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슬리치 [905086]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1-01-29 11:54:45
조회수 5,471

시발 나도 조금만 더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한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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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족마다 자식에 대한 기대에 따라 다른 거긴 하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수능 때 생각했던 점수가 나오지 않아도

"고생했다" "괜찮다" 라는 위로의 말 정도는 해주지 않나?


수능 날 가채점하고 점수 알려주는데 우리 엄마는 시발 ㅋ

10분 동안 아무런 말도 안 하다가 갑자기 슬쩍 하는 말이

"개새끼.."였음 이게 첫 마디 ㅇㅇ 그리고 다시 조용해짐

그러다가 또 한참 뒤에 정적을 깨며 두 번째로 했던 말은

"병신 새끼 돈을 얼마를 쳐들였는데 국어가 3등급이야?"

"너 한국인 맞냐? 내가 배 아파가면서 낳은 새끼 맞냐고"

였고 이때까진 나도 국어를 조졌다는 사실에 넉다운 돼서

별 대꾸를 할 생각도 힘도 없는 그런 그로기(?) 상태였음 


근데 갑자기 선을 넘는 욕설과 발언들이 날라오기 시작함

"너는 국어 고자니까 수학 과탐 다 맞아야 한다고 그랬지"

"그래야만 의대 갈 수 있다고 안 그러면 의대 못 간다고"

"근데 왜 다 맞아오지를 못해? 왜? 니가 사람 새끼야??"


이걸 듣고 시발 수학 과탐 만점 받는게 어디 쉽나 싶어서

수학 __ 물리 __ 생물 __ 이면 물리 빼고는 1등급이다

세 과목 모두 실수를 해서 뼈 아프긴 해도 망한 건 아니다

지금 어이없이 틀린 문제들 때문에 제일 속상한 건 나다

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이미 눈알 돌아가서 이성을 잃음


"재수를 했으면 국어 1등급 턱걸이는 맞아야지 등신아"

"남들은 다 재수하면 국어 눈에 띄게 오른다고 하던데"

"넌 뭐를 했길래 점수가 70점대야 미친 또라이 새끼야"

"수학도 사설 풀 때 만점이라고 자랑하더니 병신 새끼"

"내가 수능 때까지 수학 계속 하라고 그랬지 개새끼야"

"니가 뭔데 그렇게 깝쳐대냐? 사설이 수능이랑 같아?"

"거져 준다는 주관식 문제를 숫자 잘못 세서 틀렸다고?"

"그게 내 앞에서 할 소리냐? 좀 더 참신한 변명 없어?"

등의 내용으로 약 2시간 동안 잔소리를 논스톱으로 함


그렇게 귀가 얼얼해질 때까지 욕설 섞인 잔소리를 듣고

새벽 1시 즈음에 자려고 옷 갈아입고 침대로 움직이는데

"야 이 장애인 새끼야, 이 인생 패배자 새끼야, 잘려고?"

"수능을 이렇게 망쳐놓고 우리 아드님은 잠이 오셔요?"

"내가 너였으면 오늘 밤 새서 논술 공부하겠다 병신아"


아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암튼 그래서 나도 순간 빡쳐서

이 정도면 그래도 상위권 공대는 뚫을 수 있는 수준이다

왜 이렇게 우리 집안만 의대에 미쳐서 눈이 돌아간 거냐

라고 물음 물론 이게 수능 망쳐온 자식이 할 소리는 아님 

근데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나서 그랬고 돌아온 답변은

"쪽팔려서 공대를 어떻게 넣니? 그런 것도 대학이냐?"

"너처럼 야망도 없고 의욕도 없는 새끼도 수험생이냐?"

"그래~ 너 같은 등신 믿고 재수시킨 내가 미친년이다"

시발 이런 식의 소모적인 대화가 또 1시간 가량을 오감


내가 이걸 쓰는 이유는 오르비언들한테 묻고 싶어서임

아무리 수능을 조졌다고 해도 이게 정상적인 상황임?

국어 __ 수학 __ 영어 1 한국사 2 물리 __ 생물 __

이면 그래도 국어 빼고는 괜찮게 봤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엄마한테 폐륜아니 저능아니 소리 들을 정도로

내가 뭐 엄청난 죄를 지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입시에 실패한 자식한테 위로는 못해줄 망정

틈만 나면 욕하고 꼽주고 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시발

내가 9시까지 자고 있으니까 내 뺨을 때리면서 깨움

"야 이 밥버러지 새끼야~ 언제까지 자려고 그러냐"

"의대 간 니 친구들 생각하면 잠이 안 올 거 같은데"

이 지랄... 후... 또 일어나서 물을 마시는 걸 보고는

"아이고 물은 참 잘 마시네 니가 잘하는 것도 있네?"

"물 쳐마시는 거 마냥 공부했어봐라 올해 의대 갔지"


계속 이런 식의 반복임 이 씨발 진짜 너무 좆 같음

안 그래도 삼수각 잡혀서 요즘 기분 개 같은 와중에

수능 끝나고 2달 동안 이런 분위기에서 지냈더니

심장은 빨리 뛰고 시간은 느리게 가고 개어지럽고

매일이 고통스럽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걍 엠생

그리고 무엇보다 내 부모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움


다른 집안은 인서울 공대만 가도 축하해준다는데

수능 생각만큼 못 봐도 괜찮다고 위로해준다는데

왜 난 이런 엘리트 의대 출신 집안에서 태어나서

너무 당연하게 의대를 가야만 하는 입장인 거냐고

왜 의대가 아니면 실패한 인생이 돼야 하는 거냐고


그리고 왜 내 부모님은 내 꿈을 자기들이 정하냐고

어릴 때부터 아유~ 우리 아들은 의사가 꿈이래요

호호 우리를 닮아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그랬네요

이러냐고 시발 난 의사 되고 싶다고 한 적 없다고

정확히 이렇게 말했음 "남들을 돕는 사람이 될래"

이걸 의사로 좁혀서 알아들은 건지 뭔지는 몰라도

유치원 때부터 내 꿈은 의사로 정해졌었음 시발


지인들이 나한테 "넌 뭘 좋아하니?"라고 물으면

"얘는 어려운 수학 문제들 푸는 걸 좋아해요~"

"얘는 영어 단어 외우는게 취미 중 하나에요~"

라고 엄마가 대신 대답하고 그냥 역겨워 죽겠음


정말 진심으로 호적에서 내 이름을 파버리고 싶음

수능 끝나고 이렇게까지 집안이 개파탄나는 경우

나 말고 더 있음? 우리 집이 비정상인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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