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나​ [804380]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1-02-02 22:01:00
조회수 1,559

학종 안하길 잘했다(장문, 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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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분명히 뻘글이라 했다!!)


내가 "스펙쌓기"에 대해 뭔가 처음으로 의견을 갖게 된 흑역사가 하나 있음.


나 중학교때 일인데


고딩때 친구들은 아무도 안믿는 말이지만, 원래 나는 중1때까지는 완전 문과지망생이었음ㅋㅋㅋ

(그러던 애가 갑자기 스멀스멀 이과스러워지더니 고1때쯤엔 화학에 미쳐서 웬갖 이과드립을 치고다녔지..)


암튼 그때 당시 친구의 친구가 갑자기 나한테 페메로 뭔 토론동아리? 비스무레한걸 할 생각이 없냐길래 "얘가 왜 이걸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나한테 물어보지..?" 하면서도 일단은 뭐 해보겠다했음


(평소에 입터는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근데 가서 보니까 멤버가 다 학교에서 공부 나름 열심히 한다는 애들인데, 한명이 전교 3등 이내였던 친구였고, 나머지는 그냥 열심히는 하는데 10등~30등권 친구들이었음


문제는 걔네가 나빼고 다친함.. 우리학교 애들을 크게 두 부류로나누면 주택가랑 아파트쪽 애들로 나눌 수 있는데, 다 아파트쪽 애들에 부모님들끼리도 친한상태였음(보닌은 주택가쪽이라 아예 동네 자체가 다름)


그러다보니 난 걍 뭔지도 모르고 시작하게 됐는데(애들하고 의사소통을 많이 못함), 그게 알고보니까 구조가 조금 복잡했음. 동아리라고 했지만 사실상 특정 토론대회를 위한 그룹과외였음. 대학생 쌤하나 놓고 같이 토론 연습하면서 대회준비하는 컨셉이었던것..


그래놓고 이제 그걸 생기부에 써먹어야하니까 자율동아리로 틀만 학교에 대충 만들어놓고 인원모집을 한다음, 학교애들은 걔네끼리 하라그러고 우린 따로 과외받고, 생기부엔 둘다 학교활동인것처럼 쓰자는 거였음


나는 뭐 애들이 어쩌구저쩌구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자율동아리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걍 하라는대로 했음. 인원 나눠서 반 돌아다니면서 홍보하라길래 홍보하고 뭐 매주 그룹과외 나가고 그랬음.


근데 문제가 여기서 터져버렸는데, 나는 애초에 설명을 들은게 거의 없는 상태에서 홍보 돌으라니까 돌았고, 멘트 맞춘것도 일절 없었음. 그래서 나는 자율동아리원을 모집한다=그룹과외 할 인간을 모집한다로 이해하고 넋놓고 벌벌떨면서 말하다가"이런저런 활동을 한다" 외에도 "약간의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이따위로 말했던것..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됐음.. 학교 자율동아리 활동에 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하면 안됐었고(실제로 과외도 아니니 안필요하고) 그러다보니 뭐가 아주 꼬여버렸음.. 지도교사쌤은 빡치셨고 결국 우리를 자율동아리에 안넣고 정규를 따로 만들어서 넣었나 그랬음.


어쨌든 그러고 나는 매주 정규동아리 활동이랑 그룹과외를 받는데, 아주 진짜 죽을맛이었음. 뭣모르고 했는데 알고보니 내용이 어마무시했고(진짜 토론 주제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이과체질인 나한텐 죽음 그 자체였음) 가뜩이나 그쪽 지식도 많이 없는 나는 관련 문서들을 영어로 읽고 서칭하고 생각하고 부모님께 물어보고 진짜 맨날 가기전에 울었던것같음(일단 시작은 했기 때문에 끝까지 해야한다고 생각했음)


결국엔 너무 아니다 싶어서 울면서 그만뒀던 그런...


암튼 그런 흑역사가 하나 있는데, 오늘 딱 든 생각이

아 내가 이용당한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음.


생각을해보면, 걔네가 나랑 동아리같은걸 할 이유가 전혀 없음. 나랑 개인적으로 친한애도 한명도 없었고, 자기들끼리는 친했고... 그 전교등수 젤 높은애 엄마가 치맛바람도 세고 애도 빡센 자사고 준비하느라 그냥 스펙쌓으려고 했던것 같음. 그와중에 머릿수가 모자라니 전교등수 높은애들한테 연락 돌려본걸테고.. 와중에 내가 얻어걸린거겠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알려준것도 하나도 없고 매번 난 주어진걸 혼자 알아보고 고민했는데, 걔네도 과연 그랬을지 의문임.


그냥 나랑 근본적으로 학교생활 자체가 다른애들이었던것 같음.당시 나는 겨우 수학 6개월~1년치 혼자 선행해놨었는데 그때 말 나와서 얘기해보니까 다들 고등학교거 하고있더라ㅋㅋㅋㅋ 그래봤자 문과갈거면서 왜그렇게 수학을 열심히 했을지는 의문이지만..



하여간 그때 일을 생각해보면 난 다시생각해도 학종 안쓴게 내인생 최고 잘한일임


나는 그렇게 처음부터 학부모로부터 형성된 웬갖 정보교류+친목도모 네트워크에 끼지도 못했고, 낄 생각도 못했으며, 그게 없더라도 혼자 이것저것 정보 찾아서 스펙 쌓을 능력이 없었음.


결국 그런걸 체계적으로 챙기는 애들은 중학교때부터 부모님이 봉사활동 대신해주고, 각종 대회 동아리 세특(중학교 세특은 진짜 폐쇄적인게, 아무도 존재를 몰라서 진짜 고입 준비하는 애들만 준비함) 등등 웬갖걸 해왔겠지.

(모든 학종러들이 저럴거라고 단정짓는건 아닙니다!! 그치만 최상위권 중엔 저런친구들이 많을거라는 순전한 추측임..)


그걸로 좋은 고등학교 가서 그렇게 또 했을테고.... 내가 생각해도 난 그런애들이랑 경쟁해서 이길 능력이 없었음



암튼 오늘 갑자기 저거 생각나서 한 한시간동안 엄청난 패배감에 휩싸여있었는데(저렇게 별 스펙 다 쌓았던 애가 좋은대학 간걸 나중에 들었었기 때문에..) 뭐 그냥 결론은 난 정시하길 잘했다 하면서 정신승리하는걸로...


에휴 올해 수능이나 잘쳐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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