에게 20학년도 6평 18번에서 그를 바탕으로 한 절륜한 응용은 불가능하며, 미분가능성은 양변미분이다! 라던지 뭐 다르게 의식적으로 알아먹은 사람은 

20학년도 수능 21번을 보고 벙찐다. 

사실 예시로 든 문제들은 모두 단순한 응용, 아주 단순한 사고임에도 우리가 그에 대한 기반이 되는 사고가 의식적인 한, 그 간단한 비틀기를 이해하기란 아주 어렵다. 인생이 그렇다.

운전 처음 할 때는 악셀레따가 어딨노?? 끼익! 하지만 운전 10년 하고 나면 중간에 잘만 전화로 떠들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간다(물론 이러면 위험하다. 안전운전하자.).


물론 의식적으로 얻어진 생각도 시간이 오래 지나고, 아주 많은 문제를 접한다면 생각이 달라지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이 의식적으로 사고를 얻은 후에는 그것을 보다 무의식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그것을 응용하고, 서로 이어 붙이는, 그래서 가끔은 그것을 이상하고 요망한 이름을 붙여 스킬이라 부르는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뭐 사실 그렇게 이름 붙여서 노는 것 까지 비판할 이유는 없다. 나도 그렇고 수험생들도 그렇고 아직 아이이기에 노는 게 좋으니 그런 건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이름 붙여서 노는 행위의 특성상, 대부분이 그것을 수집하고, 그것을 서로 연결해서 모든 문제를 풀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문제의 일부인 8~10문제만 봐도 그러한 모든 기출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단순하게 조합해서는 매우 매우 어려운 문제들이며, 단순하지만 명확하고 바르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내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171130만 봐도 그 이전까지 나왔던 단편적인 생각들을 이어서는 그 문제를 푸는 것이 매우 어렵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생각을 많이 하기 이전에(사실 이건 최종 단계 직전에 한다. 3편에서 다루겠다) 해야 할 생각만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은 무의식적인 생각으로 발전해야 한다. 물론 의식적으로 그러한 내용을 정리하는 공부법 자체가 본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그러한 내용들을 학습한 후에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바꾸고 자신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생각으로 전환하기보다는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나열하여 그것을 연결하여 문제들을 풀려고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런, 의식적인 공부법을 제공하는 책이나 강의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기 마음대로 그러한 상당히 괜찮은 공부법을 오용하는 것이다.


항상 생각의 기본이 되는 생각이나, 도구의 성질을 가지는 생각은 무의식의 영역으로 집어넣으려는 시도를 해야 함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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