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1-01-16 13:08:36
조회수 2,123

본인 모교(대학교)랑 1:1 맞따이 떠서 이긴 썰 풀어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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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비에는 워낙 고학력자들도 많고, 저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가신 분들이 많기에 제가 다니는 대학교를 명시하기는 좀 부끄러운 관계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97년 생인데요, 제 나이 또래 비슷한 학생들은 아마 교육부에서 추진하던 "고교 대학 심화 연계 과정"이라는 프로젝트를 참가한 학생들이 꽤 있으실 껍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시행되는 제도로서, 우수한 고등학교 인재들이 미리 대학교 수업(일반 화학, 물리, 컴퓨터 등등)을 미리 이수한 후에 들어가서 학점을 인정받는 것으로 활용됩니다. 일종의 스펙이 되기도 합니다 당연히.



 미국에서는 AP 라는 제도로 활발하게 활용되는데, 우리나라도 미국의 스타일을 본 따서 아마 국가적인 사업을 진행한거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당시 고등학교를 포항에 다니고 있었기에, 경북대에서 열리는 기초 생물을 들으러 왕복 2시간에, 수업시간 3시간.....을 방학동안 다녀왔습니다. 저를 데려다주신 부모님이 제일 고생이 많으셨죠.








 가는데 연료비 들고, 알아서 밥 먹어야 하고 정말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부 스펙에 적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과, 또 대학 진학 시에 인정받아 그 시간동안 또 제가 듣고싶은 다른 수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감수한 것이었죠.




 그리고 나서 보니까, 제가 들어간 대학이 이 협약 대학에 포함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일 당시에 터졌습니다. 교육부가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고, 해당 대학 선이수 과목 수강을 학생부에 적어도 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밍기적 거리는 바람에 결국에는 무산이 되어버려서, 스펙으로서 쓸 수 없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전 이때 한번 깊은 빡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힘들게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은걸 학생부에 인정도 못받다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해당 사업이 내세운 2가지 혜택 중 하나가 날라가버린 것이었죠.








 그래서 결국 저는 현재 다니는 모교에 진학했는데, 다행히 협악대학에 우리 학교도 있더군요. 그래서 당당하게 교무처를 찾아가서 제가 이수한 내역을 첨부하여, 제 학점으로 인정을 요청하였습니다.









 이렇게 제가 당시 활동에 참가했다는 갖가지 증빙서류들을 챙겨서 제출했는데~~





 얼마 후 교무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인정이 불가하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 유일하게 남았던 "대학 진학 시 학점으로 인정 가능"이라는 마지막 혜택을 뺏어가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한국의 교육계와 제 대학교에 대해 깊은 증오를 하게 되었고, 이들에게 교육부에 민원을 넣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행정 소송을 불사하고(제가 이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 죽창을 들고 민원을 찔러넣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 뒤, 교육부 주무관께서 전화를 해주셨습니다. "저기요 학생, 혹시 그 학교 캠퍼스가 구체적으로 어디지요??(서울대 부산대 연세대 등등 대부분의 대학은 캠퍼스가 멀리 따로 분리가 되어 있습니다) 라길레 "서울 캠퍼스입니다"라고 답변드리고 끊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며칠 있다가 대학교 교무부 총장님이 전화를 하시더군요. 해명을 하시는게, 워낙 학교가 다양한 캠퍼스와 분과로 나뉘어져 있다 보니까 제대로 소통이 안되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요, 확인 결과 교칙에 따라 충분히 학점 인정을 시켜드릴 수 있다고 하시면서 직접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갔더니 거기 대충 큰 교실에 2인자 정도 되시는 분께서 제게 아주 상세하게 해명을 해주셨습니다. 어떤 착오가 있었고, 교칙에서 어떤 부분이 처음에는 인정이 안됫는데, 같은 항목의 다른 교칙(뭐 이런 외부 사업과 관련된 교칙이겠죠)을 통해 예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아주 친절하게 해명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일어났더니 이번에는 그 교실의 1인자로 보이는 분도 일어셔서 한참 또 설명을 친절히 해주셨습니다. 다행인게 이 사람들이 이런 사업에 참여 중이었다는 사실을 잘 몰랐더라 하더군요. 보통 국가적으로 이런 사업을 하면 국가로부터 돈을 받고 학생들을 교육시키는데, 잘 모르고 있었다보니 이런 오해가 생겨난 것 같습니다.




 하여간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학교를 찌른다 = 평생 문제 학생으로 낙인 찍혀서 갖가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저울질 하다가, 결국 민원을 넣고 돌격했는데 다행히 성공했습니다.










 교육부 측에서는 대단히 원론적인 답변이 왔는데요, 뭐 결국 당사자들끼리 잘 해결되고 전 학점인정을 받게 되어 헤피엔딩으로 끝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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