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칼럼) 어떻게하면 국어에서 '잘' 되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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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좋아 다시 돌아온 칼럼입니다~ 여기 찾아오시는 여러분이 더 우수하신강사분들과 원론적인 국어 수업은 열심히 하고 계시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해보고자합니다. 보통 국어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문제를 푸는지는 많은 강사분들이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국어 지문은 많은 사람들이 꼼꼼히 한번에 읽어 최대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푸는게 좋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한 지문을 오랫동안 꼼꼼히 읽는다고 하여도 과연 한 번에 문제를 풀어보신 분들이 여기 얼마나 있으실까요? 저는 그래서 이러한 정설에 반문을 제기하고자 이 칼럼을 작성하였습니다. 시간이 급하신 분들이라면 칼럼 끝나고 아래 3줄 요약을 보셔도 괜찮습니다. 오늘도 좋은 반응 부탁드릴게요!
누구나 국어에서 느끼는 시간 압박은 크다. 그런데 그 시간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그 중 하나인 첫 독해의 중요성에 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비문학 독해에 관한 방법론은 필자보다 더욱 우수한 많은 강사분들이 다루고 있으나 첫 독해라는 하나의 테마로 오늘은 시간 단축을 위해 어떻게 읽어야할지 알아보려고 한다.
아래 지문은 신유형 수필 문항을 보여준 2021학년도 9월 모의평가 지문이다.
2021 9평 38~42번
(다)
산림(山林)에 살면서 명리(名利)에 마음을 두는 것은 큰 부끄러움[大恥]이다. 시정(市井)에 살면서 명리에 마음을 두는 것은 작은 부끄러움[小恥]이다. 산림에 살면서 은거(隱居)에 마음을 두는 것은 큰 즐거움[大樂]이다. 시정에 살면서 은거에 마음을 두는 것은 작은 즐거움[小樂]이다.
작은 즐거움이든 큰 즐거움이든 나에게는 그것이 다 즐거움이며, 작은 부끄러움이든 큰 부끄러움이든 나에게는 그것이 다 부끄러움이다. 그런데 큰 부끄러움을 안고 사는 자는 백(百)에 반이요, 작은 부끄러움을 안고 사는 자는 백에 백이며, 큰 즐거움을 누리는 자는 백에 서넛쯤 되고, 작은 즐거움을 누리는 자는 백에 하나 있거나 아주 없거나 하니, 참으로 가장 높은 것은 작은 즐거움을 누리는 자이다.
나는 시정에 살면서 은거에 마음을 두는 자이니, 그렇다면 이 작은 즐거움을 가장 높은 것으로 말한 ㉡나의 이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물정 모르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 이덕무, 「우언(迂言)」 -
따로 주어진 문제 없이 이 지문을 처음 읽게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부끄러움..?’하나 정도 일 것이다. 실제로 이 지문은 부끄러움이 내용의 시작이자 전부이다. 대체로의 수필이 그렇듯 별로 많은 정보량을 담고 있지도 않고 가볍게 읽어나가면 문제 풀이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해당되는 문제를 보자.
40. (다)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부끄러움’과 ‘즐거움’을 조화시킴으로써 더 나은 삶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② ‘나’는 어디에 사느냐와 어디에 마음을 두느냐를 고려하여 삶의 유형을 나누고 있다.
③ ‘산림’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즐거움’을 누리는 경우보다 ‘부끄러움’을 가진 경우가 더 많다.
④ ‘큰 부끄러움’과 ‘작은 즐거움’은 어디에 사느냐와 어디에 마음을 두느냐가 모두 서로 다르다.
⑤ ‘명리’를 ‘부끄러움’에, ‘은거’를 ‘즐거움’에 대응시킨 것으로 보아 ‘나’는 ‘은거’의 가치를 ‘명리’의 가치보다 높이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현장 응시자들은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 매우 상세한 질문을 묻고 있으며 현재까지 대체로 수필과 다른 지문을 엮어 간단히 선지만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양상과는 다르게 단독 질문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묻고 있다. 하지만 다시 되돌아가더라도 획기적으로 풀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먼저 첫 독해시 집중해서 읽어야 할 부분이다.
산림(山林)에 살면서 명리(名利)에 마음을 두는 것은 큰 부끄러움[大恥]이다. 시정(市井)에 살면서 명리에 마음을 두는 것은 작은 부끄러움[小恥]이다. 산림에 살면서 은거(隱居)에 마음을 두는 것은 큰 즐거움[大樂]이다. 시정에 살면서 은거에 마음을 두는 것은 작은 즐거움[小樂]이다.
> 첫 문장은 일단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아야하니 첫 단추를 잘 꾀어야 하듯 꼼꼼히 읽고 들어간다. 그러나 비슷한 구조가 반복됨을 확인하며 점차 확인하는 정보량을 줄여간다. 여기서 확인해야할 점은 부끄러움과 즐거움에 관한 물음이 있으면 여기로 돌아와야한다는 것, 하나이다.
작은 즐거움이든 큰 즐거움이든 나에게는 그것이 다 즐거움이며, 작은 부끄러움이든 큰 부끄러움이든 나에게는 그것이 다 부끄러움이다. 그런데 큰 부끄러움을 안고 사는 자는 백(百)에 반이요, 작은 부끄러움을 안고 사는 자는 백에 백이며, 큰 즐거움을 누리는 자는 백에 서넛쯤 되고, 작은 즐거움을 누리는 자는 백에 하나 있거나 아주 없거나 하니, 참으로 가장 높은 것은 작은 즐거움을 누리는 자이다.
> 글의 형식이 바뀌는 첫 문장을 꼼꼼히 읽으며 어떤 비율에 관해 설명하고 있음을 안다. 그리고 비슷한 형식이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은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점이니 읽어두는 것이다. 여기서는 어떠한 비율에 대한 물음에서 다시 돌아올 것을 확인해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시정에 살면서 은거에 마음을 두는 자이니, 그렇다면 이 작은 즐거움을 가장 높은 것으로 말한 나의 이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물정 모르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 마지막은 문학 작품에서 필자의 의견을 정리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첫 독해를 하고나면 놀랍게도 이 긴글에서 한 문장정도 되는 내용들만 읽고 숙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게 읽어낸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추후 문제풀이에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국어 문제를 풀이하며 지문으로 안 돌아갈 수는 없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아가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바로 첫 독해가 중요한 것이다. 어차피 모든 지문의 내용을 암기할 수는 없고 문제를 대략 살펴보고 지문에 들어간다고 해도(물론 문제를 ‘잘’ 읽어내면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대부분은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참조점을 정확히 짚지 못하고 여러 번 돌아가게 되면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1. 반복되는 구조는 점층적으로 생략해서 읽는다.
대다수의 비문학 지문들은 비교/대조 구조의 지문 형식을 가지며 반복되는 구조를 갖는다. 물론 실제 문제풀이에서는 그 참조점 모두가 활용되지만 반복되는 구조에 모두 초점을 두고 읽다보면 집중력이 흐려져 이후 정보가 모두 잊혀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반복되는 구조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고 뒤이어 반복되는 정보들은 대략 훑어만 봐도 나중에 돌아오기 편해진다.
2. 위계화 되어있는 정보들은 꼼꼼히 체크해본다.
동등한 서열에 있는 비교 대조의 참조점은 그 중 하나만 알아도 쉽게 돌아올 수 있으나 위계화 되어있는 정보들은 상위 개념을 놓치면 돌아올 때 다시 위에서부터 돌아와야 하는 문제가 생기므로 잘 챙겨야 하는 것이다. 만약 정보가 선형적으로(ex. 물건-학용품-필기구-연필) 제시된 지문이면 그냥 찾아가도 괜찮지만 대부분은 비교-대조 형식과 융합되어 복잡하게 제시되기 때문에 서로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이제 40번 문제 풀이를 해보자.
③ ‘산림’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즐거움’을 누리는 경우보다 ‘부끄러움’을 가진 경우가 더 많다.
‘사람들 중‘의 숫자를 물으니 2문단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즐거움‘과 ’부끄러움‘을 묻고 있으니 1문단에서 산림에 사는 사람들 중 즐거움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확인한다. 이쯤되면 매우 구조가 헷갈리기 시작하니 3번 선지를 볼 때 쯤 한 개의 그림을 그려주면 좋다.
④ ‘큰 부끄러움’과 ‘작은 즐거움’은 어디에 사느냐와 어디에 마음을 두느냐가 모두 서로 다르다.
⑤ ‘명리’를 ‘부끄러움’에, ‘은거’를 ‘즐거움’에 대응시킨 것으로 보아 ‘나’는 ‘은거’의 가치를 ‘명리’의 가치보다 높이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정리가 되면 두 번째 독해는 그림을 채운다 또는 선지를 해결한다는 목표로 수월하게 참조점을 찾아 읽을 수 있다. 이후 검토까지는 한 두 번 정도만 더 읽어내면 모두 끝난다. 이렇게 미리 첫 독해에서 토대를 잘 세워놓으면 당황스러운 문제를 만나도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빠르게 알아차리거나 어디로 돌아가야할지도 빠르게 알 수 있다. 난이도에 무관하게 첫 독해를 잘 해놓는 것은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결국 국어에서 사고의 흐름만큼 중요한 것은 ‘읽기의 흐름’이다. 단순히 어떻게 읽어나가느냐에 따라서도 문제풀이에 소요되는 시간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3. ‘읽기의 흐름’이라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운다.
흔히 사고의 흐름이라는 말은 국어 강사분들이 자주 애용하는 표현이다. 어떻게 생각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실 이는 체화하기 참 어려운 일이다. 최소 17년 넘게 세워온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한 순간에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의 흐름 이전에 읽기의 흐름이라는 자신만의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읽기의 흐름은 위에 작성한 바와 같이 첫 독해 그리고 그 이후에 자신이 읽어나갈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당연히 선택은 본인의 자유이지만 대체로 추천하는 방식은 거시적인 틀부터 디테일로 나아가는 방식을 추천한다.
거시적인 틀은 반복되는 주제의 뼈대, 설명하려는 개념어 등으로 이것들만 주목한 이후 간략하게 지문을 읽어나가면 대략적으로 기억 속에 어떤 개념어에 어떤 내용이 속하는지 정도는 남아있게 된다.
이후 미시적인 디테일을 볼때에는 문제에서 묻는 내용을 확인하고 이것이 어디있는지를 신속히 기억해내어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때 다시 되돌아가 처음부터 지문을 다시 읽고 있다면 첫 독해를 정말 완전히 그르게 한 것이다.
거창하게 이야기는 한 것이지만 생각보다 3번의 원칙을 놓치고 지문을 읽는 경우가 많다. 그때그때 지문 따라서 대충 이러면 되겠지하고 읽어 넘기면 반드시 막히는 순간이 온다. 이에 어떤 방식이든 좋으니 다수의 지문들을 읽고, 풀어보면서 자신만의 읽기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3가지 원칙으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분량이나 난이도 문제 때문에 9평에 나왔던 생소한 문학 지문을 가져오긴 했습니다만 다른 비문학 지문에 활용해보셔도 충분한 진가를 발휘하실 수 있을겁니다. 결국 위의 내용은 참고 사항이며 여러분만의 원칙이 있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붉은 글씨로 함께 표시해 나간 것처럼 개략적으로 처음에 초점을 두고 읽고 문제와 함께 뒤적이며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반박은 겸허히 받겠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와리가리치는 방식이 더욱 맞는 거 같았습니다. 물론 번지수는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잘 와리가리 친다는 가정 하에서요)
3줄 요약
1. 붉은 글씨 정도만 처음에 알고 읽고 넘어가도 괜찮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번지수만 잘 알고 넘어간다면.
2.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거시>미시를 좋아하지만 뭐 이건 케바케인듯
3. 반복되는 구조나 비교 대조되는 내용은 상위 개념이나 하위 개념들중 하나 정도만 주목하고 넘어가도 괜찮다. 어차피 풀다보면 까먹고 다시 돌아오게 된다.
저는 강사도 무엇도 아닌 그저 학생이었기에 두서 없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지문을 읽다가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까먹을 수밖에 없고 다시 돌아오며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러한 현실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재빨리 되돌아올까를 고민하였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본게 오늘의 칼럼이며 저는 이러한 틀로 문학이든 독서든 화작이든 복합 언어지문이든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주저없이 되돌아가십시오!
돌아가는 길이 지름길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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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